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간장 ‘산분해’ 비율 주표시면 기재 논란…안전 유무보다 소비자 알권리가 우선?
혼합간장 ‘산분해’ 비율 주표시면 기재 논란…안전 유무보다 소비자 알권리가 우선?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0.06.29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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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3-MCPD’ 유럽 수준 강화 협의 후 식약처 표시 기준 개정에 당혹

혼합간장 주표시면 표시 여부를 두고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같은 유형의 혼합식품 중 간장만 주표시면에 표시하라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주장과 산분해간장 90% 이상 함유에도 양조간장과 같이 분류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고 판단 역시 소비자 몫이라는 주장이 팽배하게 맞서고 있다.

지난 5월 식약처는 혼합간장에 산분해간장 등의 각각의 비율과 총질소 함량을 ‘주표시면’에 표시하는 ‘식품등의 표시기준’ 일부개정고시안을 행정예고 했다.

소비자 니즈에 부응한 식약처의 조치로 해석된다. 그동안 소비자단체 등에선 시중 유통 간장 유형 중에서 약 60%를 차지하는 혼합간장에 함유된 산분해간장 등 함량을 표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현재 식품공전상 간장 유형은 크게 전통 발효기법으로 만든 ‘한식간장’, 양조장에서 만든 개량간장인 ‘양조간장’, 양조간장에 산분해간장을 섞은 ‘혼합간장’으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비율에 관한 규정이 없어 산분해간장 99%에 양조간장 1%가 함유돼도 혼합간장으로 표기할 수 있다는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이 논란의 중심에는 ‘산분해간장’이 있다. 산분해간장은 탈지대두와 소백 전분의 부산물인 글루텐에 염산을 가하고 가수분해해 아미노산을 생성시킨 뒤 중화제를 중화시킨 후 여과해 박과액으로 분리해서 만든 간장으로, 화학간장 또는 아미노산간장이라고도 불린다.

문제는 단백질에 염산을 이용 분해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3-MCPD(3-모노클로로프로판디올)’라는 물질이다. 국제암연구소에서는 발암가능 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물론 국내는 안전성을 우려해 유럽과 동일한 허용치 0.2㎎/㎏ 이하로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혼합 식품 중 간장만 지정 형평에 안 맞아…불신 조장하나
수출량 8000톤으로 장류 중 30% 차지…해외 이미지 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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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판매량 많은 산분해간장 함량 몰라 최소 정보 필요 

하지만 국내 혼합간장을 제조·판매하는 업체 역시 반발이 거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는 혼합간장 혼합비율 한계기준 및 주표시면 표시 사항은 현행법으로 유지하되 ‘3-MCPD’ 기준을 유럽수준으로 강화하는데 식약처와 협의를 마쳤는데, 표시기준을 개정한다는 것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그는 “현재 정부의 정책은 안전성 검증을 통해 인정된 식품이라도 일부 소비자단체가 의혹을 제시하면 동조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정부 식품정책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먹어서는 안 되는 식품으로 유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특히 같은 유형의 혼합식품 중에서 유독 간장만 주표시면에 표시하라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전체 간장 수출량 1만여 톤 중에서 혼합간장의 수출량은 약 8000톤에 달한다. 이는 전체 장류 중 30%에 이르는 매우 높은 비율이다”며 “이를 주표시면에 표시할 경우 수출 시장에서도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며, 특히 국내 표시기준 법 적용을 받지 않는 외국 혼합간장에게 국내 시장도 잠식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산분해 공법은 약 100여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안전성과 가치를 인정받아 간장 외에도 통조림, 주스, 초콜릿, 마요네즈 등 식품 제조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기술”이라며 “이중에서도 산분해간장은 단백질을 가장 효과적으로 분해하는 방식 중 하나로, 담가먹는 간장보다 맛을 내는 유리 아미노산의 함량이 월등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논란이 되는 ‘3-MCPD’는 지방성분과 소금이 포함된 식품 원료를 가열하는 과정에서 흔하게 생성돼 산분해간장뿐 아니라 조선간장 등에서도 검출될 수 있지만 인체에 무해하고 검출양이 적어 식약처에서도 안전성을 검증해 허가한 정식 식품임에도 혼합비율을 주표시면에 하는 것은 과잉 규제”라고 주장했다.

앞으로 혼합간장 주표시면에는 산분해간장 등의 각각의 비율과 총질소 함량을 명시해야 한다는 ‘식품등의 표시기준’ 일부개정고시안이 행정예고 됐으나 같은 유형의 혼합식품 중 간장만 주표시면에 표시하라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주장과 산분해간장 99%와 양조간장 1%도 혼합간장이라는 논리는 억지라는 주장이 팽배하게 맞서고 있다.(제공=식품음료신문)
앞으로 혼합간장 주표시면에는 산분해간장 등의 각각의 비율과 총질소 함량을 명시해야 한다는 ‘식품등의 표시기준’ 일부개정고시안이 행정예고 됐으나 같은 유형의 혼합식품 중 간장만 주표시면에 표시하라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주장과 산분해간장 99%와 양조간장 1%도 혼합간장이라는 논리는 억지라는 주장이 팽배하게 맞서고 있다.(제공=식품음료신문)

반면 혼합간장 주표시면을 찬성하는 업체 한 관계자는 “산분해간장 함유량이 상당량에 달하는 혼합간장과 양조간장을 똑같은 간장 유형으로 분류하는 것 자체가 억지”라면서 “안전성 유무를 따지기 전에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혼합간장은 현재 전체 간장 생산·판매량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산분해간장의 정확한 정의는 물론 간장에 얼마나 함유됐는지도 알지 못한다. 시장의 최종 판단은 소비자의 몫으로 남겨둬야 한다. 소비자들에게 산분해간장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고 그에 부합하는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식품 관련 한 전문가는 “혼합간장은 식약처는 물론 여러 선진국에서도 안전하다고 인정하며 오랜 시간 우리의 식탁에서 주요하게 이용된 조미식품”이라며 “유해성 문제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표시법을 개정하는 것은 오히려 소비자들의 혼란만 부추길 수 있는 만큼 식약처는 소비자들이 불안해하는 식품에 대해 규제일변도 정책보다는 불안요인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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