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식품업계 해외 전략에도 차질
‘코로나 사태’ 식품업계 해외 전략에도 차질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0.03.23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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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 규제 등 제약 장기화 땐 타격…상황 주시 속 현지화로 타개 모색
CJ 글로벌 만두 사업-오리온 시장 지배력 강화
수출 급증하는 라면 SNS 활용 공격적 마케팅
정부 온라인 박람회 개최 애로 해소·신시장 개척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돼 100여 개국 이상에서 입국 제한 조치가 이어져 올해 식품업계 해외 경영 전략에도 차질이 생겼다. 장기적인 내수시장 불황에 코로나 사태까지 더해져 국내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각 나라 통관·물류 절차 강화 등으로 해외 수출길까지 제한돼 식품산업 전반적인 침체가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사람간 이동 제약이어서 물품 수출에는 큰 문제가 없고, 대부분 식품기업들이 현지 생산 공장을 보유해 아직까지 심각한 타격은 없지만 추후 현지 문제 발생 시 한국에서 파견이 힘들어 원활한 대처가 어려운 만큼 사업에 지장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aT에 따르면 올해 1∼2월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액은 10억689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0.2% 증가했다. 하지만 수출 의존국인 중국 수출액이 6.7% 감소하며 벌써부터 영향을 받고 있고, 일본은 입국 규제로 인한 피해가 예견되고 있다. 미국 역시 국경을 봉쇄하는 강수를 두고 있어 상황이 녹록치 않다.

aT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지역통제로 물류가 막힌 곳이 많아 물품을 제대로 보내지 못하는 곳이 많다. 식품 특성상 장기간 보관이 어려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피해가 확산될 것”이라며 “일본은 대부분 선박 화물 운송으로 진행돼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지에서의 소비위축 및 마케팅 활동 제한 등에 따라 하반기부터는 농식품 수출에 부정적 여건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업계 한 관계자는 “식품 소비는 늘고 있지만 물류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 사드 보복 조치로 인한 최악의 상황까지 전개될까 두렵다”고 답답해했다.

결국 이번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해외 매출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공통된 의견이다. 게다가 식품 특성상 안전성이 최우선인 상황에서 한국은 코로나 확진자 수가 많아 국가 신뢰마저 잃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식품업계는 각 수출국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난국을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지인 입맛에 맞춘 메뉴 연구를 통해 지속 성장 가능한 K푸드 브랜드를 전파하겠다는 것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미국 뉴욕대 앞에서 ‘비비고 만두’ 메뉴를 샘플링하는 ‘비비고 푸드트럭’을 운영하며 제품 알리기에 나서는 등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제공=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지난달 미국 뉴욕대 앞에서 ‘비비고 만두’ 메뉴를 샘플링하는 ‘비비고 푸드트럭’을 운영하며 제품 알리기에 나서는 등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제공=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를 전면에 내세웠다.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미국 서부지역에 신규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슈완스 등 인수 기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현지 유통채널 입점도 확대한다. 에그롤·스프링롤, 피자롤 등 현지에서 대량 소비되는 카테고리에 ‘한식 만두’를 접목한 신제품 개발도 박차를 가한다.

중국에서는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새우 등 해산물을 활용한 현지화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급변하는 중국 유통 시장 변화에 맞춰 온라인 판매에도 주력한다. 베트남은 ‘비비고 만두’를 앞세운 한식 만두와 현지식 만두로 투트랙(Two-Track) 전략을 지속 추진한다. 동시에 해산물 구매·가공 경쟁력을 기반으로 CJ까우제를 ‘해산물 만두 수출 확대의 전진기지’로 육성한다.

이 밖에 일본과 유럽에서도 수출을 확대하고 B2B 사업을 강화하는 등 ‘비비고 만두’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에 집중한다. 이를 통해 올해 국내외 만두 매출을 1조 이상 달성해 글로벌 만두시장 1위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 동안 축적된 연구개발력과 혁신기술 경쟁력, 성과창출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글로벌 만두 사업 확대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초코파이’를 통해 전 세계 입맛을 사로잡은 오리온은 올해 제과 신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특히 프리미엄 미네랄워터 ‘오리온 제주용암수’의 빠른 시장 안착을 목표로 삼았다.

중국에선 ‘오징어땅콩’ ‘치킨팝’ ‘찰초코파이’ 등 한국 파워브랜드를 적극 론칭하는 한편 김스낵, 쌀과자 등 신제품을 선보여 성장세를 더욱 강화하고, 현지 1위 커피체인 ‘루이싱 커피’와 손잡고 글로벌 물시장 공략에 매진한다.

베트남은 ‘오스타’ 등 새로운 맛을 공격적으로 출시해 생감자스낵의 브랜드파워를 높이고, 젤리 및 쿠키 등 제품 카테고리도 지속 확장하며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한다. 러시아는 ‘초코파이 다크’ ‘초코칩 초코파이’ 등 제품 라인업 확장에 성공한 초코파이 판매를 더욱 강화해 파이 시장 내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비스킷, 스낵 등 제품 다각화로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지역적 경계를 넘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품질 좋은 제품들을 지속 개발해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것”이라며 “특히 ‘오리온 용암수’의 해외 진출을 본격화해 새로운 성장의 모멘텀을 다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기대가 되는 곳은 영화 ‘기생충’ 효과와 코로나 사태 영향으로 신규 수출 주문이 늘고 있는 라면업계다. aT에 따르면 라면의 수출액은 1~2월 전년 동기 대비 중국 32%, 미국 21%가 증가했다.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아세안 지역 라면 수출도 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농심은 올해 미국, 중국, 동남아, 호주 등을 주요 전략 국가로 삼았다. 미국은 올해 완공 예정인 캘리포니아 제2 공장 완료되면 유탕면과 건면 설비까지 갖추게 돼 오는 2025년까지 미주 지역에서 6억달러(약 713억 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포부다.

중국은 기존 상해 등 대도시 중심에서 내륙 도시로 침투를 꾀할 계획이고, 동남아시아·유럽 등은 한류문화를 접목한 한식문화 알리기에 주력한다. 호주는 유튜브, SNS 등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앞세운 마케팅 강화에 나선다.

전 세계 76개국에서 ‘불닭볶음면’ 신화를 쓰며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의 50%를 넘긴 삼양식품은 올해도 현지 입맛을 고려한 제품 개발로 성공 가두를 달리겠다는 전략이다. 매운 맛에 익숙하지 않은 미국에선 현지인 입맛에 맞춘 신제품을 개발하고, 중국은 젊은 층을 겨냥한 오프라인 프로모션, 온라인 광고, 세계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 추진 등으로 인지도와 이미지 제고에 주력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중국, 동남아시아에 집중돼 있는 미국, 유럽 등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라며 “오는 2023년 밀양 신공장이 완료되면 수출 전초기지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오뚜기는 현지 특성에 맞는 신제품 개발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동남아시장 확대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정부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농식품부는 코로나 사태로 각 나라 입국 규제 강화 및 항공 운항 축소, 현지 오프라인 소비 위축 등 비마케팅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온라인 플랫폼과 해외 네트워크를 이용한 온라인 마케팅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로 취소된 동경·싱가포르·북경식품박람회 참가업체(131개사) 대상으로 수요조사 등을 거쳐 4월부터 온라인 박람회를 개최한다. 참가 희망 업체별 품목 상품페이지를 제작하여 매칭된 바이어들에게 상품 웹전단 송부, 샘플 발송 등 온라인 상담에 필요한 전반적인 사항을 지원한다. 추가 상담이 필요한 경우에는 ‘모바일 화상 상담’도 알선한다.

온라인 판촉은 오는 6월까지 14개국 유력 채널에서 한국 농식품 ‘기획 판촉(상반기 48회)’ 형태로 추진하며, 이를 통해 러시아·독일·프랑스 등 신규 국가 진출도 확대한다.

인삼 등 기능성식품은 베트남·중국의 노동절(5월) 등 선물 특수시기를 이용하고, 조제분유·영유아용 쌀가공식품에 대해서는 영유아 전문몰 입점 지원을 중점 추진한다.

아울러 미국 아마존을 시작으로 진행 중인 영화 ‘기생충’ 속 화제 식품 판촉을 오는 4월까지 신남방·유럽을 중심으로 온라인 릴레이 판촉 형식으로 지속할 계획이다.

김종구 식품산업정책관은 “코로나19로 식품 수출 여건이 크게 악화되고 있지만 비대면 마케팅 수요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어 이를 재도약의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해외 온라인 시장 진출 지원에 대한 정부 지원을 대폭 늘려 단기적인 애로 해소와 장기적인 신규 시장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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