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유통이 맑아진다
맥주 유통이 맑아진다
  • 김영수 기자
  • 승인 2000.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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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 과도한 접대·외상거래등 중단축소

정치권의 금권 선거판을 방불케 할 정도로 혼탁하던 맥주시장이 올 들어 하이트-OB 양사체제로 재편되면서 청량한 새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새바람의 진원지는 OB와 카스의 실질적인 경영권을 쥐고 있는 인터브루 사의 OB맥주.

인터브루가 인수한 OB맥주는 서구식 과학적 경영으로 과거 한국주류시장의 고질적인 병폐였던 과도한 접대금지, 외상거래, 도^산매점에 대한 과다한 판촉비 지원을 중단^축소하면서 페어플레이를 유도하고 있다.

종전 3각 체제였을 때처럼 시장점유율 경쟁에 매달리지 않고 수익성 우선의 내실경영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OB맥주의 기본입장.

`한국정서와 관행'을 무시한 이런 서구적 경영의 영향 탓인지 지난해까지 34~35%선을 유지했던 OB맥주의 시장점유율이 올 1월 380만 1800상자(1상자 500㎖×20)판매에 그쳐 점유율이 30.78%로 크게 떨어졌다.

2월 판매량은 368만 5600상자로 점유율이 33.65%로 다소 회복됐다.

지난해 2월 172만300상자가 팔려 점유율이 최고 17.64%까지 올라갔던 카스맥주도 올 1월 13.79%, 2월 15.11%선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금까지 관행상 30~90일 짜리 어음으로 대금을 지불하던 도^산매점들이 현금거래에 불만을 품고 OB맥주의 반입을 줄이는 바람에 점유율이 지난해에 비해 하락한 것으로 업계측은 분석하고 있다.

OB의 이같은 새로운 시도에 경쟁업체인 하이트맥주는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울며 겨자먹기'라는 한국주류시장의 고질적 관행을 뿌리뽑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역설적이게도 `잘 하는 일'이라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공장 하나 준공에 40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표적 장치산업인 맥주공장의 특성상 시장점유율경쟁은 도^산매점에 대한 과도한 판촉비지원 광고경쟁 등 소모전으로 이어져 금융부담만 안게 돼 경영이 그만큼 어려워질 수 밖에 없었다고 맥주업계측은 설명했다.

하이트맥주 유경종 과장은 “IMF등을 겪으며 대부분의 업체가 외형보다 실속위주의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며 “예전과 달리 맥주소비의 70% 가량이 가정에서 소비되고 있는 점도 과당경쟁을 억제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까지 하이트 OB 카스 3각체제이던 국내 맥주회사는 작년 12월 카스맥주가 OB에 인수되면서 5년만에 다시 양사체제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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