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식품·외식 전례 없는 매출 추락…생존 위기
중소 식품·외식 전례 없는 매출 추락…생존 위기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0.03.09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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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전보다 30~50% 줄어…식재료 조달 원활치 않은 데다 가격 상승·자금 압박
中企중앙회 '대책본부’ 마련…aT 임대료 인하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로열티 면제·공급가 인하
농식품부 기금 운용 변경 업계에 480억 긴급 지원

코로나 사태가 좀처럼 진정 국면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중소 식품·외식업계가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 온라인 판매 증가로 한숨을 돌리고 있는 식품 대기업과 달리 B2B 중심으로 운영되는 중소 식품업계는 코로나 사태 이전과 비교해 매출이 적게는 30%, 많게는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식재료 수입량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산 식재료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데다 국내산 식재료 값이 오르는 상황이며 인건비, 금융비 등 자금 압박까지 받는 상황이어서 생존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코로나 확산 이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70%가 매출 감소, 중국 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인한 공급 차질, 원부자재 비용 증가 등 심각한 경영상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B2B 거래를 하는 육가공업체는 B2B 물량이 50% 가까이 줄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B2C를 함께 병행하는 기업의 경우는 매출 하락폭이 적지만 이는 대부분 식품 대기업에 국한되는 상황으로, 대다수 중소업체는 B2B 매출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외식업소와 학교급식 등으로 납품을 하는 한 육가공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가 산정된 것은 아니지만 50% 이상 매출이 급감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도산하는 업체가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김치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국산 저가 김치 공세에 밀려 빛을 못 보던 김치업계는 중국 현지 김치공장 가동 중단 등으로 중국산 김치 수입이 전년대비 20% 이상 감소한 기회를 살려 외식업계 등과 협업해 국내산 김치 확산에 주력한다는 방침인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고춧가루 등의 주 원료의 수입이 녹록치 않고 외식업소에서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중국산 김치보다 높은 국내산 김치를 꺼려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대형마트 등에서도 대용량 포기김치의 소비가 소폭 상승했을 뿐 실질적인 효과는 없다는 것이 업계 대다수 의견이다.

김치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주로 수입하는 농산물이 고추 당근, 깐마늘 등인데, 이를 대체할 국내 농산물 가격이 2주 사이 30% 이상 올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급식유통업체들은 된서리를 맞았다. 학교 개학이 연기되며 식재료를 공급이 어려워진 이들은 약 75%의 매출감소가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급식유통업체들의 경우 학교급식 발주 시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eaT)에서 입찰을 하는데, 보증보험 수수료와 농수산물유통공사 입찰수수료만 날리게 됐다. 만약 코로나 사태가 더욱 확산돼 개학이 또 연기될 경우 줄도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외식업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외식업체 전체 누적 고객 감소율이 6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K-firi)이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공동으로 진행한 ‘외식업계 코로나19 영향 모니터링 4차 조사’ 결과(2월 25일~28일) 95.2%에서 고객이 감소했다. 전주와 비교해 26.5%가 감소한 수치로, 전체 업체 누적 고객 감소율은 59.2%에 이르지만 이렇다할 대응방안이 없어 발만 동동거리는 형국이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장사를 하면서 IMF, 메르스 사태 등을 다 겪어봤지만 지금과 같은 암흑기는 처음”이라며 “40여 년간 운영해오던 음식점 문을 닫게 될까 두렵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가운데 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총 43개 회원사가 △3개월간 로열티 면제 △위생용품·방역 지원 △필수물품 지원 및 공급가 인하 △배달앱 비용·할인 프로모션 비용 지원 △임대료 지원 등 2만5600여 가맹점 지원대책에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최근 지속되고 있는 경영 환경 악화에 코로나 사태로 결정타를 맞으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맹본부들이 많지만 협회 회원사들이 ‘가맹점이 살아야 가맹본부가 산다’는 마음가짐으로 가맹점 지원에 동참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국회도 프랜차이즈업계 지원에 적극 나서 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에 중소기업중앙회는 ‘코로나19 중소기업대책본부’를 마련하고 중소기업공제사업기금 등 공제가입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경영부담 완화를 위해 대출 만기연장과 부금납부를 3개월 유예하기로 했으며, 중소업계 애로사항을 파악해 정부에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aT시설 임대료를 최대 50%까지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aT는 지난달부터 코로나19 대책반을 운영해 국내외 사업장 상황을 매일 모니터링하고, 정기소독과 격리실 설치 등을 통해 전염병 예방을 위해 체계적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다.

농식품부는 농산물가격안정기금 운용계획 변경을 추진한다. 변경된 예산은 식품·외식분야, 농식품 수출 분야 등에 483억 원을 선제적으로 지원한다.

식품·외식업체를 위해 농산물 원료구매 비용 등 운영자금 지원 융자규모를 200억 원 추가 확대하고, 금리도 현행 2.5%~3.0%에서 2.0%~2.5%로 인하한다. 또 수출업체에도 200억 원 확대 지원하는 한편 중국 수출업체에 대해서는 적용금리도 0.5%p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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