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속과 식품안전 : ②납(pb)의 위험성-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92)
중금속과 식품안전 : ②납(pb)의 위험성-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92)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2.06.07 0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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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에 미량 함유…2군 발암물질로 분류
위해성 평가 ‘안전’ 불구 노출 줄이게 노력해야

2021년 11월 10일 美 미시간 주 동부연방지방법원은 “납 성분이 함유된 수돗물로 피해를 본 미시간 주 플린트시 주민들에게 6억2천600만 달러(한화 약 7,394억원)를 지급하라”고 중재했다. 디트로이트 북서부에 있는 인구 10만의 쇠락한 공업도시 플린트 시는 휴런호를 상수원으로 하는 디트로이트 시에서 수돗물을 공급받아 왔다. 그러나 릭 스나이더 주지사(63·공화) 재임 당시인 2014∼2015년 휴런호 대신 플린트강을 상수원으로 쓰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산성화 등 오염된 강물이 상수도관을 부식시켰고 주민들의 납 중독으로 이어졌다. 5세 이하 영·유아의 혈중 납수치가 1년여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한 사실이 확인되며 사태가 표면화됐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작년 美연방 하원 경제소위원회에서 유명 업체들의 영유아용 식품에서 높은 수준의 중금속이 발견됐다는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식품의 중금속 이슈가 다시 떠오르기도 했다. 과거 국내외에서는 대표적으로 낙지머리 카드뮴사건, 톳과 다시마환의 카드뮴, 쌀 가공식품 비소검출, 참치수은 등 중금속 검출 사례가 있었다.

중금속(重金屬)이란 지구상에 존재하는 금속 중 비중 4.0 이상의 무거운 금속 즉, heavy metal을 말한다. 공장이나 자동차 매연, 폐수, 폐 건전지 등을 적절하게 처리하지 않은 채 배출하면 토양이나 공기, 물이 오염되고, 이런 환경에서 생산된 식품의 원료인 농축수산물은 중금속에 오염된다. 중금속은 오염된 식품뿐 아니라 생활환경, 황사, 미세먼지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대표적인 유해 중금속에는 납, 카드뮴, 수은, 비소 등이 있다.

‘납(Pb, lead)’은 라틴어로 ‘무른 금속’이라는 plumbum에서 유래되었는데, 방사성동위원소의 붕괴생성물 중 최종산물이며, 실온에서 청백색의 광택을 내는 금속이다. 납은 가공하기가 쉽고 마찰계수가 낮으며 내식성이 뛰어난 특성을 살려 연판(鉛板), 연관(鉛管) 등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밖에 합금재료, 축전지의 전극, 방사선 방호재(防護材)로서 사용되는데, 유독한 단점이 있다.

이는 BC 1,500년경부터 인류가 사용해 온 원소로 구약성서의 출애굽기에서도 언급되며 중세 로마시대에는 납으로 만든 상수도관에 의한 집단 중독, 납으로 만든 맥주잔, 와인잔에 의한 중독사건이 많았다. 서기 1세기에는 비트루비우스가, 2세기에는 갈렌이 로마의 상수도의 납에 대해서 언급했었고 로마 시민의 납중독을 시사하는 증상에 대한 기록들도 많이 남아 있다. 당시 짙고 개운하지 않은 변비, 흑변, 복통, 빈혈, 혈색 악화, 수척, 입 안의 금속 맛, 관절 통증 등의 증상이 많이 보고됐는데, 모두 만성납중독 증상을 시사한다. 또한 백색 안료인 연백(鉛白)을 사용한 화장품에 의한 납중독이 배우들에게 나타나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구섭취에 의한 급성 납중독은 구토, 위경련 등의 증상을 보이고 뇌와 신경계통에 지장을 초래해 정신이상, 신체마비, 빈혈 등을 야기한다. 어린이의 경우 비록 소량일 지라도 지능지수 및 주의력 저하, 읽기 및 배우기 장애, 청각장애, 비정상적인 과민증, 성장 지연, 성격 포악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 위험하다. 납은 일반적으로 체내에 축적돼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그 독성이 만성적으로 나타나므로 발병했을 때는 이미 치명적인 상태다. 심한 경우 1~2일 내에 사망할 수 있으며, 발암성이 있어 국제암연구센터(IARC)에서 2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뼈, 머리카락, 치아 중 납 존재량은 체내에서의 납 축적을 암시하는데, 독성이 강해 국제적으로 사용을 철저히 규제하는 중금속이다.

2000년 8월 21일 납(Pb)을 넣은 중국산 꽃게를 수입 판매한 수입업자가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었다. 증량 목적으로 납을 투입한 전형적인 후진국형 식품사건으로 지탄 받았었다. 그 후 2005년 9월 한 국회의원이 중국산 김치에서 납이 검출됐다고 폭로해 난리가 난 적도 있었다. 당시 식약처는 김치 중 납 오염수준은 인체 위해성이 낮아 안심해도 된다고 발표했으나 이후 김치에 납 허용기준을 마련했다.

채소, 곡물 등 토양으로부터 재배되는 모든 농산물에는 납이 어느 정도 들어 있다. 그래서 일본에서도 채소류 중 잔류 납 허용치를 1ppm으로 설정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식품 캔에 납땜 금지, 과일음료 중 납 함유량 기준을 0.08ppm, 기타 모든 식품 중 0.25ppm, 칼슘보충제에 대해 5ppm, 음용수 중 5ppb 이하로 설정해 관리하고 있다. 또한 美 FDA는 영유아 보호를 위해 도자기제 식기로부터의 납 용출한도를 강화했고, 포도주병 마개 호일캡슐에 납 사용을 금지했다.

납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PTWI(주간섭취허용량)’를 사람 체중 1kg당 25㎍으로 설정해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즉, 몸무게 60 kg인 성인이 매주 1.5 ㎍까지는 섭취해도 괜찮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납 섭취량 모니터링 및 위해성 평가 결과, 안전한 것으로 판정됐지만 납은 먹어서 우리 몸에 좋을 것이 전혀 없는 물질이라 섭취를 안 할수록 좋다. 납은 우리에게 이익을 주는 첨가물도 아니고 소량 섭취 시 급성독성은 없을지라도 우리 몸에 차곡차곡 싸여 일정량에 도달하면 만성적으로 부작용을 일으키는 축적성(蓄積性) 독(毒)이다. 소량의 납이라도 식품을 통해 소비자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생산자, 산업계, 정부 모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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