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19와 식량안보
[기고] 코로나19와 식량안보
  • 이철호 명예교수
  • 승인 2020.04.20 0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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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이철호 이사장
△이철호 이사장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가 2차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일부 계층에서는 10%의 치사율을 보이는 전염병이 무서운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각 나라마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여행자를 차단하고 자국내에서 발생하는 지역을 봉쇄하고 사회적 거리 유지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12월에 중국 우환에서 시작된 전염병이 불과 3개월 만에 한국, 일본, 유럽,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로 퍼져 4월 8일 현재 143만4천명이 감염되고 8만2천명이 사망했다. 문제는 이 사태가 쉽사리 끝나지 않고, 아직 정점이 언제일지 알지 못하며, 완전히 극복되는 시기도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경제가 마비되는 상황에서 각 나라는 자국의 식량 확보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최근 세계 3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이 쌀 수출을 중단했고, 캄보디아도 뒤를 이어 쌀 수출을 금지했다. 밀의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는 지난 3월 20일부터 10일간 모든 종류의 곡물수출을 일시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했으며, 카자흐스탄은 밀가루를 비롯한 주요 식품의 수출을 중단했다. 중국 정부는 쌀 수매를 사상 최대로 확대해 수출물량이 줄어드는 정도에서 끝나지 않고 세계 곡물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2007/08년의 세계 곡물가격 폭등과 세계금융위기, 2010/11년의 세계 이상기후로 이어진 식량 불안정과 식량전쟁의 기미가 재현되고 있다.

세계 경제 마비 속 식량 시장 불안전 재현 조짐
식량안보재단, 자급률 60% 등 정책 로드맵 제시
21대 국회 ‘식량안보법’ 등 심도 있는 논의 바라

코로나19로 빚어지는 세계 식량시장의 교란과 경직을 보면서 그동안 선진국들이 주창해온 비교우위 경제이론에 근거한 글로벌 분업화와 신자유주의 무역자유화의 허상을 실감하게 된다. 시장개방과 관세인하를 통한 식량의 자유로운 교역이 가난한 개발도상국의 식량 접근성을 높여 세계 기아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설립 근거가 무색하게 되었다. 자국의 식량자급을 포기하고 값싼 수입 식량에 길들여진 대다수의 식량수입국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식량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미국, 일본, 서유럽 국가들에서 일시적인 사재기로 슈퍼의 식품이 동이 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가난한 나라들이 식량을 구하지 못해 국가적인 기아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은 이러한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식량자급실천국민운동’을 전개하여 식량생산을 늘리고 낭비를 줄이는 범국가적인 노력을 호소해 왔다. 한반도 통일과 식량안보를 위해 통일미 120만톤의 항시비축과 저소득층에 대한 쌀 무상지원을 남한에서부터 먼저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 쌀이 남아돈다고 생산 줄이기에만 몰두하는 단견에서 탈피하여 통일 후 식량수급을 감안한 증산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5년 내에 식량자급률을 60%, 식용콩 자급률 50%, 조사료 자급률을 50%로 올릴 수 있는 정책 로드맵도 제시한바 있다.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고 그 성과를 감독하는 가칭 ‘식량안보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인류사회는 미생물 세균과의 전쟁역사에서 이제껏 승리하여 살아남았다. 이제 바이러스라는 새로운 미생물의 도전을 받고 있으며 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오랜 시간 연구하고 투쟁해야 한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연구에 몰두하고 있으나 쉽게 답이 나오지 않고 있다. 호주 퀸스랜드 공대 워터하우스박사팀은 코로나백신에 사용될 토종식물의 게놈분석을 수년째 시도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이들 연구 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이 성과를 내어 코로나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 인류는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곡물자급률이 23% 수준으로 외국의 식량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나라에서 식량자급률 향상과 식량비축은 절대 절명의 과제이다. 새로 구성되는 21대 국회에서는 식량안보문제를 좀 더 심도 있게 다루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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