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4주년 특집 Ⅲ] 소비기한(use by date) 눈앞
[창간 24주년 특집 Ⅲ] 소비기한(use by date) 눈앞
  • 이재현·황서영 기자
  • 승인 2020.09.24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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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표시법 소비기한으로 35년 만에 개정 획기적
식품 폐기·식량 낭비 줄여 연간 1조5400억 절감
냉장 온도 낮추기 과제…소비자 절반 이상 5℃ 이하 원해
유업계·낙농업계선 냉장 유통 여건 미비 들어 반대

올 연말 식품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변경된다. 식품 표시법 시행 35년 만에 개정이다.

‘소비기한’은 식품을 섭취해도 건강이나 안전에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소비 최종 기한인 ‘식품의 수명’을 말한다. 현재의 식품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변경될 경우 기존대비 30%가량 기간이 증가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연간 유통기한이 지나 버려지는 식품폐기물 약 1조5400억 원(소비자 9500억 원, 제조업체 5900억 원)을 절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업계에서 우유와 두부의 실질적 품질유지 기한을 연구한 결과 이들 제품의 현재 표기된 유통기한은 14일이지만 적절한 온도에서 보관할 경우 우유는 최대 45일, 두부는 최대 90일까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관 요건만 제대로 지켜진다면 30% 이상 유통기한이 향상되는 것이다.

국내 유통기한 도입은 35년이 넘었다. 도입 당시에는 유통환경이 미흡해 식품의 품질유지 기한을 높게 적용하지 못했지만 이 기간 제조기술, 포장재질 변화, 유통환경 등 측면에서 비약적 발전이 이뤄지며 과거 유통기한과 현재 유통기한을 비교하면 2~3배 늘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식품 제조기술 발달, 냉장유통 체계 등 환경이 개선됐음에도 유통기한 표시 지속으로 인해 자원 낭비와 국내 관련 산업 발달이 저해되고 있는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국내 유통기한 표시제도는 유통업체나 관리자 편의를 위한 제도였다.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은 팔지만 못할 뿐이지 구매 후 가정에서는 그 이상 기간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얼마 동안 더 먹을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식품 종류마다 다르고 제조사와 브랜드에 따라 보관상태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소비기한 도입 시 소비자 식품 선택권 보장이 확대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불필요한 손실비용이 감소하게 되고, 국내 식품산업 제조·포장 기술 발달과 냉장유통시스템 등의 경쟁력 확보도 용이해진다는 것이 이 전문가의 주장이다.

선진국에선 일찌감치 제도의 변화를 꾀하며 안타깝게 버려지는 식품폐기물을 줄이기에 한창이다. 미국 FDA는 소비자 음식물 섭취 기한에 대한 혼란과 식품 낭비를 줄이고자 식품기한 표기 방식 표준화를 국제 사회에 제안했고, 코덱스에서도 2018년부터 유통기한 표시가 소비자 오인 우려가 있어 식품 표시규정에서 삭제했다. 현재 미국은 최상품질기한(이유식은 소비기한, 식육은 포장일자), 일본은 상미기한(부패 쉬운 식품은 소비기한), EU는 최소보존일과 소비기한을 병행하고 있다. 

선제적 조건은 냉장·유통환경 개선이다. 업계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현행 냉장·유통 시 보관 온도를 기존 10℃에서 5℃ 이하로 재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식품을 보관·유통해야 식중독균의 유발을 확실히 막을 수 있고, 더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단, 급격한 변화로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 추진이 필요한데, 우선적으로 비가열주스, 냉장면류, 두부 및 가공두부, 우유류 등 저온관리식품부터 적용하고 추후 식육가공품, 냉장죽, 드레싱·소스, 냉장스프 등에 추가되는 방안이 효율적이라고 전문가 그룹은 제언했다.

■소비기한 도입의 이점과 글로벌 추세

유통 환경 개선으로 안전계수 높게 적용
국제기준과 부합 수출 경쟁력 제고 효과

소비기한 제도 도입에 따라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부분은 식품 폐기 및 식량 낭비 절감이다. 식품의 경우 적정 보관 시 유통기한이 경과한 후에도 일정 기간 섭취가 가능하지만 소비자들의 경우 유통기한을 폐기 시점으로 인식하고 있어 식량 손실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라도 소비기한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보건산업진흥원 2013년 자료에 따르면 유통기한이 경과해도 일정기간은 안전에 문제가 없음에도 폐기하고, 부패시점 대비 짧은 유통기한 설정으로 과도한 식품폐기 손실비용이 발생했다. 추산된 식품 폐기 손실 비용은 소비자 9500억 원, 제조업체 5900억 원으로, 소비기한 도입 시 식품 폐기 비용 절감 효과는 소비자 3000억 원, 생산자 176억 원으로 분석됐다.

특히 유통기한 제도 도입 당시 열악한 유통 환경 등으로 안전계수를 충분히 높게 적용하지 못했던 반면 현재는 당시와 비교해 식품 제조·포장 기술 발달은 물론 냉장유통 시스템 확충 등 유통 환경이 개선돼 판매자 중심의 일자 표시를 소비자 중심으로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K-푸드의 해외 시장 진출에 앞서 수입제품 현품에는 소비기한이 표시되고 한글표시에는 유통기한이 표시되는 등 국가간 일자 표시 불일치로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는 문제도 있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국제 조화와 국내 제품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소비기한 도입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현재 전 세계 국가에서 식품의 기한 표시제도는 품질변화 속도, 변질 가능 여부 등 특성을 고려해 품목별로 유통기한 표시 방법을 다양하게 적용·운영하고 있다. CODEX(국제식품규격위원회), EU(유럽연합), 캐나다, 영국, 호주 등 선진국들은 소비기한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중 CODEX와 영국은 소비자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유통기한을 삭제했다.

현재의 국가들은 부패, 변질 등의 우려가 높아 단시일 내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한 제품은 소비기한(Use by date)으로, 비교적 저장성이 길고 변질 등 품질 변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식품들을 최상품질유지기한(Best before)으로 구분 운영하고 있다.

기한 경과 판매 시 소비기한 경과 자체만으로 일률적인 제재가 이뤄지기 보다는 소비기한을 경과해 안전성 문제를 일으킨 경우에 한해 법원의 구체적 판단을 거쳐 위해 정도에 따른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7년 장기간 저장·유통 시에도 부패 및 변질 우려가 적은 품목은 품질유지기한을 도입하고 있으나 유명무실해 대부분 유통기한이 일괄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식품기한 표시제도

현행 가공식품에 유통기한 의무적
식용얼음·껌·빙과류·도시락·햄버거등 예외
레토르트·잼·장류·김치등엔 품질유지기한 표시

현재 국내 식품의 기한 표시제도는 식약처 고시 ‘식품 등의 표시기준 제4조’에 의거한 유통기한 표시가 원칙이다. 일부 품목의 경우 제조연월일 또는 품질유지기한이 적용되고 있으나 이를 제외한 대부분 가공식품은 유통기한을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유통기한 표시 예외항목은 △식용얼음, 과자류 중 껌류(소포장) △제조연월일 표시대상인 설탕, 식염, 빙과류, 주류(맥주, 탁주, 약주 제외), 즉석섭취식품 중 도시락, 김밥, 햄버거, 샌드위치 등이며, 품질유지기한 표시 식품은 △레토르트식품, 통조림 식품 등 장기보관식품, 쨈류, 당류, 다류 및 커피류(액상제품은 멸균제품에 한함), 음료류(멸균제품에 한함), 장류(메주 제외), 조미식품(식초와 멸균한 카레제품에 한함), 김치류, 젓갈류 및 절임식품, 조림식품(멸균에 한함), 주류(맥주에 한함), 기타식품류(전분, 벌꿀, 밀가루에 한함)가 포함된다.

유통기한 경과 제품은 식품위생법 제3조와 제44조에 의거 유통·판매가 금지된다. 단 이는 기한 경과 후 유통과 판매가 금지되는 것으로, 해당 제품의 소비·사용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위반 시 비영업자(편의점, 작은 수퍼마켓 등)은 과태료 30만 원, 제조업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 영업정지 15일/1개월/3개월에, 판매업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영업정지 7일/15일/1개월에 처해질 수 있다. 품질유지기한 경과 제품의 경우에는 판매 금지 의무 및 제재 근거가 없다.

■소비기한 제도 도입 추진

‘소비기한’ 편익이 비용보다 커 추진
소비자단체·산업계와준비·지원방안 논의
소비환경 개선, 개념등 국민 교육·홍보 필요

국내 유통기한 설정은 표시된 냉장, 실온 등 저장조건에서 미생물 시험, 관능검사 등 설정실험 등을 통해 산출된 부패시점 내에서 안전계수를 고려하지만 소비기한은 유통기한 경과 후 섭취가능 일수를 기준으로 보관조건 준수 시 일반세균수, 대장균군, 곰팡이 등 미생물 부패변화 검사 결과에 따라 설정된다.

이를 적용할 경우 유통기한 경과 이후 크림빵 2일, 생면 9일, 액상커피 30일, 치즈 70일까지 섭취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통기한 제도에서는 ‘식품의 유통기한을 산정할 때는 인정받고자 하는 유통기한의 1.5배 이상의 기간 동안 품질이 유지돼야 한다’고 규정돼 기한 산정시 안전계수를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는 유통기한이 10일 식품을 표기된 대로 올바르게 보관한다면 유통기한 5일 경과 후까지 섭취가 가능한 셈이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에서 국내 소비자가 유통기한과 관련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유제품(우유·유음료)과 편의점 판매 식품에 대한 유통기한 경과 후 품질의 변화를 연구한 결과를 보면 시판 중인 식품은 표기된 보관 방법만 준수하면 표시된 유통기한의 0.5배 이상 기간 동안 품질(일반세균·대장균·저온성세균)에서 안전상의 문제점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 역시 소비기한 등 일자표시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연구와 소비자단체-산업계-학계 등 주체와 전문가 회의, 토론회, 세미나 등을 열고 정책 자문에 주력했다.

그 결과 소비기한 도입 시 식품폐기 비용이 절감되는 등 편익 증가율이 비용 증가율보다 크다는 연구결과를 산출했다.

또한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제공 및 식품 선택권 보장 측면과 소비기한 도입 국제적 추세, 국내 소비환경 개선 등을 고려해 소비기한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고, 소비기한 개념과 보관방법 준수에 대한 대국민 교육·홍보를 통해 인식 개선이 필요하며, 냉장 유통 환경 강화 등 식품안전을 기반으로 한 소비기한 제도가 도입하다는 것에 동의했다.

이에 식약처는 소비자단체·업계·학계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제조·유통업계 준비사항과 정부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한 후 올 연말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소비기한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제도는 소비자 혼란 방지와 선택권 보장 등과 더불어 안전을 기본으로 소비자와 산업체의 편익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식약처는 소비자 인식개선과 올바른 식습관 지원을 위한 교육·홍보를 강화하고, 과학적 소비기한 설정과 유통 환경 개선을 위해 산업체와 협력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 소비기한 도입 반대

변수 많은 유제품에‘유통기한’유지 원해
변질 땐 신선식품 이미지 손상 소비 감소
자급률 하락 속 FTA로 수입산에 유리

일각에선 선진국 수준의 법적 냉장온도 강화, 냉장관리·유통 시스템 구축, 적정 냉장온도에 대한 소비자교육 등 사전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기한을 도입할 경우 소비자 혼란은 물론 안전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제도 도입 반대 입장을 펼치고 있다.

한국낙농육우협회,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등 국내 낙농 관련 단체는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인 우유에 소비기한이 적용될 경우 오히려 소비자 안전이 우려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소비기한 제도가 사전 대책 없이 무리하게 도입 시 완벽하지 않은 국내 냉장유통 여건으로 인해 소비자 안전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인데, 제도 도입에 앞서 유통조건 개선, 소비자 인식 변화 등 선결 문제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낙농업계 주장이다.

실제 소비자연맹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유통매장 법적냉장온도(0∼10℃) 준수율은 70~80%에 머무르고 있고 유통매장 자체 설정 냉장온도와 냉장진열대, 냉장식품 표면 온도 간 차이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정에서 올바른 방법으로 식품을 보관했음에도 변질 등 문제 발생 경험이 있다고 답한 소비자가 27%에 달했다.

건국대학교에서 2018년 조사한 결과에서도 유통매장 22.6%(155개소 중 35개소)가 법적 냉장 온도 기준을 초과해 우유·유제품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국내 유업계 및 낙농업계는 소비기한 도입으로 소비자 불신과 혼란이 초래돼 국산 우유·유제품의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유통기한보다 기간이 늘어날 소비기한으로 인해 식품 변질사고가 발생할 경우 우유·유제품에 대한 소비 신뢰도 하락은 불가피하며, 이는 곧 소비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낙농업계·유업계는 우유의 소비기한 적용 시 유통기한이 늘어나거나 유통기한이 수일 경과 후에도 품질이상이 없다는 주장은 보존 온도 변수가 고려되지 않은 결과이며, 현재 유통환경을 고려해 자체 보존실험에 안전계수를 고려한 적절한 유통기한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편의점 등 온도관리가 미흡한 유통매장에서 하절기 변질이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는 상황에 소비기한 제도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실제 편의점 155개점 내 유제품 냉장고 내부(하단 중앙지점 기준) 온도와 제품 표면(제품 하측 부분)의 온도를 조사한 결과 식품공전상 유통 및 보관 온도 규정인 10℃ 이하인 매장의 비율은 각각 65%, 69%로 절반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었다(2018년 서울우유협동조합 외부 용역 조사 ‘하절기 우유 유통 변질로 인한 소비자 위해 및 안전에 관한 조사 연구’ 중 발췌).

또한 ‘유통기한이 길지 않고 신선한 식품’이라는 국산 우유·유제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수입 유제품으로부터 시장을 일정 부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소비기한 도입 시 이를 기대하는 것도 더 이상 어려울 수 있다고 유·낙농업계는 토로하고 있다.

낙농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소비자들은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정립돼 있지 않고, 유통 변수에 의해 보존성이 짧아지거나 길어질 수 있다는 교육·홍보도 미흡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낙농업계 관계자는 “국내산 우유의 경쟁력 악화 및 소비감소 유발은 물론 멸균유 등 유제품 수입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국내 낙농기반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FTA체결로 국산우유자급률이 하락되는 상황에서 유가공품 수출국에게 이익이 되는 제도로 변질될 것이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낙농업계·유업계는 해외 사례처럼 유제품 법적 냉장유통 조건이 강화되고 표시된 식품기한이 제품의 폐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보존조건에 따라 식품 섭취 가능기간은 달라질 수 있다는 소비자 인식 변화 없이 단순 소비기한 표시의 도입으로 식품 폐기 감소 효과를 보기 어렵고 변질 발생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와 제조사와 유통사간 책임소재 분쟁 소지도 충분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제도의 맹점을 쇄신하기 위해서는 식품 표시일자 제도를 품질변화의 속도, 변질 가능 여부 등 특성을 고려해 다양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소비기한 제도 도입을 위한 선행과제

선진국 잠재적 위해식품 선정 4~8℃ 관리
미국 FDA도 냉장식품 5℃ 이하로 유지
개념 정립·보관 방법 등 로드맵 만들어야

소비자단체, 식품업계와 학계 등 관련 전문가들은 소비기한 제도 도입에 앞서 선행과제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소비기한 개념과 보관방법 준수에 대한 대국민 교육·홍보를 전개해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냉장 유통 환경 강화 등 식품 안전을 보장하는 선행 제도 규정을 기반으로 소비기한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현행 냉장식품에 대한 냉장 보관 온도 저감화다. 소비기한 제도의 소프트랜딩(soft-landing)을 위한 규제 조건인 것과 동시에 지난 10년간 식중독균의 유발 가능성 문제에 있어 논란의 중심이 돼 온 현행 냉장 식품의 보관 온도 기준인 10℃보다 낮은 온도에서 보관, 유통해야 식중독균의 유발을 확실히 막고 식품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한국소비자연맹에서 실시한 올해 ‘유통 매장별 식품의 냉장온도 실태 및 소비자인식’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통 시 냉장식품의 냉장온도를 5℃ 이하로 낮출 필요성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 중 55.8%로 과반을 차지했다.

온도를 낮출 필요성과 표시사항 확인여부를 상관관계를 비교해 봤을 때 온도를 낮출 필요성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 중 ‘유통기한’을 확인하는 응답자는 84%, ‘제품 보관방법’은 28%, ‘원재료 성분 및 함량’은 20% 등으로 냉장온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대다수가 소비할 수 있는 기간과 보관 방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냉장온도 기준을 낮출 필요성으로는 ‘미생물 증식을 막기 위해서’가 59.3%를 차지해 가장 큰 이유로 꼽혔고, ‘품질유지기간이 길어질 수 있어서’가 30.8%로 그 뒤를 이었다. 냉장온도를 5℃ 이하로 관리해야 할 냉장식품으로는 ‘우유 및 생크림류’가 31.5%로 가장 높았고, ‘비살균주스’ ‘두부’ ‘치즈’ ‘김밥’ ‘샐러드용 채소’ ‘어묵’ ‘면류’ 등 순으로 언급했다.

유통기한이 지나면 버리는 식품으로 가장 응답률이 높은 식품은 ‘우유 및 생크림류(46.6%)’와 ‘치즈(42.9%)’로 유제품류가 유통기한이 경과되면 폐기하는 비중이 높았다. 유통기한 내 섭취하는 식품은 김밥(38.2%)로 가장 많고 다음이 비살균주스(37.9%), 샐러드용 채소(32.2%)였다.

유통매장에서 판매하는 식품별 냉장온도 관리의 실태도 살펴본 결과에선 식품별 냉장온도 간격차가 큰 식품은 샐러드용 채소>어묵>냉장면류>비살균주스>생크림·두부>치즈>우유>김밥으로, 각 매장에 따라 관리되는 식품의 냉장온도가 불균일해 실제 적정 냉장온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조사 결과 유통매장에서 냉장고 표시 온도와 냉장고 내 제품 표면 등과 실측 온도가 차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냉장고 노후, 영업 시 개방 여부, 온도센서 위치, 물품 적재량 등에 따라 냉장온도 관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업체의 주기적인 온도 검교정이 요구되며, 소비자들도 구매 후 가정에서 냉장온도 관리를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진국에서는 잠재적 위해식품(PHF)을 선정해 4~8℃ 사이로 관리하고 있다. 제외국 식품별 온도관리 규정에 따르면 CODEX의 경우 즉석섭취식품 6℃ 이하(2~4℃ 사이가 선호), 냉각이 필요한 식품은 2시간 내 중심부 온도를 10℃ 이하, 조리가 안된 동물성 식재료는 중심부 온도 1~4℃ 유지를 권장하고 있다.

EU국가들도 유통판매점에서 신선채소 1~3℃, 가공식품 5℃ 이하를 유지하고, 외식시설은 냉장식품 5℃ 이하에 보관하도록 했다. 미국 FDA 역시 냉장 식품과 잠재적 위험식품의 냉장 보관온도를 5℃ 이하로 유지하고 있다.

유통·보관 환경 개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이다. 최근 팬데믹 상황, 기후변화 등 환경적인 위해상황에 따른 소비상황 변화를 고려했을 때 소비기한 도입 시 식품안전, 식중독 등 치명적인 상황을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의 개념 정립과 올바른 보관 방법 등을 인식하는 계기가 필요하다. 즉 소비자가 식품의 보관 및 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할 수 있는 계기와 그를 위한 로드맵을 짤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식약처는 제도를 소비자 혼란 방지와 선택권 보장 등과 더불어 안전을 기본으로 소비자와 산업체의 편익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추진하기 위해 소비자 인식개선과 올바른 식습관 지원을 위한 교육·홍보를 강화할 방침이며, 과학적 소비기한 설정과 유통 환경 개선을 위해 산업체와 정부 등과의 협력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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