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가격인상 늦추기 ‘이변’
라면 가격인상 늦추기 ‘이변’
  • 문윤태 기자
  • 승인 2004.02.03 04: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체들 소비자 반발 의식 눈치보기
농심 비해 저가격 반사이익도 한몫

지난해 12월 22일 농심이 원재료 값 인상을 이유로 대표 브랜드인 신라면을 비롯해 짜파게티, 사발면 등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6.5% 인상한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라면 업계가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라면 시장에서 농심이 가격을 올리면 동종 업계는 늦어도 한 달 안에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 인상을 하는 것이 관례화돼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예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야쿠르트는 2월 1일부터 대표 브랜드인 왕뚜껑 용기면 가격을 개당 750원에서 800원으로 50원 인상했을 뿐 삼양식품 오뚜기 등은 당분간 인상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춧가루 팜유 등 일부 원료 값이 오르면서 라면 가격의 인상 요인이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가격을 인상하지 않는 것은 업계가 인상분을 자체 흡수해도 매출에는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오히려 라면 업계는 농심의 가격 인상을 호재로 보고 있다. 농심의 가격 인상으로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도 있지 않냐는 속셈이다. 동시다발적으로 가격을 인상해 소비자들의 반발을 사는 등 기업 이미지를 깎는 것보다는 현재 상태에서 ‘박리다매’식으로 제품을 판매해도 무방할 것이라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실제로 삼양식품의 삼양라면은 최근 공장에 재고가 충분하지 않을 정도로 제품이 잘 나가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는 지난해 말 새롭게 시작한 텔레비전 광고와 더불어 농심의 가격 인상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반사이익의 기대 심리가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다른 회사 제품으로 눈을 돌리거나 라면 소비가 갑자기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점에 비춰 볼 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언제 라면 가격을 올릴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왕뚜껑 가격만 인상한 야쿠르트도 당초 여러 품목의 인상 계획을 세웠다가 한 품목만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 업체는 내부 결정은 됐지만 윗선의 결재가 나지 않아 가격 인상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든 라면 업계가 이미 가격 인상 금액은 정해 놓았을 것”이라며 “서로 경쟁사 눈치만 보고 있다가 어느 한 업체가 인상을 발표하면 뒤따라 가격을 올린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공공 요금 등 전체적인 서민 물가가 오르고 있고 특히 라면은 생필품으로서 소비자 물가 인상이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표적인 서민 제품이어서 라면 업계가 소비자들을 크게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