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원유 비상 사태 ‘5% 감축안’ 요청 ‘초강수’
잉여원유 비상 사태 ‘5% 감축안’ 요청 ‘초강수’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0.03.24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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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진흥회, 학교 우유급식 중단 등으로 물량 과잉에 고육책
이달 재고 분유 적정선 넘는 1만 톤 예상
생산 증가분에 소비 감소분 3% 더해 산정
업계 일각 “15~20% 감축해야 도움” 주장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한 학교 급식우유 공급 중단과 더불어 동절 비수기의 소비 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는 유가공업계에 개학 시기가 4월 초까지 재차 연기되며 발등에 불똥이 떨어졌다.

백색시유소비량의 8.2%(2018년 기준)를 차지하는 학교우유 공급중단으로 인해 유가공 업체는 원유사용처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저장성이 없는 원유를 탈지분유로 가공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내에선 산업구조상 낙농가에게까지 피해가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만에 하나 유업계가 감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될 경우 원유폐기 등 큰 혼란까지도 예상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한 학교 급식우유 공급 중단과 더불어 동절 비수기의 소비 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는 낙농업계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유업체들은 잉여원유를 탈지분유, 멸균유로 생산하고, 관련 단체는 정부에 산업 안정화 지원 대책을 요청 중이다. (사진=식품음료신문 DB)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한 학교 급식우유 공급 중단과 더불어 동절 비수기의 소비 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는 낙농업계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유업체들은 잉여원유를 탈지분유, 멸균유로 생산하고, 관련 단체는 정부에 산업 안정화 지원 대책을 요청 중이다. (사진=식품음료신문 DB)

이에 낙농진흥회(회장 이창범)는 생산원유량의 5% 감축에 자율적인 참여를 호소하는 요청문을 계약농가들에 전달했다. 이 ‘5%’는 3월 중순 기준 생산증가분인 1.8%과 소비감소분인 3%를 더한 수치로, 낙농 생산부문의 단체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는 요청임에도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 ‘초강수’를 둔 셈이다.

그러나 몇몇 유가공업체들에는 이마저도 적은 수치라는 의견이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잉여원유량이 엄청난 상황에서 5% 감축은 너무 적은 수치로, 15~20% 정도는 줄여야 이러한 시국에 가공유업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재고분유가 가장 적체되는 이달 말에는 1만 톤을 상회해 적정선(4000톤)을 훨씬 초과할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낙농진흥회 관계자는 “5% 이상 감축을 요구하는 것은 낙농산업 전체를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작년 기준 전국 원유 생산량은 약 204만900톤에 달해 10%에 해당하는 양은 무려 20만톤 가량을 줄여달라는 말이다. 유가공업체들은 가격경쟁력이 있는 음용유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이겠지만 생산량이 낮아지고 소비량은 증가하는 하절기의 수급상황을 생각하지 않고 일률적인 감축이 이뤄진다면 산업 유지가 어렵다”라고 일침했다.

또 다른 유업계 관계자는 “수입산 원유가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에 국내 낙농가만 생산원유량을 줄이는 것은 명백히 불평등한 처사”이라며 “국내 원유 시장에 더 중요한 문제는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다. 과거 80%에 육박했던 원유자급률이 45% 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 계속적인 감축 요청은 수급 안정화와 국내 낙농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탁상공론”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우유협동조합, 남양유업 등 유업체들은 잉여원유량 처리와 줄어든 매출을 메꾸기 위해 멸균유와 탈지분유의 생산에 힘쓰고 있다. 멸균유의 유통기한은 4개월로 일반 우유의 8배 가량 되며, 탈지분유는 1년 이상 장기보관이 가능하고 여기에 물을 부으면 다시 우유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도 한계가 있다. 멸균유와 탈지분유는 포장 단가와 가공처리 비용이 냉장우유보다 비싸 수지를 맞추기 쉽지 않고, 저장성에도 일반 우유보다는 낫지만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

관련 단체들도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한 구제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낙농진흥회는 유업체간 원유 전수배(쿼터 감축), 분유가공시설 공용화 등을 추진하며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동시에 농식품부의 코로나19 관련 낙농산업 안정화 지원 대책도 요청하고 있다.

한국낙농육우협회(회장 이승호)는 지난 1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코로나19 관련 낙농산업 안정화 방안 마련 긴급요청 공문을 발송, △관계부처 협의 및 확정을 통해 정부지침 시달(유가공장의 주 52시간 근무 유예, 낙농특성을 반영한 목장 및 유가공장·집유장 관련 대응 매뉴얼 마련) △분유가공시설 노후화 교체 및 신규 설치자금 지원 △학교우유 공급 중단 등에 따른 잉여원유 처리지원(원유수매 등) 등을 농식품부에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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