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세일 등 음식 재활용과 가치소비 확산에 대한 생각-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99)
마감세일 등 음식 재활용과 가치소비 확산에 대한 생각-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199)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0.03.09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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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폐기물 줄이면 소비자-판매업체에 일석이조 비즈니스

최근 알뜰한 소비자들은 저녁 8~9시쯤 대형마트, 백화점, 빵집 등에서 하는 마감세일을 노린다. 이들 업체가 세일을 하는 이유는 음식이 상했거나 품질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오직 폐점시간이 임박해서다. 소비자는 돈을 절약해서 좋고 판매업체는 버리지 않고 팔아서 좋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석이조의 비즈니스라 최근 인기가 높다. 덴마크의 위푸드(We food)라는 슈퍼마켓은 2016년 문을 열었는데, 포장이나 라벨이 손상된 제품뿐 아니라 아예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까지도 팔고 있다고 한다. 덴마크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도 팔 수 있도록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유통기한 - 소비기한 구분 인식 늘어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연간 음식물쓰레기 처리 비용은 20조 원 이상이고, 전체 음식물의 7분의 1이 쓰레기로 버려진다고 한다. 미국 내 버려지는 식품은 매년 약 200조 원 규모인데, 이 중 약 20%가 유통기한 표기의 오해에서 비롯돼 아깝게 버려진 것이라 한다.

美 트럼프 정부는 2019년 4월 “2030년까지 미국의 식량낭비를 현재의 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정부와 민간단체가 협력해 추진한다고 선언했다. 이 세상에서 식량을 가장 많이 낭비하는 나라인 미국이 음식 폐기물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한 것은 의미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네덜란드의 식품유통체인 업체인 Ahold Delhize도 슈퍼마켓에서 나오는 음식폐기물을 50%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식량낭비의 심각성을 인지하기 시작했고 이를 줄이기 위해 기업과 국가가 노력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미국 식량 낭비 절반 줄이기 운동

반면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유통기한 임박 식품은 물론이고 품질유지기한 임박 식품까지도 마트에서 반품, 폐기대상이 되고 있고 이들 제품은 푸드뱅크나 복지시설에서 조차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우리들의 오해와 몽매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동안 소비자들은 유통기한이 임박했거나 경과된 제품을 무조건 먹지 못하는 것으로 인식해 오고 있어 아까운 음식이 다량 폐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1년 보고된 식량안보재단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통기한 전후로 폐기되는 우리 가공식품은 연간 8500억 원 대에 이르고 이중 유통기한 전에 폐기되는 경우도 35%에 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저렴한 유통기한 임박제품이 각광받고 있는 등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확 바뀌고 있다. 영업 마감 직전, 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포장에 조그만 하자가 있어 판매하기 힘든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파는 소위 ‘음식재활용 비즈니스’가 환경 트렌드를 타고 전 세계적으로 새로이 주목 받고 있다. 게다가 식당, 편의점, 카페까지도 폐점 임박 마감세일을 하기 시작했다. 덴마크의 ‘Too good to go’, 우리나라의 ‘라스트오더’ 등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미리 주문을 받기도 해 젊은 신세대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런 버릴 음식을 소비자들이 할인된 금액을 주고 사먹는 이유는 당연히 경제적 이익 때문이다. 어차피 당일 생산된 제품이라 음식의 품질이 눈에 띄게 떨어지거나 위험하지도 않다고 본 것이다. 이 비즈니스의 성장을 주도하는 젊은이들이 추구하는 더욱 큰 가치는 경제적 관점을 넘어 음식폐기물이 발생시키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줄여 지구를 보호하자는 환경보호 운동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최근 음식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바로보기 캠페인 등으로 인한 소비자의 인식 변화도 한몫했다고 본다.

덴마크 유통기한 지난 식품 판매

즉, 유통기한(sell by date, 판매 가능한 기한)과 소비기한(use by date, 섭취 가능한 기한)을 구분할 줄 아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유통기한은 팔 수 있는 시간일 뿐 식품의 수명이 아니라는 사실, 즉 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좀 지난 상품이라도 못 먹을 건 아니라는 생각이 음식 재활용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된다. 일본에서는 오래 전부터 라면, 레토르트식품, 발효식품, 과채류 등 비교적 안전한 상미기한(품질유지기한) 임박 식품전문점이 60~70%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끌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통기한 임박 및 품질유지기한 경과 제품에 대한 판매 및 기부제도가 선진국처럼 활성화돼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선 대국민 인식 개선과 기부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 사회적 공감대가 우선돼야 한다. 국내 식량자급률이 50%에도 못 미쳐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머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활폐기물 중 음식폐기물이 약 30%를 차지하고 있고 음식 폐기 비용만 해도 연간 8천억 원 이상이 든다고 한다. 식량자급율이 세상에서 가장 낮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식품 유통기한에 대한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바로 지금이 소비자단체를 위시한 산업계, 정부 모두가 힘을 합쳐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여야 할 시점이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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