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육·외식업계 조류독감 ‘몸살’
계육·외식업계 조류독감 ‘몸살’
  • 함봉균 기자
  • 승인 2004.02.02 0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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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닭 안전 불구 사태 장기화 우려
소비심리 되살릴 정부·단체 공동노력 필요

조류 독감의 여파로 소비자들의 닭고기 기피 현상이 날로 심각해져 계육 관련 업계가 판매부진의 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두 달째 이어지고 있는 국내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사망자가 발생한 베트남 등지의 바이러스와 다른 종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닭고기를 꺼려하는 소비자들 때문에 국내 닭 소비가 위축돼 관련 업계가 매출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국내 최대 닭고기 업체인 하림은 현재 예년과 비교해 매출이 30% 가량 감소한 상태다. 하림 관계자는 "조류독감이 처음 발견된 지난 12월 초에도 매출이 5% 정도 줄었었는데 최근 들어 베트남 등지에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언론 보도와 함께 매출이 더욱 급락해 발생 초기보다 무려 6배에 달하는 감소율을 보여 그야말로 위기다"고 하소연했다.

마니커 역시 매출이 30%가량 줄었는데 이런 매출 감소보다도 뾰족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제적인 문제로 확산된 조류독감 사태는 적어도 3달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식 업계도 조류독감으로 인한 몸살을 심하게 앓고 있다. 특히 정부가 태국산 가금류와 가공품 수입을 금지함에 따라 태국산 닭고기를 사용하는 업체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반면 국내산 닭고기를 쓰고 있는 업체들은 안전성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리아는 핫윙, 치킨 조각 등 태국산 닭고기를 쓰고 있던 메뉴에 국내산 닭고기를 사용키로 했다. 또 돼지고기 패티 안에 삶은 통 완두콩을 넣은 `호밀빵웰빙버거´ 등 건강식 메뉴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맥도널드, T.G.I.프라이데이스, 베니건스 등도 조류독감 발생 이전에 수입한 물량을 사용하고 있지만 국내 등으로 공급처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FC, 파파이스 등 국내산 닭고기를 사용하고 있는 업체들은 자체 검역을 강화하는 한편 닭고기 제품의 안전성을 알릴 계획이다.

닭고기 판매상의 형편은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 용산구 재래 시장에서 닭고기를 도산매하는 한 업자는 “10년 넘게 닭고기 판매를 했는데 이런 불황은 처음 겪는다”고 한숨 지었다. 하루 평균 30만∼40만원어치의 닭을 판매했던 이 점포의 매출이 조류독감 파동 후 90% 가까이 줄어 최근에는 하루 4만∼5만원 정도가 고작인데 "이러다간 2달 내에 문을 닫든지 다른 업종으로 전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정육점 주인은 “언론이 조류독감을 연일 확대 보도하며 전염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는 상태에서 사람들이 겁나서 오겠느냐”며 “하루 평균 20여 마리 정도 닭을 팔았는데 요즘엔 겨우 한 두 마리 팔고 있다“고 울먹였다. 그는 "정부나 관련 단체가 앞장서서 국산 닭고기의 안전함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줘야 그나마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계육협회 관계자는 "조류독감으로 실추된 닭고기의 이미지를 회복해 위축된 판매량을 다시 늘리는 것 외에 어떤 방법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가격도 맛도 아닌 닭고기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 해소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닭고기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은 이달 초 국내 조류독감이 진정 국면을 보이면서 다소 누그러지는 듯 했으나 최근 아시아 국가들의 조류독감 확산과 심지어 인명 피해까지 속출하고 있다는 내용이 연일 보도되면서 다시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며 "´닭고기=생명 위협´ 이란 공식이 국민들의 머리 속에 자리 잡은 최악의 상태"라고 호소했다.

이에 따라 계육협회는 "언론에서 사실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 육계 산업을 고려해 과장되거나 추측하는 내용을 담은 보도는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협회는 "국제적으로 인명 피해를 내고있는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국내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와는 다른 종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국산 닭을 통해서는 인체에 조류독감이 전염되지 않는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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