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과대포장 방지대책 ‘식품 비닐 재포장 판매금지에 대한 생각’-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97)
환경부 과대포장 방지대책 ‘식품 비닐 재포장 판매금지에 대한 생각’-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97)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0.02.24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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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플라스틱 포장, 환경 피폐 요인 간소화 필요

환경부는 올 7월부터 제품 판촉을 위한 1+1이나 묶음 상품처럼 비닐 등을 활용한 재포장 판매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공포했다. 이는 불필요하고 과도한 제품 포장 폐기물을 줄이고 원가도 절감하는 명분 있는 시책이다. 주 내용은 “대규모 점포 또는 면적이 33㎡ 이상인 매장이나 제품을 제조 또는 수입하는 자는 포장돼 생산된 제품을 다시 포장해 제조·수입·판매하지 못한다.” 이번 재포장 금지 대상은 “각 기업들이 판촉용으로 별도 묶어 포장하는 제품”에 한정된다고 한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전 세계 플라스틱 포장의 점유율은 2000년 17%에서 2015년엔 25%까지 증가했고 美 환경보호청의 조사에서도 2015년 생산된 플라스틱 용기와 포장재의 14.6%만이 재활용되었다고 한다. 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EUROMAP)가 발표한 '세계 63개국의 포장용 플라스틱 생산량 및 소비량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1인당 연간 포장용 플라스틱 소비량은 약 62kg으로 벨기에(85.11kg)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벌크 형태로 주로 구매하고 종이 포장 사용량이 많은 미국(48.7kg), 식품포장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중국(24kg)에 비해 포장재 사용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환경문제가 점점 걱정된다. 포장재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인 것은 틀림없다.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용기와 포장재 사용이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선물용 과대포장이 많고 플라스틱 포장 규제도 약하다. 또한 배달음식이 활성화돼 있어 더더욱 그렇다고 생각된다. 소비자들은 비닐 테이프가 필요 없는 박스, 코팅되지 않은 박스, 젤 대신 물로 충전한 보냉·보온팩, 빨대와 비닐, 플라스틱 퇴출을 원한다.

최근 글로벌 해양오염과 해산물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친환경 소비에 대한 니즈와 플라스틱 용기에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이 커지고 있는 추세다. 미래 자손들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과대포장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그러나 식품의 품질과 안전 유지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포장을 간소화해야 한다. 보존성과 제품의 안전성에 지장을 초래하는 간소화는 당연히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식품(食品)을 상품(商品)이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즉, 효율성, 가성비 이전에 안전성을 확보하는 포장이 필요하고, 안전한 범위 내에서 간소화해야 한다. 결국 간소화의 범위는 식품의 유형, 수분활성도나 pH 등 특성, 보존료 등 첨가물 사용 여부, 온도 등 보관조건, 진공 등 포장조건과 포장의 재질 등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운송 중 파손될 위험이 높은 식품도 있어 많은 요인들을 고려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 식품 기업들은 플라스틱 빨대 없는 요구르트, 컵 커피 등을 출시해야 하고 판촉용 1+1 묶음에 비닐을 사용하지 못할 것 같다. 비록 환경부의 권고이지만 기업들은 정부 눈치를 봐야하는 입장이라 사실상 의무화라 봐야 한다. 그리고 사용한다 해도 친환경 소재로 만든 빨대, 포장만 사용 가능할 것이다. 물론 원가 상승으로 제품 값이 오르게 돼 있으나 이 정도는 소비자가 어쩔 수 없이 부담해야 하는 환경 부담금이라 생각해야 한다.

글로벌 식음료 시장의 패키징 트랜드 역시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을 지향하고 있다. 최근 친환경 종이컵이 스타벅스에 사용되기 시작했고 대부분의 음료 제조업체들이 혁신적인 포장을 통해 환경까지 생각하게 해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공략하고 있다. 최근 미국 식품시장에 불고 있는 패키징 트랜드 조사결과, 친환경이 대세였고,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유리 용기와 재사용이 가능한 식품 포장이 각광 받고 있다고 한다.

우리 소비자들도 환경오염의 주범인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 줄이기, 과대포장 근절에 앞장서야 한다. 기업의 친환경 패키징 전환 운동은 비용이 발생하나 환경 친화적이며, 착한 사회공헌 이미지를 심어줘 기업 성장에 큰 이익이 될 것이라 멀리 보면 남는 장사라 생각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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