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연초부터 잇단 악재
식품업계 연초부터 잇단 악재
  • 이지현 기자
  • 승인 2004.02.09 0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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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육류파동에 원부자재가 급등
매출 감소 우려 속 제품가 줄줄이 인상

전반적인 경기 침체에다 광우병 조류독감까지 겹쳐 시름에 잠긴 식품 업계에 설상가상으로 국제 농산물 가격 및 유가 인상 등에 따른 원부자재 가격마저 급등해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연초부터 제품가격을 줄줄이 인상하는 등 제조원가 부담을 덜기 위한 후속 조치를 단행하고 있지만 그로 인한 매출 감소 등이 우려돼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실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식용유, 장류 등의 원료로 쓰이는 대두의 톤당 수입 가격은 지난해 7월 262달러에서 12월 349달러로 6개월 만에 33%나 급증했으며 밀가루의 원료인 원맥 역시 같은 기간 동안 22% 가량 올랐다.

옥수수의 경우 지난해 톤당 120달러를 웃돌던 가격이 올 들어 10% 이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 농산물 가격 상승, 유가 인상 외에도 선복 공급량 부족 등을 이유로 운송료까지 톤당 20달러에서 4~5배 폭등해 식품 업계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대상과 CJ는 지난해 12월 일제히 식용유 가격을 인상했다. 업체 관계자는 “원자재로 쓰이는 콩 가격이 30% 이상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인상폭은 10%를 겨우 웃돌아 부담이 되는 건 인상 전이나 마찬가지”라며 “수입 가격의 경우 업체로서는 통제가 불가능한 요인이라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토로했다. 대상의 1.8ℓ 콩 식용유는 3050원에서 3450원으로, CJ의 1.8ℓ 콩 식용유는 2800원에서 3700원으로 각각 올랐다.

원맥 가격 상승으로 라면과 만두 값도 올랐다. 라면과 만두피의 원료가 되는 밀가루의 경우 수입 의존도가 높아 국제 곡물가의 영향을 많이 받는 품목으로 업체마다 “최근 들어 더욱 시세가 올라 자체 흡수에 한계를 느껴 가격 인상을 단행하게 됐다”는 공통된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농심이 신라면을 비롯한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6.5% 인상했으며 한국야쿠르트 역시 대표 브랜드인 왕뚜껑 용기면 가격을 개당 750원에서 800원으로 50원 인상했다. 풀무원의 물만두는 6950원에서 7450원으로 7% 가량, 면류 역시 10~18% 올랐다.

풀무원은 대두가 인상을 이유로 제품 납품 가격의 인상을 요구하면서 유통업체 까르푸와 마찰을 빚어 한동안 제품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현재는 판매가 재개된 상태로 두부 등 제품 대부분이 평균 15% 가량 오른 상황이다. 유통 업체에서도 최근 들어 수입 원부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한 납품가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최근 조류독감 광우병 등으로 관련 제품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대체 식품으로 각광 받고 있는 수산 가공 식품의 대표 참치 역시 가격 인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동원F&B에 따르면 지난해 초 톤당 700달러 하던 참치 가격이 참 치어장 감소 및 수요 급증 등을 이유로 톤당 890달러로 인상된 데다 면실유 역시 60% 가량 올라 부담을 안고 있는 실정이다. 면실유 사용을 채종유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 봤지만 이미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입맛에 새로 적응하는 데 대한 위험 부담이 더 커 가격 인상을 조심스레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가공 식품들의 잇따른 인상에도 불구하고 매출에는 크게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제품이 가정에서 매일같이 사용하는 것들로 쉽게 사용을 줄이기 힘든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농심의 관계자는 “라면 같은 경우 경기에 민감한 품목이 아니다”며 “인상 발표 직전 매출이 일시적으로 감소하기는 했으나 현재 예전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밝혔다.

유통 업체 일상가공식품 관계자는 “지난해 말 식품 업체에서 잇따라 납품 가격 인상을 요구해 온 이후 인상률만큼의 상승분이 반영돼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히며 “이달 들어서는 특별히 인상을 요구한 품목은 없으나 일단 가격 인상이 표면화되면서 관련 업체의 잇따른 가격 인상이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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