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두 가격 전망] 경작지 늘어도 국제 시세 하락폭은 제한적
[대두 가격 전망] 경작지 늘어도 국제 시세 하락폭은 제한적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2.07.0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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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으로 수확량 예상에 못 미치고 생산·운송비 증가
팜유 등 식용유 부족 대안…바이오 원료 수요도 늘어
수입 의존도 80% 달하는 중국, 글로벌 가격 큰 영향
한국, 미국산 비중 42%…사료 외 장류·두부 등 사용

최근 급상승하던 국제 곡물 가격이 다소 진정세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대두 가격은 수급 불균형과 기상 악화 우려로 인해 하락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6월30일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의 8월 인도분 대두 가격은 부셸당 15.63달러에 거래됐다. 역대 최고치인 17.71달러에 근접한 6월 초 17.69달러에 비하면 다소 하락하긴 했지만 연평균 가격은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의 불확실성, 불안정성이 여전하기 때문으로,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가격의 안정화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코트라 뉴욕무역관에 따르면, 지난 3월 31일 미국 농무부(이하 USDA)는 2022년 대두 경작 면적이 2021년에 비해 약 4% 증가한 9100만 에이커로 조사돼 관측 이래 최대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최근 몇 년간 추세대로라면 에이커당 51.5부셸이 생산돼 총 1억2500만 메트릭 톤 수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대비 3.6%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두 생산량이 늘어나도 가격은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유는 인플레이션으로 비료값과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이 상승했으며 세계 1위 생산국인 브라질의 생산량 감소, 중국의 수입량 증가, 바이오디젤 원료로서의 대두 수요 증가 등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출처 : 네이버 증권 정보
*출처 : 네이버 증권 정보

▨ 공급 차질과 늘어나는 수요

USDA가 집계한 2021/2022년 전 세계 대두 생산 통계에 따르면, 브라질의 대두 생산량은 1억2500만 메트릭 톤으로 전 세계 생산량의 35.8%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미국은 34.6%인 1억2071만 메트릭 톤을 생산해 브라질과 근소한 차이로 2위에 자리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대두 수출 시장에서 브라질의 점유율은 53.2%로 1위이며, 미국은 37.4%로 2위다.

하지만 2021년 브라질은 극심한 가뭄을 겪으며 예상했던 1억4500만 메트릭 톤보다 2000만 메트릭 톤 적은 1억2500만 메트릭 톤을 수확했다. 기상학자들은 올해도 브라질의 날씨가 작년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서부 지역 가뭄이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생산량 1, 2위 국가 모두 예상 수확량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대두 가격의 고공 행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료: US Department of Agriculture; USDA Foreign Agricultural Service
자료: US Department of Agriculture; USDA Foreign Agricultural Service

줄어드는 공급량과 달리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컨설팅 기업 LSC의 대두유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식용유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해바라기씨유의 최대 공급처 중 하나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 공급이 어려워졌고, 대체재인 카놀라유 역시 캐나다의 가뭄으로 인해 생산량이 줄었다. 또 인도네시아는 팜유 수출을 금지했다. 이처럼 식용유 시장에 갑작스러운 공백이 생기면서 시장은 대두유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바이든 정부의 탄소 감축 정책도 대두 수요 증가를 부추겼다. 대두유가 바이오디젤 원료로 각광을 받으면서 미국 내 에너지 기업들이 수요처로 등장했다. 에너지 기업 필립스66은 2021년 4월, 대두 가공공장 지분을 매입해 그곳에서 생산되는 대두를 전량 구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의 대두 수입 증가도 원인이다. S&P글로벌에 따르면 대두의 최대 수입국은 중국으로 2021년 약 1억 메트릭 톤을 수입했다. 이 중 미국으로부터 141억 달러를 수입했으며, 이는 미국 수출량의 51.2%에 해당한다. 올해 중국은 더 많은 대두를 수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 중국 대두 수입 의존도 커져

14억 4800만 인구를 가진 중국은 자체적으로 곡물류 공급이 충분해 곡물 수입 의존도가 10%를 밑돈다. 벼 생산량은 소비량과 거의 같고, 밀과 옥수수도 자체 생산량으로 충족이 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대두는 상황이 다르다. 중국에서 대두는 수입 의존도가 80%를 넘고 식용유 수입 의존도도 30% 가까이 돼 해외 가격 상승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공급 단위로 보면 중국의 대두는 연간 생산량이 2000만 톤에도 못 미칠 정도로 수입량이 큰 편인데, 소비량은 1억2000만 톤 내외로 수입 의존도가 연중 80%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1년까지 중국은 대두 수입의 60%를 브라질에서, 34%는 미국에서 수입했다. 최근 해당 지역의 극심한 가뭄 등 이상 기후 현상으로 생산량이 감소했고, 중국의 대두 수입의존도가 80% 이상으로 높은 점을 고려했을 때, 중국의 대두 수입량 증가는 글로벌 가격 상승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치솟던 국제 곡물가격이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두는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의 불확실성, 불안정성이 여전해 가격의 안정화는 당분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치솟던 국제 곡물가격이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두는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의 불확실성, 불안정성이 여전해 가격의 안정화는 당분간 힘들 것으로 보인다.

▨ 한국, 수입의 42%를 차지하는 미국산 대

글로벌 트레이드 아틀라스에 따르면, 2021년 미국의 전체 대두 수출 규모는 275억 달러로 전년 대비 7.6% 상승했다. 이 중 한국으로의 수출은 1.1%로 15위를 차지해 미국 시장 내에서 점유율은 그리 높지 않다. 반면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이 전체 대두 수입량의 42%를 차지하는 중요한 수입처다. 더불어 2022년 1분기 미국 대두의 한국 수출단가는 568.77달러로, 팬데믹 이전인 2020년 1분기 412.11달러에 비해 38% 상승했다.

한국은 많은 양의 대두를 탈지 대두박 형태로 가공하여 배합사료로 쓰며, 이때 발생하는 기름을 정제해 식용유로 가공한다. 또 간장, 된장, 고추장, 청국장 같은 장류를 만들거나 두부, 두유를 제조하는데 사용되는 필수적인 농산물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발간한 ‘곡물 수급 안정 사업정책 분석’에 따르면 대두의 자급률은 6.6%에 불과해 수입 의존도도 크다.

▨ 곡물 가격 인상 원인은?

한편, 지난 6월 6일 유엔 세계식량계획과 유엔 식량농업기구연합이 공동 발간한 ‘2022년 기아 이슈 보고서’에서는, 다중 식량난이 다가오고 있으며 2022년 6~9월 기간에는 전 세계 약 20개의 기아 위기 지역 내 돌발적인 기아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5월에도 유엔식량계획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식량난에 직면했다'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식량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곡물 가격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데는 크게 4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급격한 기후 변화를 들 수 있다. 라니냐 현상으로 인한 가뭄과 장마가 겹치면서 미국·브라질 등 전 세계 주요 식량 수출국의 곡물 생산량이 감소했다.

둘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면서 세계 최대 곡창지대 중 하나인 두 국가의 식량 생산과 수출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셋째는, 지난 3월 이후 20여 개에 달하는 국가가 식량 수출 금지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국제 식량 공급 차질이 예상되는 점이다. 이미 인도, 인도네시아 등 주요 식량 원료 생산 국가가 국내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 해소를 위해 2022년 3월 이후 밀, 옥수수, 밀가루, 토마토, 식물성기름, 콩류 등과 관련한 식량 수출금지 조치를 연이어 내놓았고 이러한 수출 금지령은 국제 식량 공급 감소를 야기하게 됐다. 또 태국, 베트남 등에서도 쌀에 대한 수출 금지를 추가 발표할 가능성이 제기돼 추후 연쇄적인 가격 상승이 우려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 에너지 가격이 폭등해 식량 생산 원가도 동반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은 식량 생산과 운송원가를 직접적으로 상승시키는 한편, 산업사슬에 영향을 주어 비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러시아의 수출규제는 글로벌 비료의 희소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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