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간장 비율’ 주표시면 기재 찬반 첨예…3-MCPD 유해성 논란 재점화
‘혼합간장 비율’ 주표시면 기재 찬반 첨예…3-MCPD 유해성 논란 재점화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0.10.26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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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분해간장 나쁘다는 인식 심어” vs “90% 함량도 양조간장과 구분 안 돼”
산분해간장 ‘식품공전 명시’로 안전성 입증
장류조합 “표시 개정 땐 설비 투자 수십 억”
비율 규정 없어…‘양조’ 1% 함유 혼합간장은 문제
부정적 이미지 설득력 부족…소비자 선택권 확대
식약처 30일 공청회

“혼합간장에 함유된 3-MCPD(3-모노클로로프로판디올) 함량만으로는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규명됐음에도 혼합간장 비율을 주표시면에 표시해야 한다는 논리는 식약처가 3-MCPD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조장하는 것.” “3-MCPD는 혼합간장 외에도 침출차, 제빵, 스포츠음료 등 여러 품목에서 검출되고 있지만 혼합간장만 주표시면에 산분해간장 비율 표시를 강제하는 것은 불평등한 처사아닌가.”

지난 13일 열린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이의경)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지난 5월 식약처가 행정예고한 주표시면 혼합간장 비율표시에 대한 ‘식품 등의 표시기준’ 일부개정고시안에 대해 이같이 질타했다.

쟁점은 혼합간장에 산분해간장 등 비율과 총질소 함량을 ‘주표시면’에 표시해야 한다는 것인데, 혼합식품 중 유독 간장만 주표시면에 표시하는 것은 불평등한 규제라는 주장과 산분해간장 90% 함유에도 양조간장과 동일하게 분류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행정예고 내용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A업체 관계자는 “통상 제품 주표시면에는 주의문구를 다루는 것이 일반적이다. 혼합간장 주표시면 표시는 소비자들에게 산분해간장은 나쁘고, 양조간장은 좋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행정예고 이전 현행대로 유지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B업체 관계자는 “산분해간장은 지난 100여 년 동안 우리 국민들이 섭취하며 안전성이 입증된 식품으로, 식품공전에 명시된 식품유형 중 한 품목”이라며 “안전성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개선돼야 하는 것이 옳지만 식약처에서 안전성을 입증했음에도 이런 식으로 기준·규격을 설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류조합 역시 행정예고 내용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합 관계자는 “장류업체는 전체 80% 이상이 영세하다. 표시법 개정 시 몇 십억 원의 설비가 투자돼야 하는데, 여력이 없는 업체는 평생 일궈온 생업을 접어야 할 판”이라며 “그럼에도 식약처는 라벨 교체에 따른 각종 비용만 소요돼 아무 문제가 없다는 궤변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식약처의 일방적 행정예고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무조건 반대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규제는 업계, 학계, 소비자 등 여론 수렴을 거쳐 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른 것도 아닌 규제 법안을 아무런 영향 평가없이 일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는 것은 도무지 말이 안 된다”며 원점부터 여론 수렴을 거쳐 재검토돼야 한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반면 행정예고 내용에 찬성을 주장하는 일부 단체는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혼합간장 대부분이 산분해간장 80, 양조간장 20 비율이다. 현행 식품공전에는 비율에 관한 규정이 없어 산분해간장 99%에 양조간장 1%가 함유돼도 혼합간장으로 표기할 수 있다. 산분해간장의 안전성 유무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판단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기업의 마땅한 도리”라고 강조했다.

주표시면 표시 논란에 대해서도 그는 “식품은 알레르기 등을 제외하고는 경고표시가 없다. 주표시면에 표시한다고 해서 소비자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준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가독성을 높여 소비자 선택의 길라잡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번 혼합간장 논란이 표시 문제를 넘어 산분해간장에 3-MCPD가 소량 함유됐음에도 유해성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국내 유통되는 산분해간장은 식약처에서 위해성평가 결과를 거쳐 안전성을 입증한 것이다. 특히 간장업계는 그럼에도 3-MCPD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자 관리기준을 0.3mg/kg에서 오는 2022년까지 유럽기준인 0.02mg/kg 이하로 저감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실상 불검출 수준으로 낮춰 소비자들의 우려를 잠재우겠다는 것이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식약처 공무원들조차 혼합간장을 공공연하게 유사간장으로 지칭하고 있다. 본인들이 위해성 평가를 거쳐 인가한 식품 품목을 스스로 가짜 간장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간장업계를 무시하는 행위”라면서 “과학자 집단인 식약처 조차 산분해간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소비자들은 오죽하겠나”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3-MCPD를 발암물질이라며 부정적 시각으로 대하고 있다. 3-MCPD는 엄밀히 따지면 발암물질이 아닌 유해물질로 분류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받아들이는 부분에 있어 엄청난 차이”라면서 “이번 논란을 계기로 향후 3-MCPD가 함유되고 있는 모든 식품에서 저감화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되지나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식약처는 오는 30일 관련 업계 및 단체, 소비자, 학계 등 전문가 그룹과 포럼을 진행, 혼합간장 주표시면 표시 논란에 대해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외에도 △산분해간장 명칭 변경 △혼합간장 비율 설정 △간장 유형분류 통합 재논의 등 문제가 공론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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