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하반기 키워드는 ‘대체 식품·해외시장’
식품업계 하반기 키워드는 ‘대체 식품·해외시장’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2.07.26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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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 가격 급등·환율 상승에 물가 안정 압박으로 상반기 실적 부진
성장성 높은 대체식품에 공격적 투자·메뉴 개발
인기 높은 K-라면, 유럽·남미 등으로 시장 확대

원료 가격 급등과 원·달러 환율 오름세에 정부의 물가안정 압박까지 사면초가에 처한 식품업계가 하반기 경영 전략으로 ‘식물성 식품’과 ‘해외시장’ 카드를 꺼내 들었다.

코로나19와 러-우 전쟁을 겪으며 원료 수급 불안정성이 거세지자 각 국가에서 수출규제 정책 등으로 치솟는 원재료 가격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상황이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식품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원재료인 밀 가격은 작년과 비교해 70% 이상 올랐고 대두는 40%, 팜유는 110%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도 문제다. 7월 둘째주 기준 1300원을 돌파했다. 환율의 오름세는 식품업계 타격이 크다. 대두, 밀, 옥수수 등 대부분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환율이 오를 경우 동일한 제품을 더 비싸게 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원가 상승분을 식품업계가 제품값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업계의 하소연이 괜한 소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제품이 팔려도 영업이익은 감소하는 상황이다. 상반기 대부분 신통치 않은 실적표를 받은 식품업계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제품 값을 올리는 방법 밖에는 없지만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이 심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식품업계는 하반기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핀셋 투자로 효율성을 높이는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인 사업이 ‘대체식품’이다. 10여 년 전부터 활기를 띠고 있는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이후 선점 경쟁을 하고 있지만 절대강자가 없어 업계는 공격적인 투자로 경쟁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식물성 식품 시장 규모는 26조4000억 원에 달한다. 5년새 35% 이상 성장했다. 국내는 6000억 원 규모에 머물고 있지만 지난 2년 새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제역 발생 국가로 육가공품 수출이 쉽지 않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식물성 식품은 향후 글로벌 시장 선봉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이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식물성 식품을 택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CJ제일제당은 작년 말 론칭한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 ‘플랜테이블(PlanTable)’을 집중 육성해 오는 2025년까지 매출액 2000억 원을 달성하고 해외시장에서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풀무원은 지속가능식품 브랜드 ‘지구식단’을 중심으로 제품 출시 및 마케팅 활동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상반기 문을 연 비건 레스토랑 ‘플랜튜드’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인 경험할 방침이다.

농심 역시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 사업을 본격화하며 식물성 식품 시장의 저변을 넓히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현재 약 20여 개 제품을 보유하며 가장 많은 라인업을 확보하고 있는 농심은 향후 다양한 제품의 소스, 치즈 등 소재까지 식물성 식품으로 대체하는 ‘푸드 토털 솔루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작년 7월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론칭한 신세계푸드는 최근 식물성 정육 델리인 ‘더 베러’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대체 식품 시장 리딩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힘찬 발걸음을 떼고 있으며, 현대그린푸드도 채식 식단과 대체 식품 등을 자체 개발한 베지라이프 품목 수를 올해 중 기존 대비 두 배 이상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해외시장 공략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중심에는 라면업계가 있다. 포화상태에 접어든 국내보다는 K-푸드 열풍이 불고 있는 동남아시아, 미국 등으로 저변을 넓히겠다는 것.

농심은 미국과 중국 시장이 주 타깃이다. 미국에서는 일본을 제치고 라면 1위 자리에 오르는 것이 목표인데, 미국은 현재 농심 해외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제1공장을 지은 지 17년 만인 지난 4월 제2공장 가동을 시작한 농심은 인근 남미 시장까지도 사업망을 확대해 2년 이내 전체 매출 중 해외 매출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다.

또 베트남에서 매출이 1년 만에 약 30% 증가한 오뚜기는 올해 동남아시아 전 지역 중심으로 공략의 칼날을 더욱 세우고, 삼양식품은 다양한 마케팅과 프로모션은 물론 현지인 입맛을 겨냥한 신제품 출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라면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중국, 동남아시아 시장 중심에서 미국, 유럽 등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올해 라면업계 해외 매출은 작년보다 10% 이상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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