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PLS 재검토 필요-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04)
농약 PLS 재검토 필요-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04)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2.09.05 0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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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말라티온 기준 수출국보다 높아 조달 차질
가공품은 수입산과 역차별…국제 기준과 조화 필요

올 6월 국내로 수입된 옥수수 6만3천톤에서 잔류농약인 말라티온이 허용기준(0.03ppm) 보다 높은 0.8ppm이 검출되며 구매된 물품 공급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올 1월 식약처의 기준·규격이 일부 개정 고시되며 말라티온의 PLS(잔류허용기준)가 기존 2.0ppm에서 0.03ppm으로 강화됐기 때문이다. 현재의 PLS 기준 적용이 유지될 경우 수급 불안이 지속돼 식품산업 및 국가경제에 큰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 업계는 일제히 국내 PLS 완화를 주장했다. 게다가 연간 국내에서 소비되는 옥수수는 220만 톤으로 자급률이 0.7%에 불과해 99.3%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서두르지 않으면 공급 불안정 시 가격상승 및 식품대란까지 발생할 수 있어 국내에서 옥수수를 원료로 사용하는 약 3만7천개 식품 제조업계, 주류업계, 제지업계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안전사용기준이 설정된 농약만을 사용토록 하는 ‘농약 PLS(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가 2019.1.1부터 전면 시행됐다. 이는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농약에 대해 불검출 수준(0.01 ㎎/㎏, ppm)으로 관리하는 제도로서 2016년 12월부터 견과종실류(호두, 아몬드, 커피, 카카오 등)와 열대과일류(바나나, 파인애플 등)를 대상으로 실시해 왔고, 2019년부터 채소, 과일 등 모든 농산물로 확대 적용됐다. 이후 축산물, 수산물 PLS도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옥수수는 127종의 PLS 설정 외에는 불검출 수준을 적용 중인데, 주로 사용하는 농약인 말라티온의 경우 기존 2.0에서 0.03mg/kg으로 최근 강화됐다. 반면 여전히 미국과 EU는 8.0ppm, 일본은 2.0ppm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우리와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특히 식용 옥수수는 철저한 세척과 정제과정을 거쳐 전분을 생산하고 있음에도 껍질만 도정해 생산하는 밀가루보다 엄격한 PLS가 적용되고 있는 것 또한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국내 PLS는 밀 8.0ppm, 옥수수 0.03ppm, 대두 0.01ppm으로 기준이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글로벌 무역시대에 국가별 안전 기준을 조화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옥수수를 주로 파는 나라인 미국이나 EU의 경우 완화된 안전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사실이나 이 수치도 위해성평가를 거쳐 충분히 안전을 확보한다는 과학적 근거로 설정된 값이라 어느 정도 존중해야 한다. 또한 전분, 콩기름, 밀가루 등 수입 완제품의 경우 PLS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옥수수나 대두를 원료로 사용해 국내에서 생산하는 가공품은 수입 완제품과 역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구조다. 게다가 수입국의 PLS 적용 기준이 우리와 달라도 수입국 기준으로 식용에 적합할 경우 그 나라에서 가공된 제품이 국내 수입 시 PLS 적용을 받지 않는 문제가 있다. 말라티온의 경우 PLS가 한국은 0.03ppm이지만 미국은 8.0ppm이다 보니 미국에서 옥수수가 전분으로 가공돼 국내 수입된 제품은 PLS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논란이 된 국가별로 다른 ‘농약잔류허용기준’은 “농작물 재배 시 사용한 농약이 최종제품에 잔류하며 인체 건강상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으로 각 정부가 허용한 수치다. 이 제도는 생산자가 병해충 방제에 최소한의 농약만을 사용토록 해 국민 건강을 보호하자는 바람직한 제도다.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농약이 식품에 0.01 mg/kg을 초과하여 잔류할 경우 수입이 금지된다. 그러나 등록돼 있진 않으나 수출국에서 합법적으로 사용하는 농약이라면 수입식품 중 농약 잔류허용기준(IT) 신청을 통해 잔류허용기준을 설정하면 된다. 현재 유럽연합(EU), 일본, 대만 등에서 시행중이다.

이 제도는 국내에서 사용되는 70∼80%의 농산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 확인되지 않은 농약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걸 우려해 수입식품의 안전관리 목적으로 도입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국내산 농산물도 국제 무역질서 상 이 제도를 따라야하기 때문에 우리 농민들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농약 PLS제도의 주 타깃은 수입식품이기 때문에 소비자 측면에서 꼭 필요하다. 2019년 1월부터 시작된 이 PLS제도는 지금까지는 잘 연착륙하고 있는 것 같다. 2020년 농식품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1년간 PLS 제도 시행 후 국내 농산물의 안전성이 향상되었다는 기쁜 소식도 있다.

그러나 이번 옥수수 PLS와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고 국가별 기준의 조화, 현실적인 국내 산업계의 대응 가능성, 소비자의 안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가별 기준 값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됐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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