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부대로 경쟁사 비방…알고 보니 ‘남양유업’
댓글부대로 경쟁사 비방…알고 보니 ‘남양유업’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0.05.08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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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 대행사 동원 맘 카페 등에 70여 건 올려
홍원식 회장 등 관계자 7명 명예훼손 혐의 입건

남양유업이 또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댓글부대를 동원해 경쟁사를 악의적으로 비방한 사실이 드러난 것.

서울 종로경찰서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등 남양유업 관계자 7명이 명예훼손 등 혐의로 입건돼 수사받고 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작년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상반기 회원 280만명이 가입한 맘 카페 등에 “매일유업 유기농 우유 성분이 의심된다” “우유에서 쇠 맛이 난다” “우유가 생산된 목장 근처에 원전이 있다” 등 매일유업 제품을 비방하는 글과 댓글을 수차례 올렸다.

매일유업은 내용이 비슷한 글이 반복적으로 올라온 것을 수상하게 여겨 작년 4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반복적으로 허위사실이 유포돼 소비자 혼란을 막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중 4개 아이디를 특정해 신고한 결과 경찰 조사 과정에서 광고대행사와 남양유업이 나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해당 글 작성자의 인터넷 주소를 추적한 결과 남양유업과 계약한 부산의 한 홍보 대행사를 지목했다. 홍보 대행사와 남양유업 본사를 압수 수색하자 홍보 대행사가 아이디 50개를 이용해 비방 글 70여 건을 조직적으로 올린 사실이 드러났으며, 남양유업 팀장급 직원 3명이 경쟁사에 대한 비방 글과 관련해 홍보대행사 직원들과 논의한 정황도 포착됐다. 심지어 남양유업이 이와 관련 해당 홍보 대행사에 대금을 지급한 것도 확인됐다.

모든 사실이 드러난 남양유업은 7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으나 사건 경위에 대해서는 실무자와 홍보대행사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일이라고 해명해 논란이 되고 있다. 실무자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경쟁사 비방에 대한 내용 역시 사실이라며 선을 그은 것이다.

홈페이지에 게시한 입장문을 보면 “과열된 홍보 경쟁 상황에 실무자가 온라인 홍보 대행사와 업무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매일 상하 유기농 목장이 원전 4㎞ 근처에 위치해 있다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해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고 해명했다.

업계에서도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사 비방 댓글을 단 자체가 도의를 벗어나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한데, 입장문을 보면 잘못을 시인하기보다는 ‘바른 말을 했지만 기분 나빴다면 미안하다’는 느낌이어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유업계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동종업계가 똘똘 뭉쳐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해도 모자를 판에 혼자만 살겠다는 심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며 “입장문 자체도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은 온데 간데 없고 또 다시 원전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경쟁사를 비방하겠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는 판단이 든다”고 안타까워했다.

사실 남양유업의 경쟁사 비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남양유업 직원 6명이 맘카페 등에 ‘매일유업이 이유식에 사료용 재료를 넣었다’는 등의 비방글을 올린 것이 밝혀져 매일유업과 법적 공방을 펼쳤고, 2013년에는 남양유업의 한 판촉원이 매일유업 분유 소비자에게 “매일유업 분유에서 유해물질이 나왔다”며 남양유업 제품을 권유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 2010년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한 남양유업은 동서식품의 ‘카제인나트륨’ 성분을 유해 성분인 것처럼 광고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특히 2013년에는 대리점에 재고를 떠넘기는 소위 ‘물량 밀어내기’ 정황이 드러나 사회적 불매운동으로 번지며 결국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선 남양유업이 해당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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