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맛] ‘레몬 사와’ 일본서 2차 열풍…주류 시장 판도 바꾸나?
[일본의 맛] ‘레몬 사와’ 일본서 2차 열풍…주류 시장 판도 바꾸나?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0.06.02 0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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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등 전국적 축제 붐…코카콜라 132년 무알코올 전통깨고 RTD음료로 출시
소주에 탄산수·과일즙 인증 샷 유행…술 약한 사람도 즐겨
피로 회복 등 건강 효과…음료·과자·아이스크림 등으로 확산
아사히·기린 등 주류 업체 진출…산토리 간편한 캔 제품 히트
코로나로 홈술족까지 애용…한국식 과일 소주 진출해 볼 만

일본 시장에서 레몬 사와 열풍이 심상치 않다.

소주나 청주 등에 탄산수를 섞은 후 감귤이나 레몬 등 생과즙을 넣어 마시는 일종의 칵테일인 일본의 사와는 1960년대부터 퍼지기 시작해 현재까지 대중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 여기에 최근 레몬이 피로회복 뿐만 아니라 골밀도 및 고혈압 개선 등 다양한 건강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레몬을 주제로 한 과자와 음료, 술, 아이스크림, 피자, 스테이크 등 관련 제품 출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사와에 레몬을 곁들인 ‘레몬 사와’가 주류 시장에 열풍을 일으키면서 신제품 출시 경쟁도 치열하다.

코트라 나고야 무역관에 따르면, 레몬 사와 열풍은 전국적인 축제가 열릴 정도로 인기가 쉽게 꺼지지 않고 있으며 주류 회사들은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무알코올 음료만 만들던 코카콜라도 132년 만에 그 전통을 깨고 레몬 사와를 출시했을 정도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집술, 혼술 움직임이 지속되면서 레몬 사와 시장은 앞으로 더욱 성장할 전망이다.

일본 강타한 레몬 사와

레몬 사와가 도쿄를 시작으로 일본 전역을 강타하고 있다.

얼려둔 레몬을 통으로 썰어 넣거나 눈앞에서 직접 생레몬 즙을 짜는 등 개성 넘치는 레몬 사와가 술집 메뉴판에 등장하면서 젊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도수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독한 술을 즐기는 사람부터 술이 약한 사람까지 모두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일본에 레몬 열풍이 불면서 오랫동안 서민 술로 사랑받던 사와에 레몬을 곁들인 ‘레몬 사와’가 열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엔 코로나19로 인해 집술, 혼술, 온라인 회식 등이 유행하면서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출처 : pixabay, 일본 식품산업경제신문)
△일본에 레몬 열풍이 불면서 오랫동안 서민 술로 사랑받던 사와에 레몬을 곁들인 ‘레몬 사와’가 열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엔 코로나19로 인해 집술, 혼술, 온라인 회식 등이 유행하면서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출처 : pixabay, 일본 식품산업경제신문)

이러한 인기 열풍으로 2017년에는 처음으로 도쿄에서 ‘레몬 사와 페스티벌’이 개최됐다. 현재는 오사카, 나고야, 삿포로 등 일본 전역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이 페스티벌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레몬 사와와 함께 닭튀김 등 레몬 사와에 잘 어울리는 간단한 안주를 즐길 수 있다. 지금까지의 누적 입장객 수는 총 10만 명을 돌파한 상태이다. 또한 레몬 사와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술집도 등장하고 있는데 이들은 레몬 사와의 베이스가 되는 술이나 꿀, 소금 등 부재료를 차별화 포인트로 삼고 있다.

이처럼 1960년대에 주머니가 가벼운 일본의 서민들을 위한 술로 시작한 레몬 사와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 인기 비결은 SNS에 인증샷을 올리고 싶을 정도로 예쁜 모습과 함께 도수가 낮으면서도 상큼한 맛으로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15년에 우리나라에서도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자몽, 청포도, 복숭아 등의 맛을 내는 과일 소주가 인기를 얻으면서 품귀 현상이 일어났었는데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레몬 사와 RTD음료로 확대

△레몬 사와의 인기는 RTD음료 시장으로 퍼져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각 기업들의 신제품 출시 경쟁도 치열하다. 사진은 코카콜라(위)와 산토리에서 출시한 레몬사와 캔 제품. (사진=각 사)
△레몬 사와의 인기는 RTD음료 시장으로 퍼져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각 기업들의 신제품 출시 경쟁도 치열하다. 사진은 코카콜라(위)와 산토리에서 출시한 레몬사와 캔 제품. (사진=각 사)

이자카야에서 시작된 레몬 사와의 인기는 RTD 음료 시장으로도 번져나갔다.

아사히, 기린, 산토리 등 주류 업계의 강자들이 이미 레몬 사와 시장에 진입해 있는 가운데 무알코올 음료만 취급하던 코카콜라도 132년 만에 그 전통을 깨고 ‘레몬당’이라는 이름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레몬당’의 브랜드 매니저에 따르면, 새로운 알코올 음료를 개발하기 위해 이자카야를 방문했다가 일본의 레몬 사와 인기를 처음으로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 “캔으로 된 주류 중에도 레몬 맛이 가장 잘 팔리는 등 레몬이 RTD 음료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판단해 레몬 사와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또한 코카콜라는 보다 다양한 소비자층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3%, 5%, 7%, 9% 등 4가지 도수의 제품 라인업을 구성했다.

산토리는 2018년 2월에 레몬 사와 원액을 출시해 메가 히트를 쳤다. 이는 얼음, 소다수 등으로 희석해 각자 취향에 맞게 사와를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한 제품으로 출시 후 6개월 만에 연간 목표의 약 10배인 30만 케이스 판매를 기록했다. 2019년 3월에는 캔으로 된 제품도 선보였는데, 이 캔 제품의 판매도 당초 목표 대비 4.7배를 달성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에 대해 산토리 관계자는 “일본의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맛이 예전에는 달달하면서 입에 착 감기는 맛이었다면 지금은 술집에서 마시는 레몬 사와처럼 상쾌한 맛으로 변하고 있다”고 인기 비결을 설명했다. 그는 또 “2020년 매출 목표는 전년대비 각각 캔 제품을 46%, 병 제품을 10%, 업소용 제품을 24% 성장시키는 것”라고 밝혔다. 산토리는 실제로 올해 30~60대의 남성 소비자들에게 수요가 높은 도수 9%의 고알코올 제품을 신규 투입해 라인업을 확충했다.

코로나19, 레몬 사와 성장 기폭제

코로나19가 불러일으킨 ‘집술’ 트렌드는 레몬 사와 시장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폭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무역관이 인터뷰한 한 전문가는 “지금까지는 주로 술집에서 레몬 사와를 즐기고 있었던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술을 마실 수밖에 없게 되면서 새로운 고객층이 유입되고 있다”며, “이것저것 재료를 섞을 필요 없이 바로 마실 수 있는 캔 제품은 이들에게 안성맞춤인지도 모른다”라고 전망했다.

자료: 산토리 RTD 시장 리포트 2020
자료: 산토리 RTD 시장 리포트 2020

산토리의 연간 조사에 따르면 일본 RTD 음료 시장은 2019년 기준 전년 대비 12% 성장한 2억 2,975만 케이스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12년 연속 플러스 성장을 거듭한 결과로, 2010년과 비교하면 시장 규모가 거의 2배로 커진 것이다.

특히 두드러지는 것이 도수 7% 이상의 고알코올 음료인데 최근 10년간 시장 규모가 5배 가까이 확대됐다. 또한 소비세가 인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2020년에도 RTD 시장의 성장세는 거듭되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성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RTD에 대한 강한 선호도는 소비자의 연령대가 낮을수록 뚜렷한데 해당 조사에서 20~30대는 최근 1개월 내 집에서 가장 많이 마신 술로 맥주가 아닌 RTD를 꼽았다. 40~50대는 여전히 맥주를 가장 좋아하지만 RTD가 2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역시 RTD 시장의 유망한 소비자군으로 볼 수 있다.

자료: 산토리 RTD 시장 리포트 2019
자료: 산토리 RTD 시장 리포트 2019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 RTD 음료 시장에서 레몬 사와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레몬 사와의 비중은 2016년까지는 조금씩 축소되고 있었으나 유행이 시작된 2018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늘어 현재는 4할에 가까운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인다. 그러므로 집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레몬 사와 시장의 성장 동력도 강해진다는 점을 유추해볼 수 있다.

자료: 산토리 RTD 시장 리포트 2020
자료: 산토리 RTD 시장 리포트 2020

한편, 무역관에 따르면, 최근 일본에서는 음식점, 클럽 등에서의 집단감염을 우려해 이를 대신한 ‘온라인 술자리’가 트렌드로 대두되고 있다. 온라인 술자리란 친구들과 직접 만나는 대신에 웹의 그룹 영상통화 기능을 활용해 술을 마시는 것을 의미한다. Meuron사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온라인 술자리에 참가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7%에 달했다. 이처럼 집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레몬 사와를 대표주자로 하는 RTD 시장의 성장 여력이 앞으로도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무역관은 또 레몬 사와 시장의 파이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은 포도, 자몽, 오렌지, 사과 등 다른 맛의 사와도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러므로 개성적인 비주얼과 상쾌한 맛이라는 레몬 사와의 성공 공식을 적용한다면 일본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며, 특히 과일 막걸리, 과일 소주 등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주류 관련 기업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일본 시장의 문을 두드려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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