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패스트푸드 운동 본격화…업계 일방적 매도 반발
안티패스트푸드 운동 본격화…업계 일방적 매도 반발
  • 이지현 기자
  • 승인 2004.05.03 0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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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 어린이 비만·환경 오염 주범 주목
업계 - 열량·지방 함량 높지 않아…"편견일 뿐"

지난달 25일 대학로에서는 이색 풍경이 펼쳐졌다.

‘인류 진화의 마지막 단계는 호모 맥도날드?’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든 거구의 사람들이 대학로 차 없는 거리를 점령한 것이다. 이들의 몸은 불을 대로 불어 제대로 가누기조차 힘들어 보였다.

환경운동연합의 최준호 간사는 “패스트푸드 소비에 열을 내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20만 년 전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언스의 마지막 모습을 비유해 호모 맥도날드, 호모 KFC 등으로 칭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엉뚱하고 재미있는 분장이 얼핏 보기엔 한낱 눈요기거리에 지나지 않았겠지만 아이들과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의미 있는 행사로 평가되고 있다. 지구의 날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이 ‘패스트푸드는 가라’ 퍼포먼스는 “건강과 농업을 위협하는 패스트푸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기획했다”고 최 간사는 밝혔다.

그동안 안티패스트푸드 운동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대부분 일회성에 그쳤다. 그런데 최근 한 시민단체가 ‘안티패스트푸드’를 선언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 관련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억울하다는 입장도 견지하고 있다.

끼니를 거르기 쉬운 바쁜 현대인들의 식사를 책임 지고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역할은 온 데 간 데 없이 비만의 주범으로만 비치는 아픈 상처를 안고 있다는 호소이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섭취할 경우 비만 등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지사일진대 유독 패스트푸드가 그 악역의 전부인 양 취급되는 점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안티패스트푸드 운동의 근거는 무엇이며 이에 대한 업계의 대응 방안을 짚어본다.

최근 환경정의 산하의 ‘다음을 지키는 사람들(이하 다지사)’은 건강과 환경에 끼치는 패스트푸드의 악영향을 소비자에게 알리고 안전한 먹거리 확보를 위해 ‘안티패스트푸드 운동’을 전개하고 나섰다.

다지사는 10여명의 엄마들이 모여 결성된 단체로 이미 2001년, 오염된 음식 환경을 고발한 책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를 펴내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박명숙 운영위원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먹거리도 변화하면서 화학 물질의 사용이 늘고 있다”며 “이러한 화학 식품 첨가물은 아토피 등 알레르기성 질환을 심화시킬 뿐 아니라 면역력을 떨어뜨려 각종 질병을 유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가공 식품도 문제지만 특히 패스트푸드는 이들 첨가물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조차 제공되지 않아 가장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빈익빈 부익부의 가속화로 많은 사람들이 기아로 죽어가고 있지만 세계에서 생산되는 곡물량의 40% 이상이 패스트푸드 고기 패티의 원료인 가축을 키우기 위한 사료에 이용되고 있고 미국의 경우에는 그 비율이 90%에 달하는 등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패스트푸드는 반세계화와 일회용품 남용으로 인한 환경 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으며 국내 시장 상륙 이후에는 어린이 비만을 세 배나 증가시키며 비만아의 30% 이상을 소아성인병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패스트푸드의 역기능을 강조하며 안티 패스트푸드 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다지사는 앞으로 안티패스트푸드 운동으로 △기업에 패스트푸드 정보 공개 추진 △성분 표시 제도화를 위한 법률 개정 △어린이 텔레비전 시청 시간대의 광고 규제 △유해성 홍보 캠페인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근 패스트푸드 업체에서도 비만 유발 식품이라는 오인 아닌 오인을 불식시키기 위해 영양 정보를 공개하고 나섰지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열량’이 아닌 그것이 먹을 만한 ‘음식’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해 달라는 목소리이다.

다지사는 열량뿐만 아니라 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모든 원료와 이들 원료의 원산지 등 소비자들이 정말로 궁금해하는 내용을 모아 기업에 공개 질의서를 보내 답변을 들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분 표시의 제도화와 관련해서는 “현행법상 패스트푸드는 도시락류로 분류돼 성분 표시의 의무가 없으나 제조 공정과 원료가 기계화·획일화돼 있는 만큼 가공 식품과 같이 패스트푸드 역시 포장지나 매장 등에 주원료와 식품 첨가물의 표기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다지사의 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텔레비전에서 패스트푸드 광고가 나오면 75%의 학생이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위원은 “아이들이 텔레비전을 즐겨보는 시간대에는 패스트푸드 광고를 금지하거나 광고 방영 후 패스트푸드 과잉 섭취 시의 위험성을 알리는 공익 광고를 내보내야 한다”며 “실제로 스웨덴에서는 어린이 방송 시간대에 패스트푸드 광고 방영이 법으로 금지돼 있다”고 부언했다.

다지사는 보다 효율적인 운동을 전개해 나가기 위해 인터넷 카페(www.cafe.daum.net/antifastfood)도 개설,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 같은 안티패스트푸드 운동이 본격화되는 것이 최초인 만큼 앞으로 이들의 활동과 활동 결과에 따른 우리 나라 패스트푸드 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바뀔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업체들은 패스트푸드가 비만의 주범이라는 것은 잘못 알려진 사실로서 불매운동 대상 품목으로서 특정 범주에 묶여 있는 것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발트 크래머가 집필한 ‘상식의 오류 사전’에 소개된 “현대의 영양학 전문가들도 대부분 패스트푸드 식품이 고급 요리에 비해 영양 가치 면에서 뒤떨어지는 점을 거의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패스트푸드 문화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그의 입맛을 잃게 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패스트푸드를 먹어도 되는가´가 아니라 ´얼마만큼 그리고 얼마나 자주 먹는가´에 있다”는 내용을 들쳐 보였다. 패스트푸드를 주식으로 삼는 미국의 경우 불균형적인 식단이 비만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도 있지만 한 달 90끼 동안 겨우 2∼3끼 정도를 섭취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경우 패스트푸드가 비만의 원인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돌냄비 가락국수(565kcal) 볶음밥(617kcal) 떡볶이(482kcal) 돈가스(553kcal) 자장면(670kcal) 등 다른 외식군에 비해 햄버거의 열량은 500kcal 내외로 결코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열량 외에도 지방이 과도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업계는 짜장면이나 삼겹살 등의 지방 함량이 더 높다는 점을 지적, 일부의 편견에 의한 매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따라서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영양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맥도날드는 올해 고객들에게 올바른 영양 정보를 알리는 건강 캠페인을 실시하기로 하고 명예 홍보대사에 가정의학비만 전문의인 여에스더 박사를 위촉했다. ‘식사는 균형 있게, 생활은 활기 차게!’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한국맥도날드는 여 박사와 함께 소비자들의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도움이 되는 올바른 영양정보와 식생활 지침을 널리 알릴 예정이다.

여에스더 박사는 4월부터 연말까지 맥도날드 홈페이지에 건강 칼럼을 연재하고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영양 이야기에 대해 일반인들이 알기 쉽고 자세히 다룰 계획이다.

롯데리아는 이미 3년여 전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영양 정보를 공개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건강 메뉴를 대폭 늘린다는 방침이다. 샐러드 메뉴의 질을 높이고 요거트 메뉴 등을 신설하는 한편 칼로리를 낮춘 버거와 지방을 대폭 줄인 메뉴들을 위주로 출시할 계획이다.

KFC도 영양 공개는 물론 ´가치와 건강´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금보다 한층 개선되고 건강 지향적인 제품을 제공하기로 했다. 특히 KFC는 주메뉴가 닭고기인 점을 지적한다.

닭고기는 여타 육류에 비해 칼로리가 낮아 체중 증가를 우려하는 중년층이나 식이 조절을 하는 사람, 회복기 환자, 신체 활동량이 적은 사무직 근로자에게 적합하며 다른 동물성 식품에 비해 단백질이 월등히 높아 운동 선수나 모델, 역동적으로 활동하는 청소년들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성층, 어린이, 위장이 약한 사람들의 좋은 단백질 공급원임을 강조하고 있다.

버거킹은 홈페이지에 영양표와 고객이 즐겨 먹는 메뉴의 열량을 알아볼 수 있는 코너를 별도로 운영하고 파파이스도 올 하반기부터 홈페이지에 영양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 역시 건강 지향적 웰빙 트렌드에 발맞춰 지방과 칼로리를 낮춘 메뉴 개발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김양희 기자(yang275@thinkf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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