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라면·커피도 ‘수제맥주’ 컬래버레이션…성장 이어갈까?
치킨·라면·커피도 ‘수제맥주’ 컬래버레이션…성장 이어갈까?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1.10.06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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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00억대서 올해 2000억으로 2배…식품·외식 업체도 뛰어들어 위탁 생산
BBQ 치얼스 이어 교촌치킨 수제맥주 브랜드 인수
오뚜기 스타트업과 손잡고 독일식 ‘진라거’ 출시
블루보틀, 제주맥주와 제휴 ‘커피 골든 에일’ 선봬
편의점표 수제맥주는 오비맥주·롯데칠성이 제조

식품 대기업과 중소 맥주 양조장의 협업 작품인 이색 컬래버레이션 맥주의 인기가 거세다. 곰표, 말표, 유동골뱅이, 백양, 금성, 캬~ 맥주 등 소비자에게 익숙한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한 맥주들이 인기를 끌면서 식품·외식업계도 자사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이식한 수제맥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실 이들은 이미 상당한 규모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나 양조장에서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수제맥주’라고 보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중소 양조장의 제품 기획 및 제조력에 대기업 브랜드 이미지로 날개를 달아 줄 수 있는 기회로, 대기업 역시 코로나19 등으로 낮아진 공장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관련 제품의 출시가 늘고 있다. 아울러 주세법이 종량세로 바뀌면서 국산 맥주의 가격이 낮춰지고 맥주 OEM 규제가 완화되는 등 정책적 배경도 다채로워진 맥주 매대에 한몫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와 교촌치킨은 각각 수제맥주업체 마이크로브루어리, 문베어브루잉과 협업, 수제맥주를 선보였다. 오뚜기와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진라면을 모티브로 한 수제맥주 '진라거'를, 블루보틀커피와 제주맥주는 ‘커피 골든 에일’를 내놓는다. (사진=제네시스BBQ, 교촌에프엔비, 오뚜기, 블루보틀커피)
치킨 프랜차이즈 BBQ와 교촌치킨은 각각 수제맥주업체 마이크로브루어리, 문베어브루잉과 협업, 수제맥주를 선보였다. 오뚜기와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진라면을 모티브로 한 수제맥주 '진라거'를, 블루보틀커피와 제주맥주는 ‘커피 골든 에일’를 내놓는다. (사진=제네시스BBQ, 교촌에프엔비, 오뚜기, 블루보틀커피)

롯데칠성음료, 오비맥주 등 국내 대기업 주류업체들도 수제맥주 위탁 생산에 나서면서 시장은 더 커졌다. 롯데칠성음료는 세븐브로이, 제주맥주, 더쎄를라잇브루잉 등과 OEM 계약을 맺고 ‘수제맥주 클러스터’로 전환한 충주 맥주 1공장에서 곰표 밀가루, 말표 구두약 등 편의점을 중심으로 유통되는 브랜드 협업 수제맥주를 위탁생산 중이다.

지난 6월 수제맥주 협업 브랜드인 코리아 브루어스 콜렉티브(Korea Brewers Collective, 이하 KBC)를 론칭한 오비맥주도 편의점 GS25·아웃도어 브랜드 노르디스크와 협업한 ‘노르디스크 맥주’를 출시한데 이어 CU·BYC와 손잡고 ‘백양BYC 비엔나라거’, 이마트24와 ‘최신맥주 골든에일’, 세븐일레븐·배달의민족과 협업한 ‘캬 소리 나는 맥주’ 등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덕분에 이제까지 큰 성과를 올린 사례는 편의점표 수제맥주가 가장 많다.

한국수제맥주협회는 작년 수제맥주 시장 규모가 처음 1000억 원대를 넘어선 1180억 원에 이른 데 이어 올해는 2000억, 2024년까지 3000억 원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어 식품·외식업계에서도 수제맥주 브랜드와의 협업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프랜차이즈 업계는 산업 특성상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수제맥주의 원활한 보급에 이점이 있음과 동시에 배달 음식의 높은 인기에 수제맥주 판매에 대한 호응도 커 경쟁적으로 시장에 진출 중이다.

BBQ는 작년 7월 마이크로브루어리코리아와 손잡고 치킨 프랜차이즈업계 최초로 자체 수제맥주 브랜드인 'BBQ비어 6종'을 출시한 데 이어 제주맥주와 함께 치킨 페어링 맥주 '치얼스(Chieers)'를 선보였다.

'치얼스(Chieers)'는 치킨의 고소한 맛은 배가시키고, 기름진 맛을 잡아줄 수 있도록 치킨과의 페어링에 집중해 레시피가 설계됐다. 제품은 깔끔한 맛이 돋보이는 4.1도의 에일 타입 맥주로 누구나 마시기 편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이 브랜드 측 설명이다. 치킨(Chicken)과 맥주(Beer)를 결합한 '치얼스(Chieers)'는 500mL 캔 맥주로 출시되며 편의점 및 대형마트를 통해 선보일 계획이다. 향후 BBQ는 경기도 이천에 자체 생산 시설도 연말까지 지으며 연간 약 440만 리터에 이르는 수제맥주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도 내부에 수제맥주 테스크포스를 꾸리고 수제맥주 개발·유통을 본격화했다. 지난 5월 120억 원 투자로 수제맥주사 인덜지의 수제맥주 브랜드 문베어브루잉을 인수하면서 지난달 강원도 고성에 문베어브루잉 수제맥주 공장을 개장하고 치킨과 어울릴 새 수제맥주 브랜드를 발매한다는 계획이다.

교촌은 문베어브루잉에서 판매되던 맥주 ‘금강산 골든에일’ ‘백두산 IPA’를 교촌치킨과 어울리게 리뉴얼해 내놨다. 제품은 전국 가맹점에서 시작해 앞으로 대형마트·편의점 등 여러 유통채널로도 판매를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오뚜기는 수제맥주 스타트업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와의 협업을 통해 ‘진라거’를 출시, 2주 만에 70만 캔을 완판했다고 밝혔다. ‘진라거’는 독일산 스페셜 몰트를 사용해 진한 몰트의 맛과 향을 살린 라거 스타일의 맥주로 독일산 스페셜 몰트에서 나는 카라멜, 빵과 같은 고소한 맛과 향이 나면서도 라거 특유의 라이트한 바디감으로 독일산 노블 홉의 은은한 꽃과 허브의 향을 느낄 수 있다고. 오뚜기는 진라거의 초도 물량이 완판됨에 따라 충분한 물량이 확보되는 대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으로 판매채널을 확대할 예정이다.

오뚜기와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지난 3년간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해 한국형 맥주 개발에 협력해왔다. 2019년 오뚜기 창립 50주년을 맞아 오뚜기 토마토 퓨레가 들어간 ‘토마토 블론드 에일’과 오뚜기 카레에 들어가는 강황과 큐민을 사용한 ‘카레 위트 에일’을 선보인 바 있다. 또 오뚜기 식품연구소와 함께 다양한 국내 효모를 개발해 5차례에 걸쳐 한국형 에일 맥주 개발 프로젝트(Korean Ale Project, K.A.P)를 진행했다.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블루보틀커피는 제주맥주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프리미엄 스페셜티 맥주 ‘커피 골든 에일’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블루보틀은 작년 5월 압구정점 등 몇몇 매장에서 블루보틀의 클래식 블랜드 커피 원두가 함유된 ‘블루보틀 커피 페일 에일’을 선보인 바 있다.

신제품 ‘커피 골든 에일’은 제주맥주의 기술연구소와 브루마스터, 블루보틀의 로스터와 품질 및 혁신팀이 함께 1년여간 개발한 제품으로 10월 1일 공식 출시된다. 커피 골든 에일(330ml) 두 병과 골든 에일 글래스, 오프너로 구성된 ‘골든 에센셜 키트’는 블루보틀 제주 카페 옆 제주맥주 코너샵에서만 500세트 한정으로 판매된다. 향후 제주맥주와 블루보틀은 프리미엄 스페셜티 맥주 출시부터 코너샵 운영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유흥 시장이 침체됐지만 홈술족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호기심을 자아내고 SNS에서 인기를 끌 수 있는 이색 협업 제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며 “관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주류업체들의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기업들이 수제맥주 출시에 열을 올리는 만큼 빠르게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대기업들의 시장 진출에 따라 컬래버래이션 맥주가 대량 생산되면 소규모 브루어리에서 만든 수제맥주의 매력과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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