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단백질, 세포배양 해산물 등 ‘대체식품’ 개발 본격화
식물성 단백질, 세포배양 해산물 등 ‘대체식품’ 개발 본격화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0.07.28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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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건강한 먹거리 수요 늘고 관련 시장 고성장 따라
롯데푸드 적극적…‘제로미트’ 브랜드로 다수 선봬
CJ 대체육 R&D 한창…내년 초 신제품 출시 박차
풀무원 세포배양 해산물-한국야쿠르트 건기식 도전
투자·인프라 부족에 기술 뒤져…생태계 구축 절실

국내 식품업계가 식물성 단백질, 세포배양 해산물 등 대체식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코로나 19 사태의 장기화로 건강함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니즈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는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는 대체식품 개발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 왔다. 채식 섭취가 많은 한국인 특성상 굳이 육류까지 식물성 단백질로 대체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비건 인구가 전 국민의 2~3%에 불과해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대체식품 개발에 주저했던 것이 사실.

이런 상황이 코로나 19로 급변했다. 점점 더 건강한 먹을거리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이러한 대체식품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대체육 시장규모는 2018년 약 11조6000억 원에서 작년에는 9.5%가 증가하더니 오는 2025년에는 약 21조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는 2016년 현재 약 500억 원 규모에서 오는 2026년 약 2600억 원으로 성장을 예상했다.

가장 두각을 보이는 곳은 대체육류 브랜드 제로미트를 론칭하며 관련 제품을 꾸준히 개발 중인 롯데푸드다. 최근에는 ‘제로미트 베지 함박스테이크’ 2종을 출시하고 올해 식물성 대체육류 라인업을 더욱 확대한다고 밝혔다.

작년 선보인 ‘제로미트 너겟’ ‘제로미트 가스’는 통밀에서 압출한 식물성 단백질로 고기의 근 섬유를 재현하고 닭고기 특유 식감을 구현한 제품으로, 현재까지 누적판매 6만여 개를 넘어섰다.

롯데푸드는 롯데마트를 비롯한 이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으로 판매는 물론 롯데푸드몰, 롯데온, 옥션, 지마켓, 쿠팡 등 온라인몰에서도 판로를 확보한 상태다.

동원F&B는 비욘드미트와 독점 계약을 체결하고 비욘드버거, 비욘드비프, 비욘드 소시지 등 관련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중 ‘비욘드버거’는 현재까지 누적 판매 8만 장에 이르며 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도 내년 시장 진입을 목표로 충북 진천기지에서 대체육 개발이 한창이다. 현재 식물성 고기 등 미래식량 사업을 위한 원천기술 개발에 돌입했으며 이르면 내년 초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풀무원은 어류 세포를 배양해 해산물을 생산하는 혁신식품기업 블루날루(BlueNalu)와 세포배양 해산물 사업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속가능한 미래 먹을거리 발굴에 나섰다.

블루날루는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창립한 스타트업으로, 향후 수년 내 세포배양 해산물의 대량생산 및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세포배양 해산물은 어류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생물반응기(bioreactor)를 통해 배양한 후 3D프린팅 과정을 거쳐 용도에 맞는 형태의 식품으로 만들어진다. 풀무원은 마케팅, 규제 관련, 사업운영 및 유통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블루날루와 협업해 세포배양 해산물의 국내 출시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상윤 풀무원기술원장은 “전 세계 해산물 공급-수요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맛과 질감, 영양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니즈를 만족시키고 지구 환경과 가족 건강을 생각하는 세포배양 해산물 제품 출시를 하루빨리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야쿠르트는 해조류 스피룰리나를 이용한 건강기능식품 개발에 착수했다. 고단백 식품인 스피룰리나는 전체 65~70%가 단백질로 이뤄져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손잡고 스피룰리나 자체 원물보다 기억과 인지기능 개선효과가 뛰어난 추출물을 개발했으며, 이를 산업화할 계획이다.

심재헌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장은 “최근 노년층 인구비중이 커지면서 치매, 알츠하이머 등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며 “향후 스피룰리나 추출물의 기능성에 대한 개별인정과 제품화 기술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다. 아직까지 사회적 관심이 부족해 투자가 미흡하고 관련 제도 인프라 역시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 대학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대체식품의 국내 실수요자인 채식주의자는 전 국민의 2~3%에 불과하고, 건강을 위해 일반 제품보다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제품을 구매하려는 일반 소비자들도 거의 없다”며 “그렇다면 실제 식품과 유사한 맛을 지니면서 보다 건강하다는 것을 알려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관련 기술이 글로벌 식품기업과 비교해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 역시 “가장 보편화돼 있는 대체육의 경우 선진국은 식물성 단백질의 추출·분리·발효, 식용곤충 단백질과 지방의 추출·분리, 줄기세포 추출·분리 및 세포배양 관련된 기술을 이용하고 있지만 국내 기술 수준은 해외에 비해 4~5년 늦은 것으로 평가된다”며 “단백질 소재도 한정적이고, 실제 육류의 조직감·맛·풍미 등 육류 특성 모방 기술이 부족해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력이 없다”고 지적한 뒤 신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 차원의 R&D 지원과 생태계 구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올해 ‘식품산업 활력 제고 대책’ 일환으로 총 예산 29억 원을 들여 ‘맞춤형혁신식품 및 천연안심소재 기술개발사업’ 과제를 공모, 대체식품의 핵심·원천기술 개발 지원에 나선다.

김종구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미래 식품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고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핵심·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식품기업들의 R&D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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