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정책 ‘묶음 재포장 금지’…환경부 내년 1월로 전격 연기
설익은 정책 ‘묶음 재포장 금지’…환경부 내년 1월로 전격 연기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0.06.2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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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소비자 반발 부담…6개월 유예 기간 두기로
협의체 의견 수렴 3개월 시험 운영…내년 1월 시행
식품 업계 “단순 판촉 아닌 안전·보존성 위한 장치”
“가족 단위·업무용 선택권 제한…영업 자유도 침해”

다음달 1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재포장 금지’ 규정이 내년 1월로 연기된다. 규정은 7월 1일부터 시행되지만 6개월 유예기간을 둔 것이다. 전 세계 유례없는 ‘묶음 할인판매’ 금지라는 강력 규제가 업계 반발과 소비자들로부터도 외면을 받자 제도 도입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환경부는 22일 ‘제품의 포장 재질·포장 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의 고시안과 가이드라인을 이해관계자들과 재논의하고, 계도기간 성격으로 법규 집행을 내년 1월까지 유예한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세부지침(가이드라인, 재포장금지 예외기준 고시)을 재검토하는 등 원점에서 다시 보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동안 관련 업계와 수차례 간담회를 갖고 재포장 금지 적용대상(1+1 등 판촉을 위해 단위제품 등을 2개 이상 묶어 포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규제 내용이 수시로 바뀌며 업계 혼란만 야기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과 여론의 질타를 수용한 것이다.

송형근 환경부 자연환경정책실장은 “생활폐기물의 35%를 차지하는 포장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제품 유통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재포장되는 포장재 감축은 필수”라면서 “이번 제도는 묶음 할인 자체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과대포장 줄이기를 위한 것이다. 제도 본래 취지인 과대포장 줄이기를 위해 세부지침을 면밀히 보완해 내년 1월부터는 제도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그동안 쟁점이 되었던 사항들을 모두 논의 선상에 올려 3개월간(7~9월) 제조사·유통사·시민사회·소비자·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 업계가 새로운 제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3개월(10~12월) 적응 기간을 거친 뒤 이 기간 소비자 여론조사와 제조사·유통사 등 관련 업계의 현장 적용 가능성도 평가한 후 도출된 문제점을 수정·보완해 내년 1월부터 본격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환경부가 시장 환경을 간과한 채 막무가내식 정책 결정을 펼치는 것에 유감을 나타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환경부는 환경, 소비자 등을 전면에 내세워 기업들을 압박해왔지만 이번 ‘재포장금지’ 규제는 소비자 호응을 얻지 못하자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며 “묶음 포장은 단순 판촉 목적이 아닌 외부 충격에 약한 식품의 안전성과 보존성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임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는 재포장이 금지되는 제품은 낱개를 여러 개 가져가거나 띠지 등 다른 방법으로 묶어 가격할인 판촉을 하면 된다고 하지만 가족단위 또는 업무용으로 관련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경우에는 본인이 필요한 유형의 상품을 선택할 수 없고 오로지 낱개로 된 단위제품만을 구매할 수 있어 기업의 영업 자유 및 소비자 자기결정권 등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환경부는 시행에 앞서 규제가 국가경제와 식품업계에 미치는 영향, 소비자가 얻는 이익 등을 면밀히 검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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