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식품 이야기④:된장-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01)
전통식품 이야기④:된장-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01)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0.03.23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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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류 생산 감소 속 된장은 증가…간편·소용량 전략 주효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17년 국내 된장 소매시장 규모는 842억 원으로 2013년 669억 원보다 26% 커졌다고 한다. aT 자료에 의하면, 고추장, 된장, 간장 등 장류 전체 생산액은 2013년 7,837억 원에서 2017년 7,230억 원으로 7.7% 감소했으나 오히려 된장은 669억 원에서 842억 원으로 늘어났으니 돌파구를 찾았다고 봐야 한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가정간편식, 배달, 외식 등 소비패턴 변화에 따라 가정에서 요리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사회가 변하고 있고 요리에는 장류 대신 각종 소스를 활용하고 있어 장류시장은 몇 년째 하락일로를 걷고 있다. 편의성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식품시장을 리드하며 전반적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장류업계만이 시장 성장의 역설을 경험하고 있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업친 데 덥친 격으로 올 1월 1일부터 장류 제조업(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국내 장류시장은 대기업이 80%를 점유하고 있어 소상공인 사업영역을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였다. 이에 따라 장류시장의 대표격인 CJ제일제당, 샘표, 대상 등 대기업은 올해부터 5년간 예외적 승인사항 이외에는 해당 사업의 인수·개시 또는 확장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시장 활성화를 위해 된장업계는 요리 용도와 타깃에 특화된 소용량 프리미엄 제품 개발로 활로를 찾고 있고 소스에 첨가되는 B2B 시장, 해외 수출을 통해 성장을 꾀하고 있다. 최근 장류시장의 원료의 품질을 높인 프리미엄 시장의 성장과 소 용량 편의형 조미된장이 인기를 끌어 고급화, 간편화 전략으로 시장을 파고 든 것이 주원인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전통 장류의 기원은 확실치 않으나 ‘된장’은 원래 간장과 된장이 섞인 걸쭉한 형태의 ‘고려장’으로 불렸던 것으로 추측되며, 우리 된장 냄새를 ‘고려취(고려취)’라 불렀다고 한다. 중국 문헌인 「삼국지위지동이전」에 고구려 사람들이 장 담그기 등 ‘장양’을 잘한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선사시대부터 콩이 많이 나 콩을 보존하기 위해 소금을 넣고 장을 담갔을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장에 관한 기록은 「삼국사기(三國史記, 1145)」인데, 신문왕이 왕비를 맞이할 때 “폐백품목에 쌀(米), 술(酒), 기름(油), 장(醬), 꿀(蜜), 시(豉), 포(脯), 혜(醯) 등 135수레를 보냈다.”는 내용에서 그 당시 장류가 중요한 필수음식으로 인식됐음을 알 수 있다. 「해동역사」에도 발해에서 된장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문종 6년(1052년)에는 개경의 굶주린 백성 3만 명에게 쌀, 조, 된장을 내렸다는 기록도 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서 「구황보유방」에는 된장의 메주는 콩과 밀을 이용해 만든다는 제조법도 나온다. 콩으로 메주를 쑤는 방법은 「증보산림경제」에서 언급되기 시작해 오늘날까지 된장 제조의 기본이 되고 있다.

「식품공전」에서는 제조법에 따라 ‘한식된장’과 ‘된장’으로 분류한다. 한식된장은 “한식메주에 식염수를 가해 발효한 후 여액을 분리한 것”을 말하며, 된장은 “대두, 쌀, 보리, 밀, 탈지대두 등을 주원료로 하여 누룩균 등을 배양한 후 식염을 혼합하여 발효, 숙성시킨 것 또는 메주를 식염수에 담가 발효하고 여액을 분리해 가공한 것”으로 정의한다. 즉, 곰팡이 종균으로 자연균을 활용하느냐 선별된 종균을 사용해 인위적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전통된장과 개량된장으로 구분된다.

사실 위생, 안전성 측면에서 볼 때 한식된장이 더 위험할 수가 있다. 이는 자연균에 의한 발효이므로 제조환경을 철저히 관리하지 않는다면 메주에 다양한 곰팡이가 우점종이 될 수가 있어 일정하고 표준화된 제품을 생산하기가 어렵다. 또한 혹시라도 독소 생산 곰팡이에 오염될 수도 있어 대량생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식된장은 주로 영세한 농민이나 장인들이 소량 프리미엄으로 생산하고 있으나 곰팡이 독이나 바실러스 세레우스 등 식중독균에 의한 인체 위해 가능성과 기준규격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을 위험에 늘 노출돼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된장은 식욕을 돋우는 음식인 동시에 소화력이 뛰어나 과거엔 약(藥)처럼 쓰였다고 하며,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시켜 준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된장은 항암효과가 입증돼 대한암예방협회의 ‘암 예방 15개 수칙’에 “된장국을 매일 먹으라”는 항목이 들어있다고 한다. 반면 된장은 다량의 소금이 첨가돼 나트륨 이슈가 있고 메주의 곰팡이독 문제가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워낙 소량 첨가해 먹는 부재료의 조미식품이라 안전문제는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생각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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