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햇반·신라면은 언제?” 식품 기업 R&D 저조…장기적으로는 ‘毒’
“제2의 햇반·신라면은 언제?” 식품 기업 R&D 저조…장기적으로는 ‘毒’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0.02.25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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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 대비 0.3~1%대 그쳐…대체식품·고령친화식품 등에 과감한 투자 절실
샘표 4~5%로 업계 최고…연두 등 혁신적인 제품 개발
대상 투자 비용 5% 늘려…풀무원은 오송에 R&D센터

CJ제일제당 ‘햇반’ ‘비비고’, 대상 ‘안주야’, 농심 ‘신라면’, 동원F&B ‘동원참치’, 오리온 ‘초코파이’의 공통점은 오랜 기간 각 분야 1위를 지키고 있는 장수 브랜드다. 하지만 다른 해석으로 보자면 그만큼 신제품이 개발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국내 식품기업들의 R&D에 대한 소홀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몇 년째 반복되는 지적임에도 쉽사리 개선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거래공시에 따르면 작년 국내 식품업체의 매출대비 R&D 투자 비율은 0.3~1%대로 나타났다. 작년 식품부문에서만 매출 8조 원을 넘기며 명실상부 국내를 넘어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한 CJ제일제당 역시 1.17%에 불과했다. 지난 3년간 매년 R&D 투자에 식품업체 중 가장 큰 규모의 평균 1500억 원을 쏟아 부으며 체질 개선에 나선 CJ제일제당이지만 매출대비 R&D 투자금액은 2016년 1.71%, 2018년 1.22%에 이어 점점 줄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이러한데 다른 식품업체들은 가히 말할 것도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식품업체들이 실적 둔화로 인해 수익성 회복에 주력하느라 R&D에 소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수익성 회복에 나선 것이 틀린 방법은 아니지만 이처럼 갈수록 R&D 투자를 줄인다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R&D 투자비를 늘리며 미래 경쟁력 확보에 나선 식품기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대상은 R&D 투자비용을 1년 새 5% 늘리며 신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식품연구소 내 전담 조직인 ‘편의연구실’을 운영하는 한편 1022억 원을 들여 오는 2022년 마곡산업단지에 R&D센터를 건설한다.

대상 관계자는 “기업 특성상 R&D 제품이 다수고, 대부분 상시로 연구를 하기 때문에 R&D 비용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풀무원은 신제품 개발과 식품안전 및 품질관리를 총괄하고 글로벌 연구경쟁력을 강화 일환으로 충북 청주 오송바이오폴리스에 870억 원을 투자해 첨단 R&D센터를 건립 중에 있다. R&D센터는 풀무원의 R&D 노하우와 역량을 바탕으로 다양한 신제품 개발과 제조기술 연구, 식품안전 품질관리의 중심역할을 할 계획이다.

이상윤 풀무원기술원장은 “글로벌로하스기업을 지향하는 풀무원만의 R&D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신제품 개발과 연구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거점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기업 중 매출대비 가장 많은 R&D 투자를 하는 곳은 샘표다. 전체 임직원 중 20%가 연구 인력으로 구성된 샘표는 연 매출액의 4~5%를 R&D 비용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샘표는 ‘맑은 조선간장(세계 최초 한식간장 복원)’ ‘요리에센스 연두(세계 최초 100% 콩 발효 요리에센스)’ 등 기존에 없던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며, 우리 전통장류의 영역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녹차유산균 연구센터’를 개소해 제주 유기농 차밭에서 발견한 새로운 유산균 소재의 연구를 강화하고 미생물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더욱 혁신적인 제품 개발을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녹차유산균 연구센터를 통해 해당 소재의 효능을 추가로 검증하고 건강식품과 화장품 등 여러 분야에서 녹차유산균을 사용한 혁신 제품 개발을 지속해서 이어나갈 예정이며, 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과 그 유전정보를 일컫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등 미생물로도 연구 분야를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은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투자를 통해 신제품을 만들고 육성해 식품산업을 발전시키고 더 나아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며 “우리 식품기업들도 세계 추세에 맞춰 R&D 투자를 늘려 고령친화식품, 대체식품, 기능성 식품 등 특정 소비층과 연령층에 맞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국내 식품업체들은 지나치게 보수적인 경향이 있어 도전보다는 안정을 택하는 곳이 일반적”이라며 “오히려 불황에 과감한 투자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국내 식품기업들이 혜안을 가지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김종구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현재 농식품부 R&D 지원예산은 400억~500억 원에 불과하지만 기업이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예산 규모는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업계간 공동기술을 통한 우리 고유의 원천기술 개발이 보편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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