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 곰팡이독, 아플라톡신 검출 사건-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01)
된장 곰팡이독, 아플라톡신 검출 사건-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01)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2.08.16 0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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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 돋우는 전통 식품…자연 발효 시 오염 우려
일반 된장은 생산 표준화 불구 대기업 진출 제약

최근 식약처는 국내 식품제조·가공업체에서 제조‧판매한 한식된장 2개 제품(OO 재래식 콩된장, OO 유기농된장)에서 아플라톡신이 초과 검출돼 해당 제품을 판매 중단하고 회수 조치했다고 밝혔다. 아플라톡신은 덥고 습도가 높은 지역에서 곡류, 견과류 등에 많이 발생하는 곰팡이 독소로 다량 섭취 시 급성으로는 출혈, 설사, 간경변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장기 만성적으로는 발암성이 있는 독성물질이다. 특히 된장을 담글 때 자연적으로 개방된 환경에서 발효시킬 경우 의도치 않게 독소를 생성하는 유해 곰팡이에 오염될 수가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된장은 원료 콩에서 다양한 효소작용이 일어나 숙성된다. 탄수화물은 당으로 변해 단맛을 내고, 그 당의 일부는 효모에 의해 발효돼 알콜로 변하며, 젖산균에 의해 생성된 유기산은 신맛을 준다. 특히, 알코올과 유기산에 의해 생성된 에스터류는 된장 특유의 향미를 내고, 단백질은 펩타이드와 아미노산으로 분해돼 구수한 감칠맛을 준다. 여기에 소금이 더해져 짠맛을 줘 다양하고 오묘한 맛과 향의 결정체를 이루게 한다.

식품공전에서는 제조법에 따라 ‘한식된장’과 ‘된장’으로 분류한다. 한식된장은 “한식메주에 식염수를 가해 발효한 후 여액을 분리한 것”을 말하며, 된장은 “대두, 쌀, 보리, 밀, 탈지대두 등을 주원료로 하여 누룩균 등을 배양한 후 식염을 혼합하여 발효, 숙성시킨 것 또는 메주를 식염수에 담가 발효하고 여액을 분리해 가공한 것”으로 정의한다. 메주는 “콩을 삶아서 찧은 다음, 덩이를 지어서 띄워 말린 것을 말하는데,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을 담그는 원료로 쓴다”고 정의돼 있다.

자연적으로 메주에 붙은 미생물을 활용해 숙성하는 ‘한식메주’를 쓰느냐, 선별된 종균을 사용해 인위적으로 만든 ‘개량메주’로 만드느냐에 따라 전통된장 즉 한식된장과 일반 된장으로 구분된다. 한국산업규격(KS)에는 된장 종류를 원료에 따라 구분하는데, 1종은 콩만을 주원료로 한 것이고, 2종은 단백질 원료에 전분질 원료를 섞은 것을 말한다. 식품공전보다 KS가, 그리고 1종이 2종보다 조단백질, 조지방, 포르몰태질소 함량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된장은 식욕을 돋우며 소화가 잘돼 과거엔 약(藥)처럼 쓰였고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시켜 준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된장은 항암효과가 입증돼 대한암예방협회의 ‘암 예방 15개 수칙’에 된장국을 매일 먹으라는 항목이 들어있다. 반면 된장엔 다량의 소금이 첨가돼 나트륨 이슈가 있고 금번 한식된장 사건처럼 철저한 위생처리를 하지 못하거나 관리된 종균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곰팡이독 문제가 언제든 발생한다. 식약처의 위해식품정보에 따르면 수입 칠리파우더나 국산 한식된장 등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아플라톡신 B1이 자주 검출된다고 한다.

사실 위생, 안전성 측면에서 볼 때 한식된장이 더 위험하다. 이는 자연균에 의한 발효라 공기, 환경위생 등 제조 환경을 철저히 관리하지 않는다면 만들 때마다 다른 곰팡이가 메주의 우점종이 될 수가 있어 일정하고 표준화된 제품을 생산하기가 어렵다. 또한 독소 생산 곰팡이에도 오염될 수가 있어 시판 제품 생산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한식된장은 주로 영세한 농민이나 장인들이 소량으로 생산하고 있는데, 곰팡이독이나 바실러스 세레우스 등 식중독균에 의한 인체 위해 가능성과 기준규격 위반으로 늘 조마조마한 상황에 노출돼 있다.

최근 시장은 가정간편식, 배달, 외식 등 소비패턴 변화에 따라 가정에서 요리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또한 요리에도 장류 대신 각종 소스를 활용하고 있어 장류시장은 수년 째 하락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이다. 업친 데 덥친 격으로 최근 장류 제조업(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국내 장류시장은 대기업이 80%를 점유하고 있어 소상공인 사업영역을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 이에 따라 장류시장의 대표격인 CJ제일제당, 샘표, 대상 등 대기업은 이 시점부터 향후 5년간 예외적 승인사항 이외에는 해당 사업의 인수·개시 또는 확장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시장 활성화를 위해 된장업계는 용도와 타깃에 특화된 소용량 프리미엄 제품 개발로 활로를 찾고 있고 소스에 첨가되는 B2B 시장과 해외 수출을 통해 성장을 꾀하고 있다.

사실 된장은 음식에 워낙 소량 첨가해 먹는 부재료 조미식품이라 안전문제는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곰팡이독은 만성적으로 발암성을 일으킬 수 있어 늘 조심해야 한다. 위해성이 미미하더라도 굳이 안 먹어도 될 곰팡이독을 먹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이참에 ‘한식된장’이라는 유형 명칭과 기준·규격 등 안전관리 제도를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고 더욱 철저한 장류의 위생처리와 종균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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