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안전과 콜드체인-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64)
식품안전과 콜드체인-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64)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1.07.12 0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식음료 23조 온도 관리 요망…TTI 도입이 대안

코로나19 사태로 배달 등 소위 ‘언택트·온텍트’ 마케팅이 급성장 중인데, 덩달아 집에서 음식을 시켜먹는 소비자가 급증하면서 배달산업이 호황이다. 이로 인해 즉시배송, 새벽배송에 콜드체인 도입 목소리가 높다. 새벽배송의 강자로 떠오른 마켓컬리가 e-commerce 업계 최초로 식품전용 냉장·냉동창고를 구축했다고도 하고 품목별로 최적의 온도를 유지하는 풀 콜드체인시스템도 갖췄다고 한다.

△하상도 교수
△하상도 교수

여름철이 되면 고온 다습해 식품이 부패하기 쉽고, 세균성 식중독이 많이 발생한다. 특히 냉장, 냉동하거나 가열하지 않고 생(raw)으로 섭취하는 음식은 상해서 버리거나 잘못 섭취 시 식중독을 경험하기 일쑤다. 주위를 둘러보면 여전히 축산물이나 수산물을 냉동차량이 아닌 일반 탑차나 트럭으로 실어 나르거나 신선식품을 오토바이로 배송하는 광경이 쉽게 목격될 정도로 아직 우리나라의 낙후된 식품 유통구조가 체질적으로 개선되지 않았다.

식품안전 문제는 대부분 원료 유래다. 게다가 원료 식자재는 유통단계에서도 교차오염 또는 미생물이 증식하기 때문에 반드시 적절한 온도에서 유통시켜야 한다. 결국 먹거리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산지의 원료 관리부터 유통단계까지 빈틈없는 온도관리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한마디로 콜드체인 같은 정온물류관리가 유통 상 안전문제 예방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콜드체인’이란 신선식품부터 의약품까지 온도에 민감한 제품의 품질 및 안전을 위해 생산, 보관, 유통, 판매 전 과정을 저온으로 유지하는 저온 물류시스템이다. 주로 육류, 해산물, 농산물, 냉동식품과 같은 제품의 유통기한을 연장하는데 사용된다. 곰팡이, 세균 등과 같은 미생물은 식품의 원료부터 생산, 보관 및 유통과정에서 유입될 가능성이 커 생산부터 판매까지 전 단계에서 온·습도를 적절하게 조절해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고 식품의 신선도를 유지해야 한다.

콜드체인 시장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데, 세계적으로 2020년 1,972억 4천만 달러에서 2024년 4,275억 3천만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콜드체인 시장은 2/3가 냉동이며, 냉장유통은 1/3 가량 차지하고 있다. 국내 식품 전자상거래 시장도 급속히 커 가는데, 그 거래액이 2019년 135조 원에서 2020년 157조 원으로 급증했다고 한다. 2020년 기준 콜드체인 관련 음식료품과 농축수산물의 거래액은 각각 18조, 5조 원으로, 약 23조 원 정도가 e-커머스 시장에서 온도관리를 필요로 하는 식품의 물류시장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 냉동차량을 확보하거나 정온물류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국내 식자재 유통시장의 90% 이상을 중소 유통업체가 점유하고 있어 물류센터나 보관창고는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이다.

냉동식품은 냉동상태로, 냉장식품은 냉장상태로 보관·유통되지 않으면 오염된 미생물이 급속히 증식할 수 있어 부패나 식중독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다. 보관온도가 낮을수록 유통기한 연장효과, 식중독 발생 감소 등 편익이 커지는 게 사실이라 우리나라 법적 냉장온도도 10℃ 보다 더 낮게 제안되는 것도 이런 연유다. 제조·유통업체 뿐 아니라 운반트럭도 ‘냉장·냉동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며, 급식소에서도 해동 시 냉장보관하지 않고 상온에 방치 또는 오랜 시간 보관하다가 배식하면 안전문제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 소비자와 식품산업계는 현재의 유통기한 표시가 소비기한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단순히 시간만 연장되는 소비기한 제도로는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소비기한은 바로 식품의 수명이므로 이 시간 내 보관온도, 보관시간의 준수가 필수적이다. 즉, 콜드체인이 필수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냉장·냉동 보존온도를 벗어나면 소비기한 내에 식품이 상할 수가 있어 안전성이 담보되지 못한다. 사람이 하는 보관온도 감시는 한계가 있어 ‘온도-시간’을 감시하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감시시스템의 도입이 소비기한 제도의 성공에 필수요건이다. 그래서 식품의 안전관리에 블록체인을 도입하자는 것이고 과학적 온도감시자인 스티커형 ‘시간-온도 지시계(TTI)’를 식품포장에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냉장식품이 소비기한(유통기한) 내 보관온도를 벗어나거나 보관시간이 초과됐을 때, 그리고 냉동식품이 녹았을 때 경고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불량먹거리 문제의 효과적인 해결책인 ‘콜드체인’의 성공적 도입에 이들 과학적 감시 수단이 꼭 필요하다. 향후 신선 농수축산물과 식품의 수요 확대, 전자상거래에 의한 배달산업의 성장, 소비기한 제도의 도입과 함께 콜드체인이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식품안전성)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