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부부 경영권 상실…삼양식품 향후 주목
오너부부 경영권 상실…삼양식품 향후 주목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0.04.13 0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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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대표 법무부 취업 제한 통지로 고배
정태운 생산본부장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
어닝 서프라이즈 이후 ‘불닭 신화’ 성패 관심

오너부부 경영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삼양식품 경영권이 전문경영인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향후 삼양식품 행보에 관련 업계와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삼양식품은 지난달 30일 주총에서 결의사항 제2호 의안으로 김정수 대표의 사내 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했지만 해당 안건이 법무부로부터 취업제한 관련 통지를 받아 무산됐다. 결국 2018년 처음으로 각자 대표이사로 경영자 자리에 오른 정태운 생산본부장이 단독 대표이사가 되며 경영권을 거머쥐게 됐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취업제한 관련 통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련 법률에 따라 법무부로부터 취업 시기가 되면 승인을 받은 후 취업하라는 취지로, 법무부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사내이사 선임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후보직을 사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회삿돈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오너부부 모두 경영권을 잃은 삼양식품 향후 행보에 관련 업계와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작년 11월 베트남에서 개최된 ‘제11회 한­베 음식문화축제’에 참여한 삼양식품이 동남아시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불닭볶음면’ ‘불닭볶음소스’를 현지인들에게 선보이고 있다.(사진=식품음료신문)
△회삿돈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오너부부 모두 경영권을 잃은 삼양식품 향후 행보에 관련 업계와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작년 11월 베트남에서 개최된 ‘제11회 한­베 음식문화축제’에 참여한 삼양식품이 동남아시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불닭볶음면’ ‘불닭볶음소스’를 현지인들에게 선보이고 있다.(사진=식품음료신문)

그동안 삼양식품은 총수인 전인장 회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경영돼 왔으나 2018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면서 대표이사직을 내려놨다. 계열사로부터 납품받은 포장재와 식재료 일부를 페이퍼컴퍼니로부터 받은 것처럼 조작해 49억 원 횡령 혐의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횡령한 자금은 자택 수리비, 차량리스 비용 등 사적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검찰 조사결과 드러나 작년 초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현재 수감 중이다.

이후 아내인 김정수 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아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돼 김 사장이 경영 총괄을, 정태운 생산본부장이 생산 및 제조 등을 맡는 역할을 했지만 김 사장도 2년 만에 대표이사직에서 결국 물러나게 됐다. 전인장 전 회장의 회삿돈 횡령 등에 김 사장도 가담했다는 이유다. 올 초 대법원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선고가 최종 확정됐다. 수감은 피했지만 횡령 및 배임에 따른 처벌은 받은 것이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5년간(집행유예 2년) 관련기업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불닭 시리즈’ 개발·론칭을 진두지휘하며 삼양식품 ‘제2 전성기’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김 사장은 주총을 통해 반전을 꾀했지만 사실 각종 비리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당사자가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의 여론도 비등했다.

게다가 작년 11월 법무부가 특정경제사범의 취업제한 및 인허가 등을 관리하는 특정경제사범관리위원회를 출범하며 이에 저촉된 사범에 대해 취업제한 등을 집행할 수 있는 체제가 구축됨에 따라 삼양식품 오너경영인을 첫 타깃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것이 세간의 중론이다.

삼양식품은 사실상 오너일가가 경영에서 물러나게 된 상황에서 이들을 대체할 새로운 경영인을 내세우기 어려워 정태운 단독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양식품은 작년 매출액 5435억 원, 영업이익 783억 원을 달성해 전년대비 각각 15.8%, 41.9% 성장했다. 당기순이익은 600억 원을 기록해 70% 이상 증가했다.

정 대표는 지난달 열린 주총에서 ‘지역별 맞춤 수출 전략’과 ‘브랜드 리빌딩’ 양대 경영 방침을 밝혔다. 국내에서는 불닭의 인기를 잇는 신제품을 지속 출시하고, 해외시장은 현지 맞춤형 라면을 선보이겠다는 전략인데, 삼양식품이 올해도 ‘불닭’ 성공신화를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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