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발목 잡힌 유업계, 내수-수출 동반 하락…원유 과잉 비상
코로나에 발목 잡힌 유업계, 내수-수출 동반 하락…원유 과잉 비상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0.03.09 0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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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절기 소비 감소에 개학 늦춰져 우유 급식 물량도 막혀
집유량 증가-생산 감소 재고 누적 자금 압박
낙농가 생산 감축 등 사태 장기화 대비책 긴요
낙진회 전수배 조치·가공유 지원 사업 등 추진

코로나19의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여행 관광 등 경제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낙농·유업계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해외 수출의 감소와 더불어 국내 유제품 소비도 크게 줄어 낙농·유업계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동절기는 과거부터 우유 소비 비수기인데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집에서 생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필수품’에 속하지 않는 유제품은 매출이 특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또한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해 학교들이 방학을 연장하면서 우유 급식 물량마저 소진되지 않고 있어 소비는 더욱 부진할 수밖에 없다.

△2017~2020년 원유 수급지수(자료=낙농진흥회)
△2017~2020년 원유 수급지수(자료=낙농진흥회)
△원유 사용 및 잉여량 추이(자료=낙농진흥회)
△원유 사용 및 잉여량 추이(자료=낙농진흥회)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원유생산량은 점차 느는 반면 원유사용량은 줄어들고 있어 잉여원유량은 나날이 늘고 있는 상태였다. 이에 더해 올해 온화한 동절기 기후로 원유생산량은 크게 오른 반면 코로나19 영향으로 유제품 소비는 더욱 줄면서 잉여원유가 증가하고 있어 낙농진흥회의 원유수급전망에 따르면 수급지수는 지난 2월 0.63으로 전월인 1월 0.34 대비 약 84.5% 상승해 수급상태는 ‘주의’ 상태로 격상됐다.

아직 업계에선 대형마트와 같은 오프라인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과 비교해 인터넷 쇼핑몰 등 온라인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어느 정도 실적을 방어할 수 있는 상황이나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미칠 파문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피해를 최소화하고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 19의 영향이 2월에 더욱 악화돼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며 “오프라인 매장에서 전년 대비 5% 전후로 줄어든 판매물량을 온라인 판매를 통해 3% 전후라도 메꿔 피해를 최소화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업체들은 동절기는 유제품 비수기인데다 외출 자제로 인한 카페 물량 등이 빠지면서 역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봄 시즌은 유업계의 신제품이 나오기 시작하는 시기이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당분간 프로모션 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백색시유 외에 다른 가공유 제품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그 시작은 무지방 우유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4일 홈플러스는 매일유업 무지방 우유 발주를 2주 전부터 중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마트에서도 1월부터 2월까지 무지방 우유 매출이 전년보다 한 자릿수 이상 줄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초중고교의 개학일 연기로 급식 우유 소비량마저 절망적이다. 서울우유는 국내 백색시유 시장의 40% 내외 점유율로 시장 1위 업체이자 급식 비중은 5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전년 동월 기준 일 60만 개(200㎖ 기준)가 급식으로 소진됐다. 한 달 급식일을 21일로 계산했을 때 1260만 개가 급식으로 소비되며 이 기간 서울우유의 급식소비는 약 900만 개에 해당한다. 법정 수업일수 단축도 예상되는 상황인 만큼 올해 급식 전체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서울우유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인해 소비 심리 위축 등 경제 활력이 저하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으며, 판촉 행사 및 홍보 프로모션도 상당수 보류된 상황”이라며 “특히 3월 학교 개학 연기로 인해 원유 수급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고심하고 있다. 이달 전체 원유 수급 계약 연기 및 진행 차질을 우려 중인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6일 김현수 장관이 연세유업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유업계의 애로와 건의를 청취했다. (사진=농식품부)
△지난달 6일 김현수 장관이 연세유업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유업계의 애로와 건의를 청취했다. (사진=농식품부)

업계에선 코로나19 사태가 장기간 지속될 때를 대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늘어난 잉여원유를 보관하기 위해 분유를 만드는데도 수용량을 넘어서고 있어 남은 우유 처리가 곤란한 지경이며, 코로나19 종식 전까지는 원유생산량을 농가 스스로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낙농진흥회는 △주간 단위로 수급동향 모니터링을 실시해 수급전망에 대한 정확도를 높이고, △집유주체간 원유 전수배(원유가 남는 집유처에서 부족한 집유처로 이동) 기능 강화 △가공유 제조업체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 적용하는 등 올해 가공원료유 지원 사업의 수급안정 비중을 확대 운영해 코로나19로 인한 수급불균형에 안정화를 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확산일로에 있어 낙농·유업체 대부분 최근 집유량은 18~20% 증가한 반면 우유판매량은 20~30%씩 감소했으며, 수출은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많은 학교가 개학까지 연기해 분유재고량은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원유수급조절을 위한 전수배조치에도 분명 한계는 존재하기 때문에 지금의 위기를 타개하고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낙농·유업계간 협력차원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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