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비해 저가격 반사이익도 한몫
지난해 12월 22일 농심이 원재료 값 인상을 이유로 대표 브랜드인 신라면을 비롯해 짜파게티, 사발면 등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6.5% 인상한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라면 업계가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라면 시장에서 농심이 가격을 올리면 동종 업계는 늦어도 한 달 안에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 인상을 하는 것이 관례화돼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예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야쿠르트는 2월 1일부터 대표 브랜드인 왕뚜껑 용기면 가격을 개당 750원에서 800원으로 50원 인상했을 뿐 삼양식품 오뚜기 등은 당분간 인상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춧가루 팜유 등 일부 원료 값이 오르면서 라면 가격의 인상 요인이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가격을 인상하지 않는 것은 업계가 인상분을 자체 흡수해도 매출에는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오히려 라면 업계는 농심의 가격 인상을 호재로 보고 있다. 농심의 가격 인상으로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도 있지 않냐는 속셈이다. 동시다발적으로 가격을 인상해 소비자들의 반발을 사는 등 기업 이미지를 깎는 것보다는 현재 상태에서 ‘박리다매’식으로 제품을 판매해도 무방할 것이라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실제로 삼양식품의 삼양라면은 최근 공장에 재고가 충분하지 않을 정도로 제품이 잘 나가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는 지난해 말 새롭게 시작한 텔레비전 광고와 더불어 농심의 가격 인상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반사이익의 기대 심리가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다른 회사 제품으로 눈을 돌리거나 라면 소비가 갑자기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점에 비춰 볼 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언제 라면 가격을 올릴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왕뚜껑 가격만 인상한 야쿠르트도 당초 여러 품목의 인상 계획을 세웠다가 한 품목만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 업체는 내부 결정은 됐지만 윗선의 결재가 나지 않아 가격 인상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든 라면 업계가 이미 가격 인상 금액은 정해 놓았을 것”이라며 “서로 경쟁사 눈치만 보고 있다가 어느 한 업체가 인상을 발표하면 뒤따라 가격을 올린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공공 요금 등 전체적인 서민 물가가 오르고 있고 특히 라면은 생필품으로서 소비자 물가 인상이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표적인 서민 제품이어서 라면 업계가 소비자들을 크게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