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팽이버섯 리콜을 보면서-제이 리(Jay Lee)의 미국 통신(31)
한국산 팽이버섯 리콜을 보면서-제이 리(Jay Lee)의 미국 통신(31)
  • Jay Lee
  • 승인 2020.03.23 0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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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원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찾아야
현지 식문화 이해하고 수출해야
FSMA 농산물 규정 등 파악해야
△이종찬 J&B Food Consulting 대표
△이종찬 J&B Food Consulting 대표

최근 미국에서는 한국산 팽이버섯을 먹고 리스테리아균에 감염돼 4명이 사망하고 30여 명이 식중독으로 입원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한국에선 팽이버섯을 세척 후 가열 조리해 먹지만, 미국은 익히지 않은 샐러드 형태로 먹는 등 식문화가 달라 식중독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샐러드를 익히지 않은 야채들로 만들어 먹는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미국에 새로 생긴 FSMA(식품안전화 현대화법) 규정 산하에 농산물 규정(Produce Safety Rule)이 신설돼 신선농산물의 규정을 강화하고 미국내 수입자는 FSVP(해외 공급자 검증제도)를 통해서 안전한 제품을 수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에 대해 느끼는 게 몇 가지 있다. 첫째는 원인 규정을 소비자의 식습관에 두는 피상적인 원인 파악보다는 오염원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리스테리아균은 섭씨 70도 이상에서 3∼10분 가열하면 사멸하기 때문에 팽이버섯을 익혀서 먹으면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샐러드를 먹는 미국사람에게 팽이버섯을 삶아서 먹으라고 얘기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며 FDA가 리콜에 대한 책임을 면제시켜 줄 사유도 되지 않는다. 이미 버섯류는 법적으로 농산물 규정(Produce safety rule)에 포함되어 있어서 생물학적 위해요소를 관리해야 하고 농업용수관리 등 여러 필요한 사항을 지켜야 한다. 원인 파악이 잘못되면 해결책도 틀려지고 향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둘째는 현지의 식문화를 이해하고 수출해야 한다. 외국에 수출할 경우에는 현지에서 어떻게 소비되는지 꼭 알아야 한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필요한 데이터이며 또한 식품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섭취방식 따라 위해요소의 심각성이 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김치 같은 경우에는 발효식품이지만 pH나 수분활성도에 의한 미생물 억제를 제어하지 않기 때문에 식품안전 상으로 샐러드에 가깝다. 거기에다가 살균과정이 없으므로 유해 미생물들이 생장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김치류 제품에 대한 식품 안전계획을 코스트코나 대형 리테일러에게 주면 식품안전담당자는 우리의 김치 제조과정에 대한 결함을 제기하곤 한다. 그것이 바로 문화의 차이다. 역으로 우리에겐 안전한 제품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겐 다른 식습관으로 인해 치명적이 될 수도 있다.

셋째는 새로운 규정을 알고 있어야 한다. 특히 농산물 규정의 경우에는 농업용수 관리, 퇴비관리, 종업원 위생관리 등 상당히 까다롭다. 필자가 2019년도에 FSMA 농산물 규정을 aT 주최로 세미나를 개최한 적이 있는데 미국으로 수출하는 업체들이 이에 대한 인지와 대응이 거의 미미하다는 것을 알았다. 해외에 수출하려면 해당 법을 알아야 하고 모르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해당국가의 법령을 어겼을 경우 모르쇠 자세가 면책사유가 되지 않는다. 특히, 미국법의 경우엔 법의 형량이 엄격하고 몰랐다고 봐주지 않는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의 농산물이 해외에 수출되는 양이 크지는 않지만 해당국가의 소비자 보호와 식품 오염 예방을 위해서는 농산물 생산 농가의 교육과 식품안전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 내 전문가가 없으면 해외 현지 전문가들과 협업으로 대응방안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은 전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난리다. 중국은 확진자 추세가 어느 정도 진정되는 듯하다. 그러나 최근 뉴스에 우한 주민들에게 돼지고기를 쓰레기차에 실어 배송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코로나로 인해 중국에서는 위생관리의 중요성을 또 한번 절감했으리라 생각되지만 세균오염이 될 수 있는 쓰레기차에 돼지고기를 배달한다는 일은 아이러니다. 중국이든, 우리든, 코로나든, 팽이버섯 리콜이든, 실패로부터 교훈을 배우고 두 번 다시 같은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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