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조리한 닭 안전, 마음 놓고 즐겨라”
[전문가 기고]“조리한 닭 안전, 마음 놓고 즐겨라”
  • 김양희 기자
  • 승인 2004.02.24 0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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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명 한림의대 교수·햇살의원병원장

작년 12월 중순 이후부터 아시아 국가에서 조류 독감이 유행하고 있다. 베트남과 태국에서는 사람에게 감염돼 이 중 상당수가 사망함에 따라 조류독감이 세계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나라에서도 조류독감이 발생해 사육하고 있던 닭과 오리에 대한 대규모 도살 처분과 함께 조류독감 확 산방지를 위한 국가적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

하지만 세계 보건기구가 조류독감에 주목하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방제 조처를 취하는 것은 조류독감의 인체 감염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먼저 밝혀 두고 싶다. 인체 감염을 통해 또 다른 인간 독감 바이러스의 출연을 막고자 하는 노력이 일반 소비자에게는 조류독감이 일반 가정의 구성원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잘못 인식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인체에 대한 감염을 우려한 국민들이 닭과 오리를 소비하지 않음에 따라 사육 농가들은 이중의 고통을 당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조류독감의 일반 가정 구성원에 대한 감염의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안심하고 먹어도 좋다는 점이다.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먼저 조류독감은 닭, 오리 및 야생 조류 등에서 발생하는 전염성이 매우 강한 바이러스성 질환으로서 일반적으로 조류에만 감염되지만 드물게 돼지나 사람 등에게 감염되기도 한다.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혈청형이 다양하고 혈청형에 따라 질환의 발현 양상 또한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 중 베트남과 태국에서처럼 인체 감염을 일으키고 병원성이 강한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H5N1형의 고병원성 바이러스이다.

매년 인체에 발생하는 병원균의 혈청형에 따라 방콕A형 등으로 독감의 명칭이 바뀌는 것도 바로 이 혈청형 때문이고 그 해에 어떤 혈청형이 유행하느냐에 따라 독감의 증상 및 병의 위중도가 다르게 나타난다.

가금에서 인체로의 감염이나 인체에서 인체로의 감염 가능성이 희박한데도 전 세계가 조류독감에 주목하는 것은 현재의 조류독감이 인간 독감 바이러스와 중복 감염될 경우 바이러스끼리의 유전자 교환을 통해 전혀 새로운 독감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으며 이런 경우엔 현재 통용되고 있는 독감 백신이 전혀 효용을 거두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체로의 감염을 막는 것과 함께 인간독감 바이러스와의 중복 감염을 막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현재까지는 이번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인체에서 인체로 전염되었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 이는 베트남과 태국의 인간의 조류독감의 발생률이 그다지 높지 않은 데서 알 수 있으며 그 외의 국가에서는 아직 인체에 감염됐다는 보고도 없기 때문이다.

가금에서 인체로의 감염은 호흡기로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7년 대만에서 조류 독감이 유행했을 때 감염된 환자들은 모두 닭을 직접 사육했던 농부였거나 생닭을 파는 시장에서 감염된 환자들이었다. 따라서 생닭이 아니라 위생 처리돼 포장된 가금류를 먹는 것은 감염의 위험성의 전혀 없다고 봐야 한다.

다만 살아 있는 닭을 취급한다거나 달걀을 취급하는 경우 이론상으로는 감염 위험성이 있다. 하지만 조류독감이 발견된 인근 3Km 이내에서는 가금류와 함께 달걀도 모두 살처분되기 때문에 오염된 달걀이 시중에 유통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또한 달걀 자체에는 조류 독감 바이러스가 전염되지 않아 달걀 자체에서의 감염 위험성은 전혀 없다.

달걀에 묻어 있는 부산물에 바이러스가 존재할 가능성은 있으므로 달걀의 부산물을 깨끗이 씻어 보관하면 감염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일반적인 전염병 예방 수칙인 손을 자주 씻는다거나 음식물을 익혀 먹으면 그만큼 전염의 위험성은 줄어든다.

우리 나라에서는 대부분의 가금류가 위생 처리돼 유통되고 있으며 특히 음식점에서 파는 가금류는 익혀서 소비되기 때문에 이를 통한 조류독감의 인체로의 감염의 가능성은 전혀 없다. 조류독감 바이러스 자체가 인체로는 호흡기로 감염되기 때문에 조류독감 발생 지역에서는 손을 자주 씻고 자주 환기를 시키고 마스크를 쓰는 등의 예방 조처가 필요하지만 닭을 사육하지 않는 도시 지역의 경우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열에 매우 약해 섭씨 70 이상에서만 조리해서 먹으면 모두 파괴되므로 일반적으로 튀긴다거나 삶는 요리법으로 모든 바이러스가 사멸된다.

조류 독감 바이러스가 향후 있을지도 모를 돌연변이를 통해 인체에서 인체로 감염될 가능성이 있기에 세계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만 이것이 우리 식탁에서 조류독감이 옮을 수 있다는 우려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우리 나라나 일본과 같이 가금류가 유통 과정에서부터 위생적으로 처리돼 공급되고 삶거나 튀기는 방법으로 조리해서 먹는 나라의 경우 일반 가정이나 도시민들에게 조류독감이 전염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봐야 한다. 균형 잡힌 영양과 건강을 위해 닭과 오리고기를 안심하고 마음껏 먹을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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