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식생활 속 대체육 시대…정의·작명 서둘러야
[기고] 식생활 속 대체육 시대…정의·작명 서둘러야
  • 신동화 명예교수
  • 승인 2021.06.01 0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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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맛살이 효시…게의 고기 안 들어가 ‘맛살’로 변경
미국 텍사스주 대체육에 육·쇠고기 표시 금지 법안
새로운 식품 영역에 사전 지침 만들어야 혼란 방지
신동화 명예교수(전북대·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신동화 명예교수
△신동화 명예교수

전 세계적으로 대체육 열풍이 거세다. 동물복지 및 소비자 건강, 기후변화와 아울러 새로운 맛과 향 그리고 색다른 식품에 대한 소비자 호기심을 업계가 부응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미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비욘드 미트나 임파서블 버거 등은 상품화에 성공했다.

우리나라는 초기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향후 식물성을 선호하는 소비자 취향이 강해지면 아마도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은 높다.

지금까지 개발된 대체육 제품은 콩 등 식물성 단백질을 기반으로 육류의 맛과 조직, 향을 내게 하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또 세포배양을 통해 시험관에서 만들어 내고 있으며, 색과 향을 내기 위해 콩과 식물 뿌리에서 얻은 균을 활용하는 연구도 상업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여기에 3D 프린팅 기술을 도입, 조직을 주고 특정 소비자를 위한 맞춤형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우리도 대체육에 대한 시도는 이미 시작된 바 있다. 게맛살이 효시인데, 게의 고기가 들어있지 않은 유사품에 게맛살이라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소비자 요구로 맛살로 명칭이 변경된 전례가 있다. 

최근 주목을 끄는 보도를 보면 미국 텍사스 주 의회는 대체육 제품에 육(meat), 쇠고기(beef) 등 표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유사제품에 ‘육’이나 ‘쇠고기’라는 표기를 금지하는 목적은 육류를 선호하는 소비자나 육류를 기피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혼선을 주지 않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입법 취지를 밝히고 있다.

소비자 전체를 위한다는 의미가 담겨있으며 제품 구성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는 일반 논리에도 부합된다. 세계적으로 여러 유사제품이 범람하는 추세에서 큰 산업으로 발전하는 대체육에 대한 법적 지침을 제시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물론 관련 육가공 업계에서는 이의를 제기하고 있기도.

이런 흐름에 맞춰 우리나라도 대체육이나 유사제품에 대한 정의와 설명을 명확히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미 정착된 우유가 아닌 콩을 원료로 한 두유가 일반화돼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이름이 됐고, 앞으로도 비슷한 상품들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은 높다.

따라서 우리 정부에서는 앞으로 새로운 대체 식품류 출현에 대비해 이들을 어떻게 분류하고 정의할 것인가를 학계, 업계, 소비자 단체 등의 의견수렴이 필요하고,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는 업계를 위한 사전 지침을 제공해 초기 혼란을 미리 막아야 한다.

유사제품의 좋은 예로 한동안 언론에 회자됐던 인공 달걀 등 새로운 제품은 계속 출현할 것이며 가격과 품질, 선호도 및 안전성에서 원 제품보다 우수하다면 소비자 눈길을 끌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식품과학기술 발전과 분자 수준의 연구, 유전자 조합 기술이 진행되면서 대체식품 개발은 탄력을 받아 새로운 영역으로 크게 확대될 것이다. 앞으로 여러 식품의 원재료까지 변화의 영역을 넓혀 새로운 산물이 나올 가능성은 높다. 그 한 예가 지금도 논란이 되는 GMO다.

이 분야 관련 최고 세계적 학자들조차 위해성이 없다고 발표함에도 아직도 의문의 눈초리는 완전히 제거됐다고 볼 수 없다. 앞으로 출현할 농축산물 원료 자체의 변화를 꾀하는 것은 상당히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식품은 자연에서 생산되는 농축수산물 원료만을 사용하는 것으로 한정 지었으나 앞으로 이들 자원도 인공으로 합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공장에서 생산된 여러 원료를 이용한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예단할 수는 없지만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식물에서만 생산 가능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생성 기작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이들 주원료를 공장에서 합성할 수 있는 때가 올 수도 있다. 물론 공장에서 생산되는 원료를 사용했을 때 소비자 의구심은 상당하겠지만 지금 생산·사용하고 있는 아미노산이나 특정 첨가물 등은 공장에서 대량생산돼 사용되고 있다.

소량 사용하는 첨가물과 식품의 원료는 다르게 반응하겠지만 원료 측면에서도 자세히 과정을 설명하고 이해시킨다면 자연에서 얻는 것보다 순도나 위험성에서도 유리한 점이 있을 것이다.

이제 대체품이나 유사제품에 대한 정의를 정확히 하고 소비자 이해를 구하는 노력과 적절한 작명을 통해 새로운 제품에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이름이 의미 전달에 중요한 매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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