인공 대체음식의 시대에 대비하자-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95)
인공 대체음식의 시대에 대비하자-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95)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0.02.10 0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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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개발 위한 신식품 혁명기…규제 풀어 육성을

미래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다양한 대체식품이 대세로 떠오를 것이다. 단순히 기존 먹거리의 대체에 그치는 게 아니라 환경 보존, 동물복지, 지속 가능한 개발 등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라는 점이 대체식품 부상의 성공요인이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가축을 키우는 축산(畜産)은 항생제 남용, 전염병 확산 등 다양한 환경·보건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축산업으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은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4%에 육박하고, 전 세계 15억 마리의 소가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연간 1억 톤이나 된다고 한다. 동물을 키워 단백질을 얻는 데는 식물에 비해 물이 4~25배 더 필요하고, 화석연료가 6~20배 더 들기 때문에 대체육(代替肉) 시장은 더욱 각광 받을 것이고 10년 후 인공육(人工肉) 시장은 지금의 3배 이상 성장한 약 47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소(牛)는 농경시대엔 농기계를 대체한 인간의 생존 수단이자 최고의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소가 더 이상 농기구가 아니며 고기만 제공할 뿐인데, 만약 식물이나 다른데서 고기를 얻을 수만 있다면 더 이상 환경오염과 비윤리적인 도살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고기는 크게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미네랄, 물로 이뤄져 있는데, 모두 가축이 아니라도 얻을 수가 있다. 단백질은 완두콩, 녹두, 현미에서, 지방은 코코넛, 해바라기, 카놀라에서, 탄수화물은 감자 등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붉은 채소 비트로 핏빛 육즙도 연출할 수가 있다.

일본의 인공육 스타트업인 인테그리컬쳐는 2013년에 처음으로 인공육을 만드는데 성공했고 비용도 1 kg에 3억 원이나 필요했을 정도로 실용화가 요원했으나, 앞으로는 제조비용을 kg당 2천 원까지도 낮출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스타트업 클라라푸드도 계란을 대체할 수 있는 식물성 단백질을 개발했다. 효모, 설탕을 이용해 윤리문제로부터 자유롭고 고른 영양도 갖출 수가 있으며 항생제 사용이나 높은 콜레스테롤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 환경 부담이 적으면서 단백질 생산량이 높은 가성비 갑 육류는 ‘곤충 단백질’이 압도적 1위다. 즉 가장 환경 친화적이라는 이야기다. 그 다음이 닭고기, 식물성 단백질 순이며, 젖소가 가장 나쁘다고 한다. 우유를 만들기 위해 어미 소는 끊임없는 인공수정으로 새끼를 임신하고 착유하는 과정을 평생 반복해야 하는데 이런 동물 윤리문제 또한 해결할 수 있는 ‘대체우유’에 대한 니즈와 시도가 줄을 잇고 있다. 최근 콩, 아몬드, 코코넛, 쌀 등으로 만든 ‘식물성 milk’가 두 자릿수 고성장을 보이는 반면 ‘소 우유(cow milk)’의 소비는 점점 줄어들어 장기 침체기에 빠졌다고 한다. 미국 스타트업 퍼펙트데이는 실험실에서 새로운 ‘애니멀프리’ 우유를 만들어냈다. 효모세포를 이용한 것인데, 일반 낙농업에 비해 에너지 소비를 65%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84% 감소시키는 획기적 기술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매일유업도 아몬드 전문기업 블루다이아몬드와 손잡고 2015년 선보인 ‘아몬드 브리즈’가 최근 3년 간 연평균 60% 매출 증가를 기록하고 있고, 코카콜라도 아몬드로 만든 식물성 음료 ‘아데스’를 지난 2018년 출시했다. 정식품도 리얼 아몬드와 리얼 코코넛 등 식물성 음료를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샘표의 요리에센스 연두도 전 세계적인 채식 열풍 속에서 30여 개국에서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美스탠퍼드대 교수였던 패트릭 브라운은 2011년 임파서블 푸드란 회사를 차려 식물성 재료로 소고기 패티를 만들어 버거킹에서 임파서블 와퍼란 이름으로 메뉴에 올렸다. 육류 대체시장이 이렇게 급성장하는 이유는 육류 섭취가 몸에 나쁘다는 인식의 확산과 연이은 광우병,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으로 인한 고기에 대한 불신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게다가 지난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소시지, 햄, 핫도그 등 가공육을 담배나 석면처럼 발암 위험성이 큰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붉은 고기의 섭취가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내리는 바람에 시장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최근 기후 온난화의 주요 원흉으로 고기 생산이 지목받고 있고 이산화탄소 발생과 가축들의 배설물 처리 등 환경운동 측면도 있다고 봐야한다.

많은 식품업계의 올해 R&D 방향이 채식문화를 전파한다는 비거니즘(Veganism)에 맞춰져 있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과 기후변화에 대한 불안감, 지구를 살리자는 환경운동이 때를 만나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신식품의 혁명이다. 그러나 규제가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되겠다. 과거에 집착해 전통만을 고수하고, 지금까지 먹어 왔던 유형의 음식만 허용한다면 글로벌 식품산업의 기회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될 것이다. 아무도 막을 수 없는 대체육, 대체음식의 거센 바람에 서둘러 대비해야 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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