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비대면 ‘푸드로봇’ 식품업계 신성장 동력
[기획]비대면 ‘푸드로봇’ 식품업계 신성장 동력
  • 권한일 기자
  • 승인 2020.07.30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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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 높고 인건비 절감···피자 등 매뉴얼 방식 조리에 딱
서비스 로봇 세계 시장 37조 원 규모···매년 29% 성장
미국 '스파이스' 식당 로봇이 음식 전담··· 사람은 서빙
'화이트캐슬' 햄버거 로봇 임대 추진···시간당 3300원
일본 소바용 로봇 시험가동···한 시간에 40 그릇 제조

빅데이터, AI, IoT 등 첨단 기술이 융합된 푸드테크(Food-Tech)가 세계 식품 산업계의 신 성장 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는 언택트(Un-tact) 문화의 확산으로 이어졌고 식당 및 접객업소에서 종업원을 대신하는 서비스 로봇에 대한 관심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서비스 로봇 중 요리·바리스타 등에 활용되는 푸드 로봇은 고용유지와 임금이라는 고용주의 걱정을 덜어주고 일정한 맛을 신속하게 제공하는데 유용하다. 특히 피자·패스트푸드·치킨 등 종사자가 단순한 매뉴얼대로 음식 조리에 관여 하는 곳은 업무 강도가 높은 편이지만 전문성이 떨어지고, 이직율도 높아 로봇 개발과 도입이 가장 활발하다.

식품포장 라인의 로봇 대체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이 분야 로봇은 적용률은 2013년 9%에서 올해 말 27%대 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포장 로봇은 생산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인간의 작업과는 비교되지 않는 완성도를 보인다.

(자료=후지경제,NIKEI ASIAN RV)
(자료=후지경제,NIKEI ASIAN RV)

최근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의 발표에 따르면 서비스 로봇 세계시장 규모는 지난해 310억 달러(약 37조 원)에서 오는 2024년 1220억 달러(약 147조 원)로 약 4배 성장할 것이라 전망됐다. 이는 연평균 29%의 높은 성장률이다.

푸드 로봇 도입이 가장 활발한 곳은 미국이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푸드 로봇 관련 기업들의 급속한 성장과 기술 개발이 이어지고 스타트업의 도전도 계속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선언 직후 인 지난 5월, 미국 내 서비스 로봇 관련 기업 투자금액은 약 7조3400억 원이었다. 전염병 창궐로 비대면 서비스 로봇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집중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 주요 대도시들의 높은 임대료와 평균 12~15달러의 최저시급, 개별 팁 문화 등은 고용주 입장에서 큰 부담이다. 이에 최근 몇 년 사이 푸드 로봇을 도입해 효율성 향상과 인건비 절감을 도모하는 식당들이 늘고 있다.

△로봇 레스토랑 스파이스(왼쪽)와 자동화 시스템이 적용된 와오바오(WOW BAO) 매장(오른쪽). (사진=Spyce, R-H)
△로봇 레스토랑 스파이스(왼쪽)와 자동화 시스템이 적용된 와오바오(WOW BAO) 매장(오른쪽). (사진=Spyce, R-H)

재작년 보스턴에 문을 연 로봇 레스토랑 '스파이스(Spyce)'는 음식조리를 로봇이 전담한다. 재료준비와 서빙만 사람이 담당한다. 가게에 들어서면 음식을 주문하는 터치스크린 컴퓨터가 늘어서 있다. 주문이 완료되면 로봇이 요리하고, 마지막으로 직원이 토핑을 더해 음식이 완성된다. 주문 후 완성까지 소요시간은 불과 3분. 빠르게 식사가 제공 되지만 전문 셰프의 레시피가 프로그래밍 돼 식사의 질도 무난하다는 평이다. 로봇으로 인건비 등이 절감돼 음식 가격도 인근 식당에 비해 저렴하다. 또 이곳은 오픈 주방형 설계로 고객들의 호기심을 만족시키고 내가 주문한 요리를 어떤 로봇이 조리하는지 알 수 있도록 했다.

샌프란시스코에 2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이트사(Eatsa)'는 더욱 단계적인 로봇 자동화를 실현했다. 레스토랑 내 자신의 이름이 표시된 반투명 로커에서 자동판매기를 이용하듯 식사를 받는다. 로커 전면에 주문한 요리의 조리시간과 수령 예정 시간이 표시된다.

이트사는 스파이스와 반대로 조리과정만 사람이 담당한다. 보이지 않는 백스페이스에서 사람이 조리하고 이를 고객은 볼 수 없다. 미래형 분위기 조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트사는 자사 로봇 자동화 기술 플랫폼을 타 브랜드에 제공하는 사업도 병행한다. 아시안 푸드 체인 와오바오(WOW BAO)를 필두로 Mac’d, Roti Modern Earth round 등과 계약을 통해 시스템을 공유하고 있다.

△미소 로보틱스사의 햄버거용 로봇 플리피(Flippy). (사진=Miso Robotics)
△미소 로보틱스사의 햄버거용 로봇 플리피(Flippy). (사진=Miso Robotics)

사각 버거로 유명한 햄버거 체인 ‘화이트 캐슬’(White Catsle)은 9개월여 전부터 미소 로보틱스(Miso Robotics)사의 햄버거용 로봇 플리피(Flippy) 도입을 위해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다. 현재 테스트 마무리 단계로 향후 POS와 연동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플리피의 월 대여료는 약1800~2000달러(약 220만원) 수준이다. 이는 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3달러로, 매장 종업원 최저 시급에 비해 훨씬 저렴한 수준이다.

화이트 캐슬은 식물성 단백질 벤처기업 ‘임파서블푸드’와 협약한 첫 패스트푸드 체인으로 푸드테크에 매우 적극적이다.

로봇 기술 선진국 일본의 식품 유통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소프트뱅크(SoftBank)사는 도쿄 시부야에 자사 로봇 3종을 배치한 카페 ‘페퍼 파롤(Pepper Parlor)’를 운영한다. 이 곳 로봇들은 주문 인식은 물론, 고객과 간단한 대화도 가능하다. 또 메뉴에 맞춰 춤을 추고 영업종료 후 청소를 한다. 주문 담당 로봇 당 하루 평균 100~200건의 주문을 처리한다. 대당 20만 엔(약200만원)으로 인건비 절감 및 홍보효과 등을 고려할 때 이익이라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커넥티드 로보틱스’사의 소바 로봇은 지난 3월부터 도쿄 히가시코가네이(东小金井站)역에 있는 소바 전문점 소바이치에서 시험 가동 중으로 내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좌석 회전율이 높은 메뉴와 역 내 등 가게 특성에 최적화된 모델로 가로2195mm X 깊이600mm의 좁은 공간에서 시간당 40그릇의 소바를 만들 수 있다.

△소프트뱅크가 상용화한 로봇 3종. (상단 양쪽)주문 및 대화용 로봇 ‘페퍼’, (하단 왼쪽)춤추는 로봇 ‘나오’, 청소용 로봇 ‘위즈’. (제공=Pepper Parlor)
△소프트뱅크가 상용화한 로봇 3종. (상단 양쪽)주문 및 대화용 로봇 ‘페퍼’, (하단 왼쪽)춤추는 로봇 ‘나오’, 청소용 로봇 ‘위즈’. (사진=Pepper Parlor)

 

국내도 요리 · 바리스타 로봇 등 상용화
우아한 형제들 대량 도입···로봇카페 성업
식품위생 충족 과제···표준 제정 뒤따라야 

우리나라 푸드 로봇 개발은 미국·일본 등에 비해 뒤늦게 시작됐다. 과거 중견·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주도해 왔고 산업 생산라인과 의료(수술) 등에 치우쳐 개발돼 왔다. 최근 몇 년 사이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로봇 R&D로 푸드·서비스용으로 개발 폭이 확장됐고 빠르게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현재 국내 푸드·서비스 로봇 시장에서 가장 앞선 기업은 LG다. 구광모 회장은 취임 첫해부터 로봇 개발을 역점사업으로 선정해 여러 조직으로 흩어져 있던 로봇 관련 부서를 통합했다. 또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로봇 사업 센터'를 신설하는 등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 최근 국내 대기업 최초로 일반 서비스 로봇 상용화에 돌입했다.

LG는 지난 2018년 로봇 토털 브랜드 ‘LG 클로이 다이닝 솔루션’을 론칭 했다. 레스토랑에서 접객·주문·조리·서빙·설거지 등 다양한 임무가 가능한 로봇 라인이다. 1분에 국수 한 그릇을 조리하는 클로이 셰프봇(LG CLOi Chefbot)과 입력된 테이블로 음식을 서빙하는 클로이 서브봇(LG CLOi ServeBot)이 대표적이다. 현재 빕스 등촌점과 제일제면소 서울역사점에서 각각 운영되고 있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은 지난해 7월, UCLA 산하 로봇 연구소 ‘로멜라(RoMeLa)’와 요리 로봇 개발에 착수하고 LG전자와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우아한 형제들은 지난 20일 보도 자료를 통해 올 연말까지 200개 매장에 자사의 딜리플레이트 로봇 300대를 공급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빕스 등촌점의 ‘LG클로이 셰프봇’(왼쪽), N타워 카페 커피드메소드 바리스타 로봇 ‘상화 빌리’(오른쪽). (사진=각 사)
△빕스 등촌점의 ‘LG클로이 셰프봇’(왼쪽), N타워 카페 커피드메소드 바리스타 로봇 ‘상화 빌리’(오른쪽). (사진=각 사)

최근 2년 사이 국내에는 바리스타 로봇, 요리 로봇, 서빙 로봇 등이 본격 상용화됐다. ‘상화’의 바리스타 로봇 ‘빌리(Billie)’는 남산N타워 내 ‘커피드메소드 1호점’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달콤커피의 로봇카페 ‘비트(b;eat)’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애플리케이션 가입자가 3만 명 이상 느는 등 언택트 트렌드의 수혜를 받고 있다.

타 산업 로봇에 비하면 식품 관련 로봇의 진보는 상대적으로 느린 편이다. 식품 분야에서도 기술적으로 로봇 프로그래밍이 충분히 가능하지만, 식품 로봇에 적용되는 위생 표준이 아직 없다. 이는 위생 기준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업계 특성과도 대치된다.

결국 푸드 로봇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인간의 식품 위생 표준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관계부처의 합리적이고 명확한 기준 수립과 기업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향후 식품 산업 내에서 로봇은 품목 신선도 및 품질 관리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식품 가공 라인은 균일한 표준 적용과 공정 품질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현재 이 과정 대부분을 사람이 담당하고 있지만 미세한 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향후 표준 작동절차에 기반 해 자동 프로그래밍 된 로봇 투입은 식품 생산라인 전체 신선도 유지와 품질관리에 이용될 수 있다.

외식업은 상대적으로 노동집약적인 서비스가 많다. 이런 단순 반복 작업은 로봇 대체가 용이하다. 푸드·서비스 로봇의 보편화는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곧 실업률 상승과 결부돼 사회문제화 될 수 있다. 

푸드테크라는 세계적 · 시대적 흐름 속에서 기술 개발과 집약도 중요하지만, 관계부처와 기업의 현명한 일자리 대책 마련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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