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에서 질로”…저가 커피 가성비 넘어 품질 승부
“양에서 질로”…저가 커피 가성비 넘어 품질 승부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1.02.04 0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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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입맛 높아져 커피전문점·식품 업계 프리미엄 제품 속속 출시
동원홈푸드 ‘샌드프레소’ 4개월간 2만 잔 기염
맥카페 원두 늘려…SPC 무산소 발효 커피 선봬
스틱원두 ‘카누 시그니처’ 작년 14억여 개 신기록
홈카페 시장 성장으로 믹스·캡슐 등 상향 평준화

불황으로 지갑이 가벼워진 소비자들에게 인기 끌었던 ‘저가 커피’의 행보가 이제 프리미엄 커피 메뉴, 커피 품질 업그레이드로 바뀌고 있다. 그간 커피 가격 거품 논란을 피하지 못했던 카페 업계에 대항해 ‘마실 만한 싸고 양 많은 커피’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었던 커피 브랜드들이 이제는 품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저가 커피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었던 커피 브랜드들이 이제는 품질에 집중, 가성비의 수혜를 버리지 않는 선에서 품질 개선이 이들의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사진=각 사)
△저가 커피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었던 커피 브랜드들이 이제는 품질에 집중, 가성비의 수혜를 버리지 않는 선에서 품질 개선이 이들의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사진=각 사)

대형 커피전문점과 식품업계가 프리미엄 커피 제품과 품질 업그레이드를 잇따라 선보이는 배경은 커피에 대한 소비자 인식과 관심 증가를 첫째로 들 수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커피전문점 현황 및 시장여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커피 전문점 시장 규모는 2016년 5조9000억 원에서 2023년 8조6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조제커피 등 인스턴트 커피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 1조375억 원이다.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직장인 월평균 커피값은 12만원에 달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1, 2위를 다툰다.

한때 저가 커피 전문점이 높은 가성비를 이점으로 열풍이 불었으나 최근 커피에 대한 소비자 인식과 관련 니즈가 증가하면서 ‘마실 만한 커피’라는 기준이 높아져 저가 커피도 품질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가성비’라는 최대 소비자 수혜를 버리지 않는 선에서, 최선의 품질 개선이 커피 전문점들의 최대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

맥도날드는 커피 브랜드 ‘맥카페(McCafe)’의 커피 레시피를 업그레이드해 전국 매장에서 기존 보다 맛과 향이 더욱 깊고 풍부해진 더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맥카페만의 최적의 맛을 살리기 위해 에스프레소 기반 커피의 원두 투입량을 1잔당 평균 14% 늘리는 등 커피 레시피를 업그레이드한 것.

이와 함께 맥도날드는 고객이 커피의 추출 방식에 따라 원하는 커피를 쉽게 주문할 수 있도록 커피 메뉴 2종의 이름을 변경했다. 분쇄한 원두를 거름망에서 뜨거운 물로 추출하는 드립 방식의 커피 메뉴명을 드립 커피(기존 ‘프리미엄 로스트 커피’)와 아이스 드립 커피(기존 ‘아이스 커피’)로 각각 변경했다.

SPC그룹은 무산소 발효 방식을 적용한 ‘식스윅스’를 선보이고 작년 하반기부터 커피앳웍스, 파리바게뜨 등 브랜드를 통해 선보였다. 무산소 발효는 커피 가공 과정에 와인의 발효 방식을 적용한 것으로, 수확한 생두(또는 커피 체리)를 산소가 차단된 공간에서 장시간 발효하는 방법이다. SPC와 4년째 직거래하고 있는 콜롬비아 카우카(Cauca)지역 ‘엘 파라이소(El Paraiso) 농장’과 함께 최적의 가공 과정과 배합비, 발효시간 등을 찾아내 식스웍스는 헤이즐넛, 바닐라, 서양배, 캐러멜 등이 연상되는 다양하고 풍부한 향이 특징이다.

또 SPC그룹이 13년간 연구 끝에 개발한 특허 미생물 자원인 토종 효모(SPC SNU 70-1)와 토종 유산균(SPC-SNU 70-2~4)을 활용했다. 식스웍스는 매장, 해피포인트 앱에서 브루잉 커피, 드립백, 원두 형태로 구매 가능하다. SPC는 향후 홈카페 제품 등 스페셜티 커피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동원홈푸드도 작년 6월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샌드프레소 스페셜티’를 론칭, 서울 내 6개점을 운영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샌드프레소 스페셜티는 정식 론칭 전 4개월 간 시범 운영 기간 동안 누적 커피 판매량이 2만잔을 돌파해 프리미엄 원료로 만든 메뉴를 중저가로 선보인다는 차별점을 내세워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동서식품의 스틱원두 커피 ‘카누’는 원두커피의 맛을 더욱 고급스럽게 구현하기 위해 콜롬비아, 콰테말라 등 원두를 로스팅하고 블렌딩해 제품별로 다른 풍미를 담아내 매년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동서식품은 기존 카누 제품의 프리미엄 버전인 ‘카누 시그니처’를 2018년 선보였다.

‘카누 시그니처’는 카페 아메리카노를 그대로 구현한 프리미엄 커피로, 커피 추출액을 얼려 수분을 제거하는 향보존동결공법(아이스버그)을 적용해 신선한 원두의 풍부한 아로마를 그대로 지켜냈으며 일정량의 원두에서 추출하는 커피의 양을 줄인 저수율 추출공법으로 원두 본연의 맛과 향을 살렸다고. 이에 작년 판매량은 14억7400만개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커피 전문점 등 대면 사업은 위축됐지만 홈카페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생두 수입량이 많아졌고 그만큼 프리미엄 커피에 대한 수요도 늘었다”며 “예전에는 가성비 커피 제품군이 믹스커피 정도에 그쳤지만 이제는 스페셜티, 캡슐, 드립커피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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