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 가격 오른 김치 업계 소금값에 휘청
원재료 가격 오른 김치 업계 소금값에 휘청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2.03.02 0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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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전 감소·공급 부족 1포대에 30% 급등…비중 작은 원료가 생산비 10% 차지
천일염 대신 정제염 쓰면 아삭한 식감 줄어
수입산 대안 불구 학교급식 등 납품 어려워져
수급 안정까지 수입산에도 ‘국산 표시’ 허용을

배추 등 김치의 원재료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가운데 김치의 맛, 보존성과 관련이 깊은 ‘소금’마저 그 몸값을 올리고 있어 김치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국산 천일염 20kg 1포대당 평년 7900원하던 산지 가격이 작년엔 1만 2500원까지 상승했고, 이달에는 1만 500원대를 유지하며 30%가량 올랐다. 이 때문에 천일염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김치 및 절임식품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천일염의 가격이 오른 이유는 10년 전부터 시작된 염전 산업의 하락세에 있다. 염전 어민들은 밀려드는 수입산 천일염 때문에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천일염의 가격이 급감하자 염전을 새우 양식장으로, 태양광에 자리를 내줬다.

△국산 천일염 가격이 해마다 떨어지면서 이를 원재료로 하는 김치업계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산 천일염을 수입산으로 대체할 경우 공공급식으로의 납품에 차질이 생기거나, 정제염을 사용하게 되면 아삭한 식감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치협회는 국회, 농식품부 등과 국산 천일염 수급안정 논의를 진행하며 대응에나섰다.
△국산 천일염 가격이 해마다 떨어지면서 이를 원재료로 하는 김치업계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산 천일염을 수입산으로 대체할 경우 공공급식으로의 납품에 차질이 생기거나, 정제염을 사용하게 되면 아삭한 식감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치협회는 국회, 농식품부 등과 국산 천일염 수급안정 논의를 진행하며 대응에나섰다.

국산 천일염 가격은 2011년 정점을 찍은 뒤 해마다 하락했다. 20kg 한 포대의 산지 천일염 가격은 2014년 5600원에서 2015년 4300원, 2016년 3200원, 2017년 2540원까지 떨어졌다. 2019년엔 1800원까지 떨어져 원가에도 미치지 못해 생산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는 상황까지 찾아왔다. 당시 정부는 국산 천일염 산업 활성화와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한 위원회 설치, 산업 육성 계획 등 소비 촉진 활동을 벌였다. 그럼에도 전국 천일염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전남지역 생산자들은 2019년 7월 천일염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결국 수지를 맞추지 못한 염전업자들은 태양광에 자리를 내줬다. 처음엔 폐염전을 새우양식장으로 활용하다 요즘 들어 태양광으로 바뀌었다. 현재까지 천일염을 생산하는 농가는 고창, 부안, 신안, 군산 등 고작 전남의 몇 곳뿐이다. 실제로 전국 염전 면적은 2010년 103㎢에서 작년엔 87㎢로 약 15.4% 감소했다. 더욱이 작년엔 일본 원류 방류 소식에 천일염 사재기 현상이 강해졌고, 긴 장마로 생산량이 많이 줄어 공급량 부족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결국 수요가 공급을 넘어 지금의 가격을 형성한 것.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버린 천일염을 원재료로 하는 김치 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aT가 조사한 식품산업 원료소비 현황에 따르면 김치 및 절임류 업계는 전체 천일염 사용량의 33.7%(9만 8530톤 중 3만 3209톤)를 차지한다. 특히 김치류에 들어가는 천일염 중 국내산의 비중은 95~99%에 달해 거의 모든 업체가 국산을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물론 김치에 비싼 천일염 대신 정제염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천일염을 써야 배추 조직 안으로 미네랄이 들어가 ‘가교결합’이 일어나 아삭한 식감의 김치를 얻을 수 있고, 보존성도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정제염도 생산업체가 적은데 공장의 노후화 등으로 증산이 힘든 상황은 마찬가지라는 것.

중국, 호주 등으로부터의 수입산 천일염도 수급 안정까지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천일염의 수입은 지난 2019년 377만여 톤에서 작년 438만여 톤으로 최근 많이 늘었다. 그러나 수입산 천일염을 사용하게 되면 ‘국(내)산 김치’로 표기하기 어려워지고, 학교급식 등 공공급식으로의 납품이 어려워져 업체들의 선택이 쉽지 않다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김치 원료 사용비중의 2~3%가 조금 넘는 천일염이 전체 생산비용의 1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고 토로하며 “수급이 안정될 때까지 수입산 천일염을 사용해도 국(내)산 표기가 가능하도록 하고 공공급식도 가능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대한민국김치협회는 김치공장 소금 부족 및 가격 상승에 대응해 국회, 농식품부, 해수부와 협력해 국산 천일염의 수급안정을 위해 논의를 진행하는 중이며, 연내 천일염 생산자단체와 공동구매 협의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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