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만난 수출역군 K-푸드-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91)
때를 만난 수출역군 K-푸드-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91)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2.05.30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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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년 축적된 음식 문화 세계인 입맛 잡아

코로나사태 덕분에 우리 식품산업은 K-푸드 전성기를 맞이한 것 같다. 그 간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레토르트식품, 통조림, 라면 등 장기보존식품이 비축식량으로 활용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고 재택근무, 재택수업 등으로 집에서 먹는 가정간편식(HMR) 시장도 급팽창하고 있다. 게다가 온텍트 시대가 되면서 전 세계가 더욱 가까워지며 K-푸드의 수출도 급성장 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국격과 더불어 K-푸드의 품질과 안전도 덩달아 인정받아 수출이 급증하면서 우리 식품업계 성장의 돌파구가 되고 있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인류 먹거리의 역사를 살펴보면 구석기시대 사람들은 동굴에 살면서 돌도끼와 돌칼을 만들고 사냥과 수렵으로 음식을 구해 먹었다. 기원전 5천년 경 한반도에 빗살무늬토기가 전래하면서 신석기 문화를 이뤘는데, 농기구와 함께 곡물이 출토된 것으로 미뤄 농경이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 낚싯바늘, 작살, 그물추로 물고기 등 수산물을 어획했으며 개, 돼지, 물소 뼈가 발굴된 것으로 미뤄 목축생활도 했던 것 같다.

신석기인들의 움집에는 화덕 터와 저장 굴이 남아 있어 불을 활용해 음식을 조리해 먹었다고 추측된다. 이후 청동기를 가진 북방 유목민이 고조선을 세워 농기구를 만들어 농경을 발달시켰으며, 이어진 철기시대에도 철제 농기구 덕분에 농업이 더욱 발달했다. 조개무지와 고분벽화에서 시루가 출토된 것으로 미루어 벼를 재배해 밥과 떡을 만들어 먹었고 술 빚는 기술도 있었다고 추측된다.

삼국시대에는 소를 활용해 땅을 갈았으며 물을 이용하면서 농산물 생산량이 급증했다. 소, 돼지, 닭, 염소, 오리 등 가축을 길렀고 계란을 먹었으며, 백제인이 일본 천왕에게 우유를 바친 기록도 남아 있다. 3∼4세기에는 조선기술이 발달해 큰 배로 먼바다까지 나갈 수 있어 다양한 물고기와 해초류를 먹기 시작했다.

고려시대에는 주식으로 쌀을 먹었지만 산간 지역에는 밭이 많아 참깨, 보리, 밀, 멥쌀 등이 경작돼 잡곡밥이 더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국수, 떡, 약과, 다식 등을 즐겼으며, 간장, 된장, 술, 김치 등 발효식품도 즐겼다. 이어 시장이 생기고 화폐를 활용한 식품의 상거래가 이뤄지기 시작했는데, 개성에는 주점(酒店)이 생기고, 외국과의 교류가 빈번해지면서 객관(客館)도 생겨났다. 절에서는 술, 차(茶), 국수를 만들고 소금, 기름, 꿀 등도 팔았다고 한다. 식품의 원재료와 조미료가 다양해지기 시작했고 장아찌와 같이 소금과 식초를 이용한 저장기술도 선보이게 됐다.

조선시대 초기에는 권농정책으로 토지제도를 정비하고 영농기술 개발을 위해 농사직설(農事直說), 농사집성(農事集成) 등의 농서를 펴냈다. 모내기가 보급돼 보리와 벼를 이모작 했고 원예작물의 재배에도 힘썼다고 한다. 분청사기, 청화백자, 옹기, 유기 등이 보급돼 편리한 식기문화가 형성됐고, 임진왜란 전후로 남방에서 고추, 감자, 고구마, 호박, 옥수수, 땅콩 등이 들어 왔으며, 개고기와 육회, 생선회를 먹는 풍습이 있었다. 조선시대는 철저한 계급사회라 식생활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 신분과 형편에 따라 3첩에서 12첩의 반상 차림을 갖추게 됐다. 인구가 늘어나면서 음식과 그릇을 전문화한 난전이 곳곳에 생겼는데 싸전, 잡곡전, 생선전, 유기전, 염전, 시저(匙著)전, 과일전, 닭전, 육전, 좌반전, 젓갈전, 꿩전 등 음식을 거래하는 시장이 다양했었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전국에서 진상한 다양하고 귀한 재료와 고도의 조리기술을 지닌 주방 상궁들의 솜씨 덕분에 조선시대 말기를 ‘한국 음식의 절정기’라 부른다. 1900년대에 접어들어 조선왕조가 망해 궁중 요리사들이 고급 요정을 차리면서 궁중음식이 대중화됐는데, 이것이 요즘 한정식의 시작이라 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전후부터 술, 떡, 엿 등 가내수공업을 시작으로 근대적인 공업화의 싹을 틔우기 시작해 1930년대 이후부터 본격적인 일본의 식품기업들이 국내로 유입되기 시작됐다. 1945년 해방 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며 미국의 원조와 전쟁 군수품을 중심으로 산업화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1970년대 산업의 근대화와 1980년대 86아시안게임,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인스턴트식품이 소개되고 피자, 햄버거 등 외국음식의 도입으로 글로벌한 식생활로 변모되기 시작했다. 이런 음식의 역사 덕분에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가장 다양하고도 풍요로운 한식인 K-푸드를 즐기게 됐고 또한 전 세계 식탁을 사로잡고 있는 원동력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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