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경영에 따른 플라스틱 포장 종이 대체의 명암-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99)
ESG경영에 따른 플라스틱 포장 종이 대체의 명암-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299)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2.07.25 0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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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그린슈머 운동으로 탈플라스틱 추세
장기 보존·고수분 식품엔 환경보다 안전이 우선

최근 홈플러스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축산파트 일부 상품에 대해 기존 플라스틱 대신 종이 포장재를 도입한다고 한다. 판매하는 호주산 소고기 특수부위 6종에 대해서는 국제삼림관리협의회(FSC) 인증을 받은 친환경 종이 포장재에 홈플러스의 ESG 캠페인 브랜드 ‘All For Zero’ 로고를 새겨 판매한다고 한다. 인증 포장재는 기존 플라스틱 용기를 대체해 종이로 분리 배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번 포장재 변경에 따라 홈플러스는 플라스틱 포장재(트레이) 절감을 통해 연간 약 36만 5천 톤의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전 세계가 탈 플라스틱 정책을 실현하느라 난리다. 플라스틱세가 부과되기 시작했고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은 그린 정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방하고 있다. 덩달아 소비자들도 친환경 소비를 지향하는 추세다. 식품업계도 이러한 트렌드를 쫓아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가장 먼저 시행중인 것이 탈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사용 축소다.

유럽연합(EU)에서는 작년 1월부터 재활용이 불가능한 포장재 플라스틱 폐기물에 kg당 0.8유로를 부과하는 플라스틱세(plastic tax)가 시행됐다. 또한 올 7월부터 일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유통 및 판매가 금지되고, 표시 및 생산자 책임도 강화되기 시작했다. 식기류, 음료용 컵, 접시, 빨대, 산화 분해성 제품 등의 역내 유통 및 판매가 금지되고 음료수 컵과 물티슈, 위생용품 등의 경우 플라스틱 함유량과 환경에 미치는 유해 영향 등의 정보가 담긴 라벨을 부착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에도 주별로 플라스틱 규제가 확산되고 있는데, 가장 강력한 플라스틱 사용 규제를 시행중인 뉴저지주는 지난해 11월 법을 제정해 고객에게 음료와 함께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했다. 올 5월부터는 레스토랑 및 식료품점에서 폴리스티렌 폼 컵, 접시, 포장용 상자, 식품용기 사용이 금지됐다. 또 비닐봉지도 두께와 상관없이 제공이 금지된다. 금지되는 폴리스티렌 폼 식품 용기에는 고기 및 야채 포장용 쟁반, 계란상자 등이 포함되며, 70평방미터 이상의 슈퍼마켓은 비닐봉지뿐만 아니라 종이봉투의 제공도 금지된다.

우리나라도 1994년부터 꾸준히 플라스틱 관리 규제를 시행해 왔다. 2019년부터는 비닐봉지, 일회용 컵, 쇼핑백에 대한 규제를 시작으로 플라스틱 발생 원천감량, 재활용 확대 등을 추진했다. 그러나 약 3년 전 코로나라는 복병을 만나 일회용품 등 일부 항목의 규제가 한시적으로 폐지 또는 시행이 연기된 상황이다.

이런 규제에 발맞춰 기업들도 다음 세대를 위한 친환경 활동에 앞장서고자 ESG(Environment, Social, Gorvernance) 경영, 즉,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영문을 조합해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영을 달성하기 위한 3가지 핵심요소를 실현하고자 한다. 사회공헌 이미지를 부각시키고자 하는 기업들의 이러한 트렌드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소비자들 역시 환경문제에 관심이 높아지고 생활 속에서 환경보호를 실천하려는 그린슈머(green+consumer) 운동이 확산되고 있어 기업들의 친환경, 특히 탈 플라스틱화를 견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식약처도 이러한 사회 변화에 부응하고자 재생 플라스틱의 식품용 사용 확대 등을 꽤하고 있으나 많은 식품 기업들은 소비자의 이미지를 의식해 이들보다는 종이 포장, 종이 빨대 등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한국의 1인당 연간 포장용 플라스틱 소비량은 벨기에에 이어 세계 2위다. 종이 포장을 많이 사용하는 미국, 식품포장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중국보다 훨씬 많이 사용하고 있어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종이가 만능은 아니다. 식품의 안전, 저장 등의 관점에서는 종이가 아닌 플라스틱을 꼭 필요한 곳에 써야 한다. 생활용품이나 배달음식 외포장 등에는 플라스틱을 쓸 필요가 없고 수분이 적은 바로 먹는 배달음식이나 마트의 외포장재, 단기 보존음식 등에도 플라스틱을 종이로 대체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수분함량이 높은 식품, 뜨거워 수증기가 나오는 식품, 물이 닿는 빨대나 보냉팩, 얼음주머니, 장기보존 식품 등에는 반드시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써줘야 한다.

식품기업들도 대외적인 이미지 관리나 소비자의 눈치를 보느라 ESG 경영에 연연해 꼭 플라스틱을 써야하는 제품까지도 종이나 다른 저장성에 반하는 재질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환경(環境)과 안전(安全), 함께 갈 수 있는 부분은 당연히 동행해야 한다. 그러나 공존하지 못할 경우엔 환경보다 안전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ESG 경영이 사람의 생명, 안전보다 중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식품산업 만큼은 이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무조건적인 ESG경영에 입각한 환경보호가 아닌 스마트한 ‘전략적, 선택적 ESG경영’으로 방향을 잡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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