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값 인상에 생산도 감소…우유 가격 오를 듯
원유값 인상에 생산도 감소…우유 가격 오를 듯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1.08.1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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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원유가격 인상 유보 중재 불구 낙진회 거부…대금 지급하는 20일께 인상분 반영
유업체 원가 압박 심해…늦어도 내달 초 인상 예상
우유 사용하는 빵·치즈·요거트 등 연쇄 영향 불가피

길어진 무더위로 원유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차질이 빚어져 유제품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다.

실제 일부 편의점에서는 우유 주문이 차단됐고 대형마트에서도 우유 부족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1일 시행된 원유값 인상으로 우유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 수급 불안까지 겹치며 우유를 사용하는 다양한 제품 생산에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CU와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업체들은 이달 초 서울우유 1.8ℓ 제품 발주를 중단했다. 매일유업의 매일우유도 역시 이달부터 우유 제품 공급량이 발주량보다 5% 부족한 상황이다. 대형마트의 상황도 비슷하다. 대형마트에서는 1.8ℓ, 2.3ℓ 제품 공급이 발주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일부 점포에서 우유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편의점 업체들은 “하절기 원유 공급부족에 따라 대용량 우유 제품 발주가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발주 재개 시점은 아직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마트 관계자는 “자체 브랜드(PB)로 납품받는 우유의 경우 최대한 발주 수량이 미납되지 않도록 물량 확보에 힘쓰고 있다”며 “우유 2.3L 짜리 제품 5만 개를 주문해도 실제 납품받는 물량은 20%가량 적은 4만 개 정도”라고 말했다.

이 같은 수급 불안은 폭염에 원유 수급이 불안정한 데 따른 것으로 매년 여름 낙농업계는 수급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국내 사육 중인 젖소는 대부분 홀스타인 종으로 고온 스트레스에 취약해 이에 노출되면 산유량, 유질, 수태율 등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많게는 평시 대비 생산량의 30%까지 줄어든다. 특히 올해는 여름 무더위가 평년보다 일찍 시작되면서 젖소들의 스트레스 기간은 더 길어졌다.

실제 낙농진흥회의 ‘낙농생산통계’에 따르면 작년 6월 전국 원유생산량은 전월 18만 6670톤에 비해 17만 3982톤으로 줄었으며, 이어 7월에는 17만 6810톤, 8월 16만 6990톤, 9월에는 그 해 최저치인 16만 3835톤을 기록했다. ‘50년 만의 무더위’라고 불릴 정도로 이례적인 폭염 현상이 발생했던 2018년 8월에는 16만 3700톤으로 동년 5월 18만 톤보다 9% 적었다.

△(자료=낙농진흥회 낙농통계)
△(자료=낙농진흥회 낙농통계)

그럼에도 무더위 시기마다 찾아오는 수급 불안을 대처할 방법은 적다. 원유가 1차 농산물이기 때문에 빠른 대처가 힘들어 그저 시기가 돌아오면 원유 생산 상황에 맞춰 업체에선 제품 생산량과 발주량을 조절하는 형태로 대처하고 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무더위가 잦아지는 추석 이후 수급 불안과 제품 부족 현상은 점차적으로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는 원유값 인상으로 우유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 수급 불안까지 겹쳐 고심 중이다. 지난 1일 원유 가격을 ℓ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 인상했다. 이번 인상 폭은 2018년(ℓ당 4원)의 5배에 달하는 만큼 원가 압박을 받는 유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

최근 먹거리 가격 인상이 계속되자 정부 축산 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이에 농식품부는 원유 가격 인상 6개월 유보하자고 요청하는 등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낙농진흥회는 가격 인상을 1년간 유예를 한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으로 확고한 인상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우유 가격의 향배는 우유업체들이 실제로 대금을 지급하는 이달 하순 이전 최종 결론이 날 전망이다. 통상 우유업체들은 매달 1~15일 치 원유 대금을 해당 월 20일께 지급해왔기 때문에 인상된 원유 가격은 오는 20일 이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낙농진흥회는 아직 각 우유업체에 인상된 가격을 통보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거리두기 4단계로 유제품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원유가격 인상에 수급까지 불안해지면서 우유 가격 인상을 둘러싼 상황이 복잡해졌다”며 “가격 인상이 최종 결정되면 이달 말, 늦어도 9월 초에는 소비자 가격 인상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우유 가격이 오르면 빵, 치즈, 요거트 등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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