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대 포장이란 필요 이상 사용된 포장, 소재 이해 부족·전문성 결여에서 발생”
“과대 포장이란 필요 이상 사용된 포장, 소재 이해 부족·전문성 결여에서 발생”
  • 권한일 기자
  • 승인 2020.07.27 0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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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포장 3R 필수…원천 감량만큼 자원화 중요
포장제 제도 정착에 명확한 지침 절실…관련 기술 개발도
한국포장기술사회-본지 주최 ‘환경과 포장 세미나’

 최근 과대포장금지, 포장재등급제, 재포장금지법 등 포장(재) 관련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포장재를 줄이고자 하는 환경부의 정책적 고민에 대해선 이해하지만 제품 포장 횟수가 아닌 재질의 기술적 보완을 통해 불필요한 포장 폐기물을 줄이는 원천 감량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재포장금지법에 대해선 ‘재포장’ 단어 자체가 불명확해 오히려 시장에서의 혼란만 야기하는 만큼 명확한 정의가 요구되며, 무엇보다 정책수립 단계에서 포장 전문가들의 견해가 반영돼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23일 한국포장기술사회·식품음료신문 주최 ‘환경과 포장(패키징)’ 세미나에서는 기술적 측면에서의 포장폐기물 감축 및 현재 관련 포장법 등에 대한 포장기술사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세미나에는 약 200여 명의 포장 전문가·업계·학계 등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최근 포장과 환경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사진=권한일 기자)
△이날 세미나에는 약 200여 명의 포장 전문가·업계·학계 등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최근 포장과 환경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사진=권한일 기자)

박광수 기술사(CJ제일제당)는 “전 세계 플라스틱 사용량 중 14%가량만 재활용될 정도로 갈 길이 아직 멀다”고 전제한 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CJ제일제당의 친환경 패키징 ‘3R(Redesign·Recycle·Recover)’ 전략을 소개했다. 이는 포장재로 인한 폐기물을 줄이고 자연과 사회를 생각하는 지속가능 환경을 위한 패키지 정책이다.

‘친환경 포장 설계(Redesign)’ ‘재생 가능성 소재 사용(Recycle)’ ‘자연기반 친환경 원료 사용(Recover)’ 등을 기반으로 제품 전반에 걸쳐 플라스틱 패키징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한 예로 햇반 용기는 두께를 줄이면서도 내용물의 보호성은 그대로 유지시키는 ‘패키징 최적화’를 통해 연간 약 340톤의 플라스틱 감축과 550톤의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를 가져왔으며, ‘백설 고급유’도 패키지 리뉴얼을 통해 유색 페트(PET)병을 투명한 색으로 변경하고 제품 라벨을 ‘수분리성 점착제’로 붙여 재활용성을 높였다. 뚜껑과 용기에 사용되는 플라스틱도 10%가량 줄여 연간 약 111톤의 플라스틱 사용량 감축이 기대된다.

조용혁 기술사(신세계푸드)는 새로운 개념의 과대포장과 감량화 효과 극대화를 위한 재질 과대포장 개선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과대 포장발생에 대해 △외형을 중시하는 사회 문화적 문제 △포장소재의 기능과 역할 이해부족 △포장사양의 이해 부족 등을 꼽았다.

특히 중소업체의 경우 포장 소재별 기능과 사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과대포장 발생률이 높다며 친환경 포장재 개발 및 인력 전문화, 중소기업에 대한 포장 기술지도 등 대기업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타벅스에서 바나나 낱개 포장 개선 노력 등으로 연간 포장 폐기물 20톤을 절감한 사례를 예로 들며 △포장재 신규 개발 및 지속 지원 △포장개발인력 전문화 △포장소재에 대한 전문교육 강화 △포장전문가를 통한 중소기업 기술지도 △포장재 감량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 확대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장기술사 등 포장전문가들은 재포장 금지법 등 포장 규제와 관련, 정책 수립 시  포장전문가들의 전문성과 견해를 반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사진=권한일 기자)
△포장기술사 등 포장전문가들은 재포장 금지법 등 포장 규제와 관련, 정책 수립 시 포장전문가들의 전문성과 견해를 반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사진=권한일 기자)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환경부의 재포장 금지법 관련 포장전문가들의 의견이 개진됐다. 이진경 기술사(씨피알에스앤티)는 “포장은 다양한 기술과 기능이 복합화된 융합 기술 결정판으로, 식품 보존성 높이고 미생물 제어 역할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필요하게 폐기되는 포장재는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 기술사에 따르면 국내 식품 포장 손실률은 13.6% 수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1~2%대와 비교 시 월등히 높다.

이 기술사는 포장재를 폐기가 아닌 재활용과 자원순환 프로세스화 하기 위해서는 ‘3R(Remove Reduce Reuse)’을 강조했다.

즉 재생이 가능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디자인은 간편화돼야 하고 마감 장식도 최소화해야 한다. 또 교체 가능한 다양한 소재를 개발해 다중 포장이 가능하고 재사용 프로그램에 대한 개발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기술사는 “식품업계는 제품 개발부터 마감단계에서 포장 전문가들과 협업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에서 정책 수립 시 의견을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기주 기술사(포장산업)는 “정의가 모호한 이번 재포장 규제는 생산자는 물론 소비자들까지 혼란을 야기할 수 있음에도 관련 정책 수립과정에서 포장전문가나 관련 단체가 제외된 부분은 안타깝다”고 말했으며, 장호정 기술사(동원F&B)는 “가이드라인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간결하고 명확한 기준이 제시돼야 하며, 재포장은 유통이 마무리된 상태에서 다시 포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태홍 기술사(팩라인)는 과거 쓰레기 종량제 첫 시행 당시 세계적으로 실천 모범국가로 꼽혔던 사례를 언급하며 “포장재 관련 정책의 빠른 정착을 위해서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앞세운 제도 도입과 기술개발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군호 본지 대표는 “이번 세미나가 기업의 자발적 포장재 감축을 위한 노력과 발전적 방향을 모색하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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