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의 가치(價値)와 가격(價格)-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06)
우유의 가치(價値)와 가격(價格)-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306)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2.09.26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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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우유, 시장 논리 작동 안 해 외국 비해 비싸
가격 높다고 고품질은 아냐…손해보는 악순환

올 원유(raw milk) 검사 상반기 합격률이 99.98%에 이를 정도로 우리나라 원유의 품질과 위생이 향상됐다. 원유의 위생등급에서 중요한 지표인 체세포수 1등급 비율은 유량 기준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08% 상승한 67.9%, 세균수 1A등급 비율은 0.3% 상승한 94.13%, 가장 낮은 세균수 4등급은 0.03%에 불과해 국내산 원유의 유질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집유량은 101만4천톤(산양유 180톤 포함)으로 작년 동기 대비 약 2만6천톤 감소했다는데, 올해 상반기 집유된 젖소 원유 중 불합격 판정은 0.02%(190톤)였고, 잔류물질 검출(37.2%, 70.6톤)과 알코올 검사 양성(35.6%, 67.6톤)이 주원인이라고 한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1995년 10월 22일 발생했던 소위 ‘고름우유사건’이 생각난다. 어쩌면 그 사건 덕에 지금 이렇게 깨끗하고 위생적인 우유가 소비자들 손에 가게 된 지도 모르겠다. 당시 MBC뉴스에서 유방염에 걸린 젖소의 고름이 섞인 우유가 시중에 나온다는 보도가 나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체세포를 잘 이해하지 못했던 소비자들은 큰 충격을 받아 사 놓은 우유까지 버렸었다.

국제낙농연맹(IDF)에서는 체세포수가 ml 당 50만개를 초과하면 ‘유방염 우유의 혼입’으로 판단했고 당시 선진국에서는 원유(raw milk)에 존재하는 체세포수를 ml 당 30∼40만개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그 때는 우리나라 「식품위생법」상 시판 우유의 체세포수에 관한 기준·규격이 따로 없었다. 사실 소량의 고름은 우유 자체의 자정 능력으로 자연 소멸되기 때문에 인체 위해성 문제는 아닌 사건이었으나, P유업에서 “우리는 고름우유를 팔지 않습니다.”라는 네가티브 얌채 광고를 하는 바람에 그 영향이 일파만파가 됐다. 이 사건으로 국내 우유 소비량은 반 년 이상 급감했다.

매년 원유 가격을 두고 낙농가와 우유업계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 오고 있다. 코로나19로 학교급식 중단 등 우유 소비가 줄어 타격이 커진 유업계는 원유값 동결 또는 인하를 주장하고, 낙농가는 생산비가 너무 올라 원유값을 올려 달라고 한다. 유업계의 실적 악화는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데, 최근 흰 우유 부문에서 전부 적자를 냈고 코로나-19로 악화됐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 맞지 않게 정부가 원유 가격 결정 과정에 깊이 관여해 왔었다. 즉 우유 생산비에 연동해 결정된 낙농진흥회 원유가격을 농식품부의 중재로 모든 유업체에서 준용해 왔다. 그러나 유럽연합(EU),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은 시장에서 유업체와 낙농가가 자율적인 협의를 통해 원유가격을 결정한다. 다행히도 최근 서울우유가 원유가격을 자율적으로 결정함에 따라 앞으로 정부의 역할이 축소될 것 같고 자연스레 시장에서의 가격 조정이 이뤄질 것 같다. 덧붙여 정부는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으로 음용 또는 가공용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할 예정이며,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농가·유업체에 대해서는 인센티브 정책 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우유를 먹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가격(價格)일 것이다. 정말이지 고소한 우유를 물처럼 맘껏 마시고 싶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우유가 비싸도 너무 비싸다. 우유가 남아돈다고 하는데도 여전히 비싸다. 귀해서 비싼 게 아니라 소비자는 아랑 곳 않고 생산자들을 위한 법을 만들어 시장논리가 전혀 작동치 못하게 만들어 비싸다고 한다. 미국, EU,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우유가 과일주스보다도 싸 소비량이 엄청나다. 우리나라에서는 우선 우유 값부터 낮춰야 소비가 늘어난다고 본다.

우유 값을 낮추려면 국내 낙농가의 원유 출고가를 낮추든지 저렴한 원유나 분유를 수입해 와 환원유로 만들어 팔면 되는데, 이 또한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결국 비싼 우유 값이 해결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우유를 사 먹는 소비자는 물론 생산 낙농가도 기업도 함께 손해 보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가격(價格)’과 ‘가치(價値)’는 엄연히 다르다. 비싸다고 해서 품질(品質)이나 안전성(安全性) 즉, 질(質)적 가치가 높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생산 원가가 높으면 가격은 당연히 올라가지만 제품의 질이 비례해서 좋아지지는 않는다. 누가 만들었던 어디서 왔던 ‘맛있고, 품질 좋고, 위생적이고, 가성비 높은 음식이 좋은 식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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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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