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대란’ 가공식품 값 줄줄이 인상
‘가격대란’ 가공식품 값 줄줄이 인상
  • 이지현 기자
  • 승인 2004.03.09 0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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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반발 불구 아직도 진행중
업계 "원가상승 부담 줄이기 미흡" 항변
원자재가 폭등 주원인…정부도 묘책 없어

그야말로 ‘가격대란’이다.

식용유 라면 두부는 물론이거니와 우유 참치 빵 등 거의 모든 가공식품이 이미 인상됐거나 인상 대기 중으로 대형 할인 매장에 들른 소비자들은 하룻밤 사이 뛴 물가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가격을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계는 “원부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원가 상승 부담을 줄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상폭”이라고 토로하며 “소비자들의 반발을 고려해 단계적 추가 인상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유통 업체들 역시 가격 인상을 요청하는 업체들의 요구로 하루하루 가격을 교체하느라 바쁜 상황에서 가격 인상으로 날마다 변하는 가격에 항의하는 소비자들의 볼멘소리를 듣느라 힘겹다.

■ 인상원인

이 같은 가공식품 가격의 잇따른 인상의 주요 원인으로 국제 원부자재 가격 급등, 급격한 기후 변화에 따른 농작물 작황 부진, 중국의 대규모 수요와 해상 운임 상승, 달러 약세에 따른 표시 가격 상승 등이 꼽히고 있다.

농림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식량 자급도는 26.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96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실정에서 국내에서 생산하는 가공식품의 원료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 설령 국내산을 쓴다 하더라도 지난해의 경우 태풍 ‘매미’ 등의 여파로 작황이 좋지 않아 물량을 확보하기 힘든 데다 가격 역시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현재 수입 식용유, 장류 등의 원료로 쓰이는 대두의 톤당 수입 가격은 지난해 7월 262달러에서 12월 349달러로 6개월 사이에 33%나 급증했으며 밀가루의 원료로 쓰이는 원맥 역시 6개월 사이에 22% 가량 올랐다.

옥수수의 경우도 부셸당 285센트로 지난해 평균치보다 22.3% 급등했다. 참치 원어의 경우 지난해 톤당 가격이 700달러에서 2월 말 현재 890달러로 뛰었으며 면실유 역시 33%, 커피 원두의 경우 최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3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식품 원부자재뿐 아니라 캔 원료로 쓰이는 알루미늄 등의 자재, 생산 기계를 만들기 위한 철강 가격 등도 폭등해 물량조차 확보하기 힘든 실정이다.


■ 가격변동 현황 및 인상 전망

지난해 말 고추, 배추 등의 작황 부진으로 포장 김치 가격이 3~7% 가량 오른 이후 12월 농심의 신라면 가격 인상을 신호탄으로 식용유, 콩 가공 제품 등이 줄줄이 인상됐다.

유지류의 경우 지난해 말 대상과 CJ 등 관련 업계가 15~20% 가량 가격을 올린 바 있다. 당시 이 정도의 인상으로는 제조 원가 부담을 덜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던 업계는 이달 들어 2차 인상을 감행해 지난해 2800원 하던 CJ의 1.8ℓ 대두유는 지난해 말 20% 이상 오른 3450원에서 이달 7% 가량 또 오른 37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참기름의 경우 지난해 말 500ml 5800원대 제품이 40% 가량 올라 8000원을 넘은 데 이어 이달 1만원까지 올랐다. 원맥 가격 상승을 이유로 풀무원의 물만두는 6950원에서 7450원으로 7% 가량, 면류 역시 10~18% 올랐다.

농심의 신라면을 비롯한 일부 제품의 가격 인상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라면 업계는 서로 눈치를 보다 지난 2월 한국야쿠르트가 대표 브랜드인 왕뚜껑 용기면 가격을 개당 750원에서 800원으로 50원 올린다고 발표하면서 이후 삼양식품까지 인상 대열에 가세해 전반적으로 3~10% 가량 가격이 오른 상황이다.

지난달 말에는 빙그레가 인기 제품인 ‘바나나 우유’를 출고가 기준 8% 인상한다고 밝혀 유업계 가격 인상의 신호탄을 터뜨린 바 있다. 7년 만에 처음으로 가격을 인상한 빙그레는 기본 재료비 상승 등으로 더 이상 현 수준의 가격을 맞추기 어려워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다른 유업체의 경우 구체적인 인상 계획은 밝히지 않고 있으나 인상 시점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일에는 참치 통조림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동원F&B가 참치 통조림 가격을 평균 8.8% 인상한다고 밝혔으며 사조참치 역시 10% 이상의 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 업계의 가격 인상은 국순당의 ‘백세주’가 시작했다. 회사측은 원·부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지난 1일부터 출고가를 5년 만에 4.7% 인상된 2222원(375㎖)에 내놓고 있다. 소주와 맥주의 경우 매년 초마다 올라 올해는 그냥 넘어갈 것으로 전망되나 수입 주류의 경우 유로화 환율 인상으로 원가 부담이 예상되는 데다 위스키의 경우엔 수년간 가격이 동결된 상태에서 최근 접대비실명제로 매출 부진이 심각해 위기의 돌파구로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게 유통가의 전망이다.

커피의 경우 최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3년 사이 최고가를 기록했으나 아직 관련 제품의 인상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대신 항암 효과가 입증돼 최근 들어 그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코코아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홍차의 원가 인상을 업체들이 요구하고 있어 조만간 20% 선의 인상이 단행될 예정이라는 게 유통 관계자의 설명이다.

음료를 생산하고 있는 업계 역시 최근 캔, 페트병 납품 업체들이 용기 원자재 가격 폭등을 이유로 납품가 인상을 요구해옴에 따라 인상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할인점 이마트는 "동아오츠카와 롯데칠성이 품목별로 평균 5% 선의 인상을 요구해와 충분한 검토 후 가격 조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제과 업계도 압박을 받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원맥에서 유지류, 설탕 등 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거의 모든 원부자재가 수입산으로 수입가 폭등으로 인한 부담은 그 어느 업계 못지않다. 게다가 출산율 저하로 주소비층이 줄고 있어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

그러나 다른 업계와는 달리 제품의 특성상 100원 단위의 인상이 불가피한 품목이라 인상에 있어서는 조심스런 입장이라고 업계는 밝혔다. 롯데제과의 경우 현재 원가절감위원회를 구성해 최대한 자체 흡수를 위한 노력을 하되 이 같은 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가격 조정이나 중량 조정 등의 대안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프랜차이즈 형태나 자영업으로 운영되고 있는 제빵 업계도 어렵다. 스테인레스 가격이 40% 이상 오르면서 제조원가가 너무 올라 제과 기계 역시 지난 2월 15% 정도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잇따라 가격이 오른 유지류, 참치, 라면 등을 모두 공급하고 있는 오뚜기의 경우 기능성 유지류인 ‘날씬 쿠킹오일’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가격 조정을 단행하지 않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격을 올리는 것이 마땅하지만 소비자들의 부담 완화 차원에서 인상을 늦추고 있다”고 밝히며 “되도록이면 기존 제품보다는 새로 선보이게 될 제품들을 중심으로 가격을 높게 책정해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들어 유로화뿐 아니라 호주 달러 환율도 급등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광우병 여파로 호주산 청정우를 수입 가공하고 있는 업체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에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지금의 국제 원자재 수입 가격 폭등은 업계가 직접 나선다고 해도 해결할 수 없는 요인. 정부 역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으나 뚜렷한 묘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따라서 1차 가격 인상 단행에도 불구하고 상황에 따라 단계적 추가 인상이 필가피한 상황이다. 또한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잡히지 않은 업체 역시 인상 대열에 조만간 합류할 계획이다.

■ 유통업체 저가 행사로 고객몰이 나서

한편 이 같은 식품 가격 폭등으로 저가의 제품에만 고객들이 몰리는 현상이 계속되자 유통업체들은 잇따라 최저가 상품전 등을 기획하면서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나섰다. 일부 고객들은 올렸다 내렸다 하는 가격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마트는 오는 10일까지 ‘가격파괴 최저가 상품전´을 열어 신선ㆍ가공식품 등 140여 개 품목을 최고 50% 싸게 판매한다. 하이포크 비엔나(820g)는 3500원, 하림 치킨너겟(1.5kg)은 6450원, 순창 햇고추장(2.8kg)을 9000원 등에 판매한다. 또 매일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실시해 2500명의 고객들에게 삼양라면 1상자 등을 주는 행사를 연다.

홈플러스도 같은 기간 ‘생필품 최저 가격전´을 열어 200여 개 품목을 할인 판매한다. 밀가루 값 상승으로 가격이 크게 오른 라면 우동 칼국수 등 면류를 10~ 20% 싸게 파는 행사도 곧 열 계획으로 알려졌다.

까르푸 역시 ‘어게인 1996년´ 행사를 열어 델몬트 오렌지 주스(1460원), 진로석수(200㎖X6개1290원), 남양 신선우유(770원), 테이스터스 초이스 커피(5100원) 등을 창립 당시 가격으로 판매한다. 행사는 11일 까지 계속된다. 또 체리 코크(1.25ℓ 590원), 맥스웰 싱글카페(1080원), 너트 플러스(280g. 2650원), 참나무 훈연 불고기 골드(250g 1650원) 등은 절반 가격에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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