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산물 생산 단 10%의 희비
[기고] 농산물 생산 단 10%의 희비
  • 신동화 명예교수
  • 승인 2020.06.01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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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 명예교수 (전북대학교,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신동화 명예교수
△신동화 명예교수

계절 구분이 모호해지고는 있지만 주로 한데서 생산되는 농작물이 본격 출하되는 시기다. 제철 농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인위적으로 생산량을 결정할 수가 없다. 기후환경에 너무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씨 뿌릴 때 적당히 비가 와야 하고 자라는 과정에서도 생장 조건에 맞고 필요에 따라 적절히 병충해를 관리해야 제대로 된 상품을 낼 수 있다.

그래서 농사는 하늘의 뜻에 따른다는 의미에서 ‘순풍순우(順風順雨)’가 기본요건이며, 여기에 농부의 정성이 곁들여야 원하는 수확량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생산된 농산물은 가장 중요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마무리된다. 올해도 봄 양파부터 시작해 감자, 채소류, 가을배추, 무가 생산될 것이다.

농산물 소비처는 크게 국내 소비(가공포함)와 수출로 구분되는데, 과실과 같이 저장성이 있는 경우 저장이라는 완충 역할이 있어 조금 나은 편이나 배추나 무 상추 등 엽채류나 근채류는 저장유통의 어려움으로 생산량에 따른 가격진폭이 너무 크다.

해마다 생산량에 따라 생산자 농민과 소비자의 희비가 엇갈리며 이를 관리해야 할 정부 기관도 난처한 처지에 몰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제2의 주식이라고 여기는 김장용 배추나 무의 경우 연간 200~300만 톤에 이를 정도로 생산량이 많을 뿐 아니라 소비자 물가 영향도 커 모두의 관심 대상이 된다.

농산물의 경우 수요량의 10%가 증산되거나 감산 되면 폭등, 폭락의 널뛰기를 한다. 국내외 수요량을 정확히 점쳐 생산량을 조절하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다. 자연조건과 소비자 심리상태까지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보통 품목별로 10% 증산이 됐을 때는 과잉으로 가격하락에 따른 생산자 농민의 원성이, 10% 이상 감산이 됐을 때는 가격폭등으로 소비자의 불만이 커진다. 정부는 수요량이 과부족할 때 급히 수출입해 급한 불을 끄려 하지만 시간 여유가 없으니 가격, 품질 그리고 필요량에서 만족하기가 어렵다.

과잉생산의 경우 가격폭락으로 피땀 흘려 생산한 농작물을 갈아엎는 가슴 아픈 비극을 본다. 적정수요량의 10% 내외 진폭은 수시로 일어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며 이제 생산된 양에 맞게 소비자가 소비를 조절하는 슬기를 발휘할 때다.

얼마 전 일간신문에 ‘착한 고구마 향기’라는 제목으로 전남 해남의 왕고구마에 대한 소식이 전해졌다. 가격폭락으로 판로를 잃어 시름에 빠진 농민을 구해냈다는 얘기다. 한 대기업의 경영자가 자기 유통망을 이용해 판매를 도왔고 더 나아가 고구마를 이용한 가공제품생산으로 과잉량을 흡수해 양쪽이 모두 만족했다는 훈훈한 이야기다.

현재 모든 국민이 힘을 합쳐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고 있다. 역병은 일어나지 않아야 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발생했을 때 우리 국민이 한뜻으로 물리치는 힘은 가히 세계의 모범이 됐고 민족의 저력을 전 세계에 여실히 보여줬다.

이 힘을 농민이 힘들여 생산한 농산물에도 발휘했으면 한다. 과잉 생산된 농산물 10%는 우리 5000만 소비자가 소비량을 10%만 늘리면 쉽게 해결되고 부족한 경우 10%만 줄이면 폭등 없이 모두가 행복한 결과를 낼 수 있다.

이때 국가의 역할도 중요하나 유통업체는 물론 일반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여기에 대기업의 유통망이나 그들의 가공설비를 이용한 가공제품 생산에 참여하면 폭락, 폭등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농민단체도 계획생산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우리 민족은 상부상조 정신이 정신문화 밑바탕에 내제돼 있다.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전체 5%에도 미치지 못하고 그 대부분도 고령층에 속한다. 우리 가족, 농민을 배려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가 모두 힘을 합쳤으면 한다. 정부 역시 농민이 재배, 생산할 수 있는 작목을 획기적으로 확대해 극히 제한된 작물에 집중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

농산업은 전자나 자동차 등 공산품과는 다른 생명산업이며 부족한 경우 대체가 불가능하다. 주곡과 꼭 필요한 과채류는 최소한 안정적으로 국내 생산여건을 만들어 국민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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