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 식량·식품 낭비 줄이기 방안 모색 절실
[제언] 식량·식품 낭비 줄이기 방안 모색 절실
  • 식품음료신문
  • 승인 2020.02.10 0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군호 본지 발행인
△이군호 대표
△이군호 대표

현재 우리 모두는 경제 성장에 따른 혜택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에 먹고 마시는 먹거리도 넘쳐나 흥청망청하는 소비하는 행태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면서 낭비를 부끄러움이 아니라 자신을 과시하는 미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의 현실을 직시해 보면 어떤 것보다 식량만큼은 최빈국에 가까운 나라에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의 식량자급율은 24~28% 수준에 그치고 있고 나머지 절대량을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는 ‘식량자급빈국’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동안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이 수출이 잘 돼 식량을 무제한 수입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추어 별 문제가 없었지만 세계 경제가 위축돼 수출이 잘 안되거나 국제 안보 정세가 급변해 식량수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생각하고 싶지 않는 식량 대공황에 우리는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식량문제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우리 스스로 생산성을 높여 자급률을 높이든지 아니면 외국 곡물거래상에 의존치 말고 우리 스스로 해외 농장을 확보해 곡물을 생산하고 도입하는 등 직접 식량을 구매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불필요한 식량손실과 낭비를 줄이는 것이다. 2018년 서울시의 경우, 잔반 발생량이 1일 2819 톤에 이르고 있다는 서울시청 관련 자료를 참고할 때, 인구에 비례해 전국 규모로 추산하면 1만 톤은 족히 넘을 수 있다.

이 같은 잔반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는 가정과 음식점을 가릴 것 없이 식탁에서 적당량을 낭비없이 섭생하도록 표준 식단을 보급하고, 이에 소비자들이 호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 활동을 펼쳐야 한다. 

아울러 최근 가공식품 폐기량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식품소비기한표시'다. 다량 생산되고 유통·소비되는 가공식품의 경우 유통기한 설정으로 인한 소비자 오해가 커 소비자들은 유통기한이 지나면 제품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이를 폐기한다. 이로 인해 폐기되는 식품은 한 해 제조 판매되는 출하액의 20% 상당에 이른다는 것이 전문가의 조사 보고 내용이다. 또한 식품산업협회가 조사 발표에 따르면, 유통기한 경과 등의 이유로 폐기해 발생한 비용은 연간 6500억 원대에 달한다.

현재 모든 식품의 유통기한 설정은 기업들이 소비자 클레임을 우려해 실제 식품을 먹을 수 있는 기한의 60~70% 선에서 결정하고 시행 중에 있다. 예를 들면 식품을 섭생해도 문제가 없는 기간이 5일이라고 가정하고 60~70%를 적용하면 유통기한표시는 3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유통기한 설정으로 인해 폐기되는 가공식품 양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건면 등 일부 가공식품에 대해 탄력적으로 소비기한을 설정, 운용토록 하고 있으나 상당수 소비자는 물론이고 업체도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식품음료신문이 지난해 8월 주최한 글로벌 식품환경 조성을 위한 수요포럼에서 군산대 박경진 교수는 '바람직한 식품기한 표시 제도'란 주제 발표를 통해, 현재 '시간' 위주의 유통기한을 '시간과 온도' 중심의 소비기한으로 변경할 경우 폐기되는 식품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유통, 보관 요건만 제대로 지켜준다면 적어도 30% 이상 유통기한이 연장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정상적인 온도에서 유통 및 보관된 식품의 경우, 유통기한 경과 식품과 식중독 발생과의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부분 문제는 제조·가공의 실패, 가공후 교차 오염, 적절하지 못한 온도에서 유통하거나 보관 잘못의 결과로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유통기한 경과로 인한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처벌되고 이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소비자들은 시간만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으며 유통기한이 경과되면 식품의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식품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체는 소비자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을 면밀히 분석해 이해를 돕도록 하는 한편 소비기한 설정의 정착을 위해서는 생산·유통·보관·판매 과정에서 위생적이면서 적절한 온도 유지로 안전성이 보장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킴과 동시에 올바른 정보 제공에 나서야 한다.

또 실온제품, 상온제품, 냉동제품의 경우 소비기한으로 바꾼다고 해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전문가의 주장을 보면 유통기한이 지났어도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는 제품과 문제가 없는 조건 하에 보관이 가능한 제품은 소비기한으로 변경해 식량 자원 낭비를 줄이고 더 큰 편익이 소비자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한편, 세계 각국은 식량자원 낭비를 줄이기 위해 제도적으로도 식품기한 설정 문제를 다루고 있다. 미국은 최상품질기한을 운용하며 일본은 상미기한, EU는 최소 보존일과 소비기한을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우리나라도 식량 낭비를 줄이기 위한 적절한 방안을 다시 한번 모색해야 할 때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