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호주서 토착화…국산 김치에 기회인가 위기인가?
‘김치’ 호주서 토착화…국산 김치에 기회인가 위기인가?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0.05.26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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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 방송에 김치 특집-축제서 김치 교실-셰프가 홍보-레스토랑선 김치 버거·샐러드…
종가집·한성김치 등 진출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망 입점
현지 김치 생산업체 증가…백인들 ‘Australian Made’ 선호
비건식 제조 400g 포장…투명 용기에 대자로 ‘Kimchi’ 표기
소용량에 역사·효능·유산균 등 건강 이미지 스토리텔링을

우리나라 김치가 세계적인 발효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는 가운데 호주에서도 건강식 열풍을 타고 메이저 시장에 파고 들고 있다.

발효식품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일본에선 최근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를 예방하는데 발효식품이 효과가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김치 판매량이 급증해 사재기 우려까지 야기됐다. 또 몇 년 전 미국 네브라스카 의학센터의 연구 발표에선, 김치가 면역력을 키우는 최적의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는 결과가 발표돼 김치에 대한 관심이 더욱 집중되었다.

이처럼 발효식품과 김치에 대한 건강의식이 확산되면서 김치 수출량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육류 소비 국가인 호주에서도 최근 비건 열풍이 불면서 비건식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에 김치에 대한 인지도도 크게 상승하고 있다.

코트라 멜버른 무역관에 따르면, 호주는 한국 김치의 수출 대상국 5위로 서구권 국가 중에서는 미국 다음을 차지하고 있다. 수출량도 증가 추세로 2019년 대호주 김치 수출액은 348만 달러로 전년대비 12% 증가했으며, 총 수출량은 1105톤에 달한다.

자료: KATI(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 KATI(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이는 현지 소비자들 사이에서 김치가 건강식인 동시에 채식 메뉴로 손꼽히기 때문으로, 대형 슈퍼마켓과 유기농 식품점 등에 입점이 잇따르고 있으며 주요 소비층도 한국 교민들과 아시아계 이민자에서 현지인들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현지인들의 뜨거운 관심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호주 한국문화원에서 진행하는 김치 만들기 수업에는 한인보다 현지인의 참여율이 더 높은 상황이며, 호주 공영방송국인 ABC에서는 김치를 주제로 특집기사를 방송해 김치의 역사와 레시피, 구매방법, 맛있게 먹는 법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또 과거 한국 식당에서나 맛볼 수 있던 김치를 현지 레스토랑이나 카페 등에서 김치 샐러드, 김치 샌드위치, 김치 버거 등 현지화된 메뉴로 즐길 수 있다.

아울러 현지 셰프들도 김치를 주목하고 있다. 호주 마스터셰프 출신의 스타 셰프인 Poh Ling Yeow는 Poh’s Kitchen이라는 TV프로그램과 Tasting Australia Festival에서 김치 클래스를 진행하는 등 김치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한편, 호주 현지에서 김치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Korea Kimchi 대표는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이 TV 방송을 통해 발효식품이 유산균이 풍부하고 면역력 증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건강식으로 김치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었으며 최근 김치 판매율이 급증해 공장에 자동화 생산설비를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시장 확대 속 호주산 김치 증가

과거 호주 시장에서 김치는 주로 한인 마트나 아시안 식품점을 중심으로 유통됐으나 현지 소비자들 사이에서 김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대부분의 대형 슈퍼마켓과 로컬 식료품점에서도 판매되는 등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판매 제품을 보면 한인 마트나 아시안 식품점에서는 한국의 종가집과 청정원, 수라상김치, 중국산 우리집김치와 한국 교포기업이 호주에서 직접 생산하는 코리아김치, 별미김치, 팔도김치 등이 있으며 종류도 포기김치, 맛김치, 깍두기, 열무김치까지 다양하게 취급하고 있다. 또 최근코스트코에는 한국산 한성김치가 입점했으며 콜스, 울월스, IGA와 같은 대형 유통망에는 Kehoe’s, Keep it Cleaner, The Goods 등 현지 브랜드 김치가 유통되고 있다.

△비건 열풍이 불고 있는 호주에서는 김치가 건강식인 동시에 채식 메뉴로 손꼽히면서 판매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산 김치도 주요 유통체인에 속속 입점하고 있다. 사진은 한인 마트와 코스트코 매장의 김치 진열대. (사진 출처= Damoa Mart, KOTRA 멜버른 무역관)
△비건 열풍이 불고 있는 호주에서는 김치가 건강식인 동시에 채식 메뉴로 손꼽히면서 판매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산 김치도 주요 유통체인에 속속 입점하고 있다. 사진은 한인 마트와 코스트코 매장의 김치 진열대. (사진 출처= Damoa Mart, KOTRA 멜버른 무역관)

◇Australian Made 선호

현지 미디어, SNS 등을 통해 김치의 효능과 레시피 등이 널리 알려지면서 호주에서 직접 김치를 생산하는 호주 식품업체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산 김치의 대부분은 500g부터 5kg까지 전통적인 맛의 김치로 플라스틱 용기, 봉지, 박스에 대용량으로 판매된다. 그렇치만 현지 슈퍼마켓과 오가닉 매장을 통해 유통되는 호주 브랜드는 400g 내외의 소용량 포장이 일반적이고 유기농 배추, 마늘, 생강 등을 넣어 프리미엄 또는 비건식으로 제조된다. 또 내용물이 잘 보이도록 투명 플라스틱 용기 또는 병에 담겨 있으며, 중간에 'Kimchi'라는 제품명을 크게 새겨 소비자들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등 현지화와 차별화를 전개하고 있다.

△김치의 인기로 호주 현지산 김치도 증가하고 있는데, 한국산과 달리 소용량 포장, 프리미엄 또는 비건식으로 제조되고 있으며 투명 용기에 포장되는 등 현지화와 차별화를 통해 한국산과 경쟁하고 있다. (사진 출처=Kimchi Club, Gaga’s)
△김치의 인기로 호주 현지산 김치도 증가하고 있는데, 한국산과 달리 소용량 포장, 프리미엄 또는 비건식으로 제조되고 있으며 투명 용기에 포장되는 등 현지화와 차별화를 통해 한국산과 경쟁하고 있다. (사진 출처=Kimchi Club, Gaga’s)

이에 대해 무역관이 접촉한 모 벤더는, 이미 기존에 유통되고 있는 전통적인 김치가 아닌 차별화된 김치로 현지 소비자들은 100% 비건을 선호하고 있으며 유기농 원료 또는 콜리플라워, 베이비 당근, 케일, 적양배추 등 건강식 야채를 활용한 김치를 선보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무역관은 한국산 김치가 현지 메이저 시장에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현지 김치 브랜드 대부분이 소비자가 구매하기에 부담없는 소용량 사이즈로 출시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패키징에 채식, 천연성분, 유산균, 발효 등 건강식 이미지를 부각시켜 프리미엄 식품으로 공략히야 하며 김치의 역사, 효능, 원료, 맛있게 먹는 법 등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라벨에 적어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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