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카페인의 안전성-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08)
커피와 카페인의 안전성-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08)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0.05.18 0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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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커피 소비 세계 평균의 3배…카페인 섭취 수준은 안전
유럽 미국 일본 이어 세계 6위 다소비국
볶는 과정서 향기…드립·콜드 브루 등 분류
분말 제품 정체…프랜차이즈가 성장 주도

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하 평가원)은 성인의 경우 하루에 커피 4잔, 청소년은 에너지음료 2캔 이상을 마실 경우 카페인 최대 일일섭취권고량을 넘길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작년 국내 유통 21품목 883건을 대상으로 카페인 함량을 조사한 결과, ‘1회 제공량 당 카페인 함량’은 볶은커피(원두), 액상커피, 조제커피(커피믹스), 인스턴트커피, 탄산음료 순으로 높았으나 최근 3년간(2015~2017) 우리 국민 1인당 하루 평균 카페인 섭취량은 평균 65.7㎎으로, ’최대 일일섭취권고량‘의 17.6% 수준에 불과해 안전한 수준이라고 한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세계적으로 연간 1인당 커피 소비량은 평균 132잔인데, 우리 국민은 3배가 넘는 1인당 연간 353잔을 마신다. 매일 커피를 한 잔씩 마신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전 세계인이 매일 섭취하는 카페인 양은 평균적으로 70㎎이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마시는 미국인은 211∼238㎎이라고 한다.

평가원이 조사한 우리나라 ‘1회 제공량 당 평균 카페인 함량’은 볶은커피가 91.5㎎(분말 7g 기준), 액상커피 88.2㎎(250㎖ 기준), 조제커피 55.8㎎(분말 12g 기준), 인스턴트커피 54.5㎎(분말 2g 기준)이었다고 하며, 커피전문점 액상커피가 132.0㎎(400㎖ 기준)으로 높았으며, 에너지음료는 80.2㎎(250㎖ 기준)이었다고 한다. 식약처는 카페인 최대 일일섭취권고량을 성인의 경우 400㎎ 이하, 임산부는 300㎎ 이하, 어린이ㆍ청소년은 체중 ㎏당 2.5㎎ 이하로 설정해 관리하고 있다. 이에 비추어 연령별로 성인(만 19세 이상, 78.0㎎), 청소년(만 13~18세, 16.2㎎), 어린이(만 7~12세, 5.4㎎), 미취학 어린이(만 1~6세, 1.6㎎) 모두 ‘카페인 최대 일일섭취권고량’의 19.8%, 11.3%, 6.2%, 3.7% 수준에서 카페인을 섭취하고 있어 다행히도 매우 안전한 수준이라고 한다. 성인은 액상커피를 통해 44%의 카페인을 섭취하고, 청소년과 초등학생은 탄산음료를 통해 50~60% 섭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커피의 위험성이라고 하면 ‘카페인’을 말한다. 이는 코카인, 암페타민 등과 같이 흥분제 성분으로 분류되는데, 콜라, 초콜릿 등 대부분의 음식에 함유돼 있을 뿐만 아니라 감기약, 진통제, 식욕억제제 등 의약품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그러나 실제 카페인 섭취량은 적은 편이고, 따로 식품에 첨가하는 물질이 아니다. 그래서 美 식약청(FDA)에서는 안전한 식품첨가물인 GRAS (Generally Recognized As Safe)로 분류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식품첨가물로 허용돼 있다.

물론 카페인을 과잉 섭취하면 불안, 메스꺼움, 구토 등이, 중독 시에는 신경과민, 근육경련, 불면증 및 가슴 두근거림, 칼슘 불균형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커피를 마시면 피로가 덜해지고 정신이 맑아지며, 이뇨작용을 통한 체내 노폐물 제거에 도움을 주는 좋은 면도 있다. 그 외 장관의 연동운동을 도와주기도 하며, 예전 서양에서는 진한 커피를 천식치료제로 사용한 적도 있었다.

최근 커피시장이 무섭게 커 간다. 2018년 기준 6조8천억 원, 2023년엔 약 8.6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벌써 우리나라가 유럽,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6위의 커피 소비국이 됐다. 과거 우리나라의 커피산업은 인스턴트 커피믹스가 주도했는데, 88서울올림픽 때 원두커피 전문점이 등장하면서부터 커피시장이 다양화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배전두(원두) 커피시장이 에스프레소 시장으로 전환되기 시작했고 던킨도너츠, 뚜레주르 등 외식업체들도 커피 판매 비중을 높이기 시작했다. 현재의 커피시장은 분말제품이 정체중임에도 불구하고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 액상(RTD) 커피시장의 성장 덕에 급성장 중이다. 자가소비 확대로 커피머신을 갖추고 캡슐커피를 소비하는 인구가 크게 늘어난 것도 큰 역할을 했다.

세계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커피의 원산지는 북아프리카 에디오피아의 카파(kaffa)로 추정되며, 14세기 말 아라비아인들이 볶아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이교도의 음식으로 거부되다가 교황 클레멘트 8세가 세례를 내려 기독교인도 마실 수 있게 됐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고종황제가 처음 마셨다고 한다. 커피를 소리 나는 대로 한자로 써 ‘가배(珈琲)’라 쓰고, 빛깔과 맛이 탕약과 비슷해 ‘서양에서 들어온 탕’이라는 뜻으로 ‘양탕국’으로 불렸다고 한다. ‘생두(green bean)’를 건조시켜 300~400℃에서 볶으면 ‘원두’가 되고, 이를 분쇄하면 ‘레귤러커피’가 된다. 커피의 쓴맛은 카페인, 떫은맛은 탄닌에 의한 것이며, 향기는 로스팅 또는 배전이라는 볶음과정에서 생긴다. 커피 추출방법은 드립, 에스프레스, 콜드브루, 더치로 나눈다.

커피 역시 다른 모든 음식들처럼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모두 갖고 있다. 주식(主食)이 아닌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기호(嗜好)식품일 뿐이다. 우리 국민이 평균적으로 매일 한 잔 정도 커피를 마신다고 하니, 아직은 커피를 통한 국가적 위험성은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다만 하루 4잔 이상 과음하는 사람들에겐 걱정거리가 될 수는 있을 것 같다. 커피를 적절한 때와 장소에서 적당량만 즐긴다면 안전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사람(人)에게 좋은(良) ‘식(食)품(品)’으로 오래오래 사랑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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