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 식품 업계 블록버스터 되나
‘마이크로바이옴’ 식품 업계 블록버스터 되나
  • 최지혜 기자
  • 승인 2022.04.19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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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R&D 1조 지원 사업에 식품·의약 등 응용 분야 넓어…대기업 진출 러시
CJ 전문 기업 천랩 인수 ‘CJ바이오사이언스’ 설립
유전체 진단·맞춤형 건기식·신약 개발로 사업 확대
롯데푸드, 중앙대와 헬스 케어용 균주 개발 나서
고바이오랩, 이마트와 건기식 법인 ‘위바이옴’ 출범

식품 및 유통업체들이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는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 뛰어들며 연구개발에 한창이다. 특히 정부의 1조 원 규모 마이크로바이옴 사업 추진 계획 발표에 따라 지분 투자, 기술 협약 등 업계의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작년 말 정부는 미래 유망 핵심기술로 마이크로바이옴을 꼽고 10년간 1조 원 이상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특히 R&D 혁신과 관련해 2023년부터 2032년까지 1조 1506억 원을 투입하는 ‘국가 마이크로바이옴 이니셔티브’ 사업을 기획 및 추진해 관련 분야 육성에 나설 방침이다.

이에 CJ, 신세계, 롯데 등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며 시장 우위 선점을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이 미래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으며 식품 및 유통업체들이 관련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사진=식품음료신문)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이 미래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으며 식품 및 유통업체들이 관련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사진=식품음료신문)

CJ바이오사이언스는 후보물질 CLCC1을 활용한 면역 항암제와 장질환 치료제의 전임상연구에 돌입했다. CJ제일제당은 작년 10월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 천랩을 983억 원에 인수(43.99%)하고 기존에 보유 중인 레드바이오 자원을 통합해 CJ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했다. 천랩은 2009년 천종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설립한 마이크로바이옴 특화 기업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 설립에 따라 천 교수는 신임 대표로 선임되며 교수직에서 물러나고 경영에만 집중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월 출범식을 진행한 CJ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No.1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도약’을 목표로 3대 혁신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초격차 R&D 역량 확보 △바이오-디지털 플랫폼 기반 신약개발 가속화 △신규 사업의 글로벌 확장에 주력한다. 이에 코호트 확대 및 글로벌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빅데이터 확보를 통해 바이오-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약개발 발굴 기간은 단축하고 임상 성공률은 향상시킬 방침이다. 아울러 차세대유전체분석(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 사업을 비롯해 유전체 진단·위탁개발생산(CDMO)·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천 대표는 "구체적으로 2~3년 내로 면역항암·자가면역질환 치료용 신약 파이프라인의 미국 FDA 임상 진입(1상) 및 글로벌 빅 파마와의 공동 연구를 통한 기술 수출을 추진할 것"이라며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의 바이오 플랫폼 기술이 의료 및 헬스케어 분야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쳐 새로운 블록버스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 중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개발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고바이오랩은 이마트가 투자를 유치한 기업이다. 고바이오랩은 자체 마이크로바이옴 소재 발굴 플랫폼 ‘스마티옴’으로 발굴한 면역질환 치료 후보물질 ‘KBL697’을 활용해 건선 및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건선 치료제의 경우 지난달 국내 기업 최초로 2상 투약을 개시하는 한편 미국 FDA로부터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에 대한 2a상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은 바 있다.

아울러 고바이오랩은 올해 이마트와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이마트와 건강기능식품 합작법인 위바이옴을 설립했다. 이마트는 고바이오랩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100억 원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며 지분 3.3%를 확보했다.

위바이옴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으로 미국 임상 2상에 진입한 고바이오랩의 기술력과 이마트의 유통 인프라를 활용할 방침이다. 이에 연구 협의체를 구성해 지속적으로 신규 균주를 발굴하고 미충족 수요 분야에서의 기능성을 갖춘 건기식을 출시한다는 입장이다. 또 지난 8일에는 국가식품클러스터 내 163억 원의 투자를 확정하고 바이오벤처와 대기업의 성공적인 상생모델 만들기에 나섰다. 위바이옴은 국가식품클러스터 내 1만 4201㎡ 부지 규모에 입주해 본격적인 건기식 사업에 뛰어들었다.

고바이오랩 관계자는 “위바이옴은 고바이오랩과 이마트의 특장점을 하나로 융합한 결정체로 프로바이오틱스 시장 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온·오프라인 유통 인프라와 마케팅 역량을 갖춘 이마트와의 협력은 바이오벤처의 기술과 대기업의 역량이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상생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700억 원을 투자해 롯데헬스케어를 설립하고 헬스케어 시장 진출에 본격화를 선언한 롯데푸드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롯데푸드는 롯데중앙연구소, 중앙대학교와 기술 협약식을 체결하고 프로바이오틱스 공동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 미생물유전체전략연구사업단 사업에 중앙대를 주관 기관으로 롯데푸드와 롯데중앙영구소가 참여해 공동 연구를 수행해왔다. 4년간 약 23억 원이 넘게 투입된 연구를 통해 △후보 균주 발굴 △마이크로바이옴 효능평가 △동물실험 △원료개발 △제형별 효능검증 등의 과정을 진행해왔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조절을 통해 혈당과 스트레스 증상을 저하시킬 수 있는 신규 프로바이오틱스 소재를 개발한 바 있다. 

이진성 롯데푸드 대표는 “차별화된 기능성을 갖춘 유산균 소재 개발을 앞두게 돼 향후 활용 가능성이 크다”며 “연구 협력을 지속해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생애주기 맞춤형 제품을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작년 1월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 비피도와 ‘헬스케어 균주 개발 및 마이크로바이옴 공동 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3월에는 블록딜 방식으로 비피도 지분 1.61%를 취득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분 투자를 통해 롯데중앙연구소와 비피도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헬스케어 기능성 균주 발굴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hy도 작년 9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개발 기업 이뮤노바이옴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질병 치료 목적의 살아있는 미생물 ‘파마바이오틱스 개발’을 본격화한 바 있다. hy가 자사 균주 라이브러리를 이뮤노바이옴에 제공하고 이를 활용해 양사는 균주 선발부터 배양, 기능성 평가까지 이르는 공동 연구를 진행한다. 

한편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의 합성어로 인체 내 미생물의 집합체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의하면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2019년 811억 달러(약 91조 원)에서 2023년 1087억 달러(약 121조 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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