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기한 제도 연착륙에 꼭 필요한 ‘권장소비기한’-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98)
소비기한 제도 연착륙에 꼭 필요한 ‘권장소비기한’-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98)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2.07.18 0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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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식품별 소비기한 설정’연구 사업 추진
업체, 기간 산정 부담 줄이고 제도 정착에 도움

2023년 1월부터 기존 ‘유통기한(流通期限)’ 대신 ‘소비기한(消費期限)’을 표시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식품에 ‘유통기한’ 표시제도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85년부터다. 1962년 「식품위생법」 제정 당시에는 ‘제조일자’만 표시됐었다. 전 세계적으로 소비기한(Used by date), 판매기한(Sell by date), 포장일자(Packaged by date), 제조일자(Manufactured by date), 최상품질유지기한(상미기한, Best before date) 등 다양한 식품기한 표시가 활용되고 있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10여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경제부서 주도로 식품의 반품과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가격 인하 효과를 내는 소비기한 제도를 도입하려 했었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단체와 유통업체, 생산자단체 등이 반대했고 안전관리 당국도 추진 동력이 약해 도입되지 못했었다. 이런 난관을 뚫고 2023년 1월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소비기한 제도가 유통기한을 대신한다.

현재 소비자단체와 식품업계는 이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넘어야 할 숙제가 있다. 콜드체인이 뒷받침된 ‘시간과 온도’를 함께 고려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소비기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식품의 수출 산업화를 위해 소비기한제도 도입과 더불어 글로벌 냉장보관 온도도 맞춰야 한다. 제 외국에서는 온도에 민감한 식품을 5℃ 이하 냉장온도에 보관토록 하고 있어 소비기한 도입 시 저온관리식품의 냉장보관 온도도 명확히 재정립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유통기한 대신 식품의 품질과 안전 수명에 근접한 소비기한이 찍힌 식품의 안전성을 걱정한다. 그래서 제도 도입 초기 제조업체는 소비기한 설정 시 안전마진을 충분히 두는 게 좋을 것 같다. 유통업체도 콜드체인 확보, 보관온도 등 유통, 저장조건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소비자도 섭취 전까지 가정에서의 보관 책임이 있으므로 표시를 확인하고 보관조건을 잘 지키면서 소비해야 한다. 정부도 철저한 시장 감시와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하며, 제도가 안정될 때까지는 당분간 기 설정된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상하기 쉬운 품목에 대해서는 ‘권장소비기한’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7년 12월 식품의 유통기한 설정 기준이 시행됨에 따라 기업은 자사 제품에 대한 실험을 통해 유통기한을 설정해야만 했다. 그러나 일부 중소 또는 영세업체들은 유통기한 설정실험 여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고 또한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에 부담을 느낀다. 이에 식약처에서는 2008.4.25. ‘식품의 유통기한 설정기준’을 개정해 단기 보존식품을 중심으로 품질과 안전이 유지되는 최소한의 기한인 ‘권장유통기간’을 마련해 이 기간 이내로 유통기한을 표시하면 유통기한 설정실험을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식약처에서 권장유통기간을 설정, 제시한 식품은 빵류(4품목), 떡류(1품목), 어묵(2품목), 두부류(2품목), 묵류(2품목), 과일·채소류 음료(1품목), 즉석 섭취·편의식품류(4품목), 생면(2품목), 숙면(2품목), 건면(2품목), 식용유지류(15유형), 식용유지가공품(5유형) 등 30개 유형, 42개 품목이다. 권장유통기간의 경우, 빵에는 상온(15∼25∘C)에서 5일, 생크림빵에는 냉장(10∘C 이하)에서 4일까지로 정해져 있고, 떡류에서는 실온에서 1일로 정해져 있다. 어묵은 냉장에서 8일이며, 두부는 냉장에서 3일, 실온에서 4∼10월엔 1일, 11∼3월엔 2일이다. 비가열 과채음료는 냉장에서 3일이며, 건면은 상온에서 2년, 살균 생면은 상온에서 2개월, 냉장에서 6개월이다. 콩기름, 옥수수기름 등 식용유지류는 상온에서 12개월인데, 상하기 쉬운 참기름, 들기름, 향미유는 9개월이다. 즉석섭취·편이식품류 중 도시락은 상온에서 8시간, 냉장에서 36시간, 김밥은 상온에서 7시간, 냉장에서 36시간, 샌드위치류는 상온에서 10시간, 냉장에서 2일, 햄버거류는 상온에서 10시간, 냉장에서 3일이다. 계란은 가공식품은 아니지만 냉장에서 45일로 설정돼 있다.

‘권장소비기한’이란 영업자 등이 소비기한 설정 시 참고할 수 있도록 제시하는 섭취 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을 말한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식약처는 올부터 2025년까지 총 1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영업자 지원을 위한 식품별 권장 소비기한 설정’ 연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소비가 많은 품목을 선정해 품질이나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품질 지표 선정, 실험을 통한 품질 한계 기간 도출, 식품의 특성, 포장방법, 유통조건 등을 고려한 과학적인 안전계수 산출법을 마련해 올 말부터 우선순위가 높은 식품에 대해 권장소비기한이 제시될 예정이다. 정부의 권장소비기한 설정은 당연히 영업자를 위한 서비스 제도다. 소비기한 제도의 연착륙과 산업체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좋은 취지의 제도라 박수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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