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기로 ‘급식업계’ 출구 찾기 고심
존폐 기로 ‘급식업계’ 출구 찾기 고심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0.04.28 0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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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난에 식재료 폐기까지…학생 가정에 친환경농산물 꾸러미로 돌파구 모색
대형급식 업체도 매출·이익 감소…비상
컨세션 사업 위기…단체급식 일부 휴업
HMR·주거 단지 식음료 사업 등 진출

지난 21일 서울시 소재 학교급식 업체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서울시도 각 지자체와 같이 친환경생활꾸러미 공급에 앞장서 급식업체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된다는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를 냈다.

개학이 또 다시 미뤄지며 결국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됐다. 등교가 무기한 연기된 것이다. 아이들의 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지만 학교급식 식자재 납품 업체들에게는 사형선고와 같은 소식이다. 소위 급식업계에서 통칭하는 ‘보릿고개’인 긴 겨울을 견뎠지만 코로나라는 복병을 만난 것이다.

중소 급식업체들은 치르지 못한 식자재 대금이 산더미처럼 불어났고,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감당하지 못해 심각한 자금난에 빠졌다. 특히 판로가 막혀 미리 확보한 급식용 식재료를 폐기하는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 구리시 소재 A 급식업체는 매년 평균 8개 학교에 급식을 납품하며 월 평균 매출이 2억 원가량을 올렸지만 올해 들어 3월까지 매출이 3000만 원에 그쳤다. 인건비, 임대료 등 매달 1000여 만 원의 고정비용이 발생하고 있어 폐업까지 고려하고 있다.

A업체 대표는 “정부에서 소상공인 특별 대책으로 100만 원가량 지원금에 저금리 대출을 지원방안으로 꺼내 들었지만 결국 빚으로 빚을 갚는 셈 아닌가”라면서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하소연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판로지원센터 운영 등을 통해 재고 식재료 폐기 등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1개월간 피해 예상 물량 전량 판매를 지원하고 있으며, 각 지자체에서도 전남을 시작으로 전북, 경기, 경남, 충남, 충북 등에서 관내 초중고 학생들 가정에 친환경농산물 꾸러미를 택배로 보내기 위한 논의가 한창이다. 이중 천안시는 학교급식용 농산물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특별판매전을 열어 악화일로의 관내 급식업체들을 지원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업체 역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온라인 쇼핑몰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쌓인 재고를 기존 학교 납품가격보다 절반 이상 낮춰 판매하며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상황은 대형급식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외식시장 위축과 재택근무로 인한 기업 단체급식 수요 감소, 학교급식 올스톱에 따른 식자재 공급 타격 등은 물론 공항 및 고속도로 휴게소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식음료를 제공하는 컨세션 사업도 위기를 맞고 있다.

작년 연 매출 3조 원 시대를 열며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경신한 CJ프레시웨이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보다 51% 감소한 32억 원에 그칠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적자도 예상된다.

CJ프레시웨이는 기존 주력사업에 대한 경로는 집중하면서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거래처들의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단체급식 사업부문이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그린푸드는 직격탄을 맞았다. 증권사에 따르면 현대그린푸드의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약 800억 원을 들여 건립한 ‘스마트 푸드센터’를 건립하며 B2C 시장 공략을 선언한 현대그린푸드지만 우선은 생산량 조절이 가능한 식품제조사업에만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아워홈 역시 고강도 자구책 대안에 나섰다. 기업간 거래에 강세를 보이고 있는 아워홈이지만 B2B용 가공식품류는 지난 2월부터 수요가 급감했고, 단체급식 일부 사업장도 문을 닫는 등 상황이 녹록치 않다.

아워홈은 돌파구로 대규모 주거단지 입주민을 대상으로 조식 및 중식, 카페 등 식음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거단지 전용 식음료’ 시장에 뛰어 들었다. 오는 5월 경남 김해시 김해센텀두산위브더제니스에 프리미엄 식음료 서비스 라운지를 오픈하며, 지속적으로 신규 수주 발굴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아워홈 관계자는 “외부로 나가지 않고 주거단지 안에서 고품격 식사와 디저트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어 입주민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며 “30년간 식음료 서비스 노하우를 앞세워 주거단지 전용 식음료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푸드도 1분기 영업이익이 38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신세계푸드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가정간편식 제품군 판매를 늘려 부진을 상쇄하는 전략을 꾀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급식 마진도 전년대비 하락이 불가피하고, 외식 매출은 더 타격이 크다”며 “무엇보다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소비 지출에 대한 여력이 부족해 고객수의 단기적 회복도 쉽지 않을 수 있어 2분기 상황도 낙관적이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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