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의 지각 변동’…간편식 비중 두 달 새 5%p 급증
‘식탁의 지각 변동’…간편식 비중 두 달 새 5%p 급증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0.04.13 14: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 이후 대형 마트·슈퍼마켓서 신용카드 구입 늘어
아침 겸 점심식 끼니 줄이고 스내킹…구이류 등 한식 반등
체중 부담 더는 채소·과일 애용…‘산지 직송’ 이용 샐러드로

연일 코로나19가 세계대전에 버금가는 변화를 우리 사회에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되는 가운데 경기 침체가 위기감이 아닌 현실이 된 지금 식품 소비의 변화가 더 급격하게 큰 진폭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19일 대구 신천지예수교회 집단 감염 발발로 경각심이 고조된 시기인 9~10주차(2월 23일~3월 7일)에 그 전 2주간인 7~8주차(2월 9~22일) 대비 주요 식료품 구매 채널인 대형마트, 창고형 할인매장, 슈퍼마켓, 친환경 식료품점에서의 신용카드 지출이 크게 늘었다.

신규 확진자 수가 줄어들면서 불안감은 줄어드는 대신 상황이 장기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자리 잡은 11~12주차(3월 8~21일)에는 또 다른 변화가 일어났다. 9~10주차에 비축형 소비로 지출이 크게 늘었던 창고형 할인매장의 지출은 증가분만큼 다시 감소하고, 근린형 유통인 슈퍼마켓 지출은 계속 증가한 반면 대형마트 지출 또한 9~10주차에 늘어난 수준을 유지했다.

식사를 마련하는 방법을 살펴보면 집에서 식사가 늘어난 만큼 내식과 간편식 이용이 모두 증가했다. 다만 2월 둘째 주에는 내식보다는 간편식 위주로 섭취가 증가했다면, 3월 둘째 주에는 내식 증가 폭이 커졌다. 코로나19 초기 곧 끝나리라는 생각에 간단히 한 끼를 해결하고자 했던 것이 상황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자리 잡으면서 좀 더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형태로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1월 둘째 주(1월 14~20일), 2월 둘째 주(2월 11~17일), 3월 둘째 주(3월 10~16일)의 소비자의 식단 구성을 보면, 국내 확진자가 나오기 전인 1월 둘째 주(1월 14~20일)와 비교해서 2월 둘째 주와 3월 둘째 주에 정식 세 끼 식사가 줄고 아침 겸 점심, 점심 겸 저녁, 간식, 후식 등 스낵킹(Snacking) 성격의 취식이 증가했다. 이는 집에서 지내면서 끼니 수를 줄이는 현상으로 보이고, 스낵킹에 적합한 빵과 유제품 음료 취식의 증가 또한 눈에 띈다.

또한 오픈서베이의 푸드다이어리를 통해 식단 및 메뉴 조사를 진행한 결과 2016년 7월 이래 한식 메뉴 취식률이 계속 감소해 왔는데, 이 기간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게 되면서 한식 메뉴 취식률이 크게 반등했다. 대신 국·탕·찌개가 구성에서 빠지고 구이류·볶음류 등 조리가 상대적으로 간단한 메인 메뉴가 상에 많이 오르는 트렌드가 보인다.

더불어 건강하게 먹고자 하는 의지,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활동량이 적어져 체중 증가에 대한 부담 때문에 채소와 과일 섭취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대량 구매하기 편하고 배송해주는 곳을 선호하다 보니 네이버나 카카오 등에서 ‘산지직송’을 이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계절 채소를 이용해 무침이나 냉채로 취식하거나 샐러드로 먹는 경우 또한 같은 맥락에서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단백질 및 육류의 중요도 또한 더욱 높아지고 있다. 2월 둘째 주에 전월 대비 취식이 증가한 한식 요리 반찬 메뉴 상위 5개 가운데 돼지고기구이와 삼겹살구이가 각각 4, 5위를 차지했다. 특히 외식을 못 하는 상황이다 보니 외식으로 많이 먹던 육류 메뉴를 내식이나 간편식, 배달음식으로 섭취하려는 경향이 보이고 있다.

오픈서베이가 푸드다이어리를 운영해온 지난 4년여 동안 간편식 시장이 성장하는 시기였는데도, 식단을 마련한 주된 마련법이 간편식인 식단의 비중이 증가하는 폭은 3%p정도로 그렇게 크지 않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코로나19 기간에는 이전 대비 간편식 식단 비중이 5%p 가까이 증가했다. 코로나19는 대한민국 소비자의 식습관 및 식단에 있어서 지난 4년간의 변화를 한 두 달 사이에 압축한 것보다도 더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